진짜 채굴하는 가상화폐 <페리카>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일본 재애그룹의 회장 <헤이토>라는 분을 위한 비밀왕국의 건설현장입니다. 여기서 직접 땅을 파고 노동을 하면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작품에서는 진짜 <채굴>을 통해 <페리카>라는 화폐를 얻습니다. <페리카>는 지하건설현장에서만 통용되는 제한적인 화폐단위이며, 현실화폐의 십분의 일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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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의 배경인 지하 건설현장

주인공 <카이지>는 지상의 도박판에서 돈과 신체 일부를 잃고, 이곳 지하세계로 떠밀려 들어옵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된 노동과 극도로 제한된 자유입니다. 하루 하루 고된 노동에 지친 카이지에게 떨어지는 돈은 몇푼 안되는 페리카입니다. 이런 카이지에게 유독 다정하게 맥주 한캔을 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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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월급받은 카이지

반장은 사실, 이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투매판을 관장하는 사람이자 플레이어입니다. 거래소 주인이 투자도 하는 거죠(모 거래소에 대한 의심이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요). 카이지는 반장이 놓은 덫에 빨려들어 노동으로 번 몇푼 안되는 돈을 유흥으로 다 탕진합니다.

사실 유흥이라고 해봤자, 고작 맥주 몇캔과 포장 닭갈비 같은 것이 전부지만, 지하세계에서 살고 있는 카이지에게는 천금과 같은 가치입니다. 이걸 알고 있는 반장은 카이지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카이지가 앞으로 벌어들일 노동에 대한 기회비용을 모두 저당잡으려 합니다. 그리고 결국, 카이지는 (승패가 이미 정해져있는) 주사위 야바위 도박판에 뛰어들게 되고, 자신의 지하세계에서의 삶을 건 치열한 도박을 벌이게 됩니다.

작품 속에 등장 하는 <페리카>는 지금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가상화폐CrytoCurrency가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된 우리가 쓰고 있는 현물화폐FiatCurrency 와 다름없습니다. 아무리 벌어 봤자 마음만 먹으면, 소소한 유흥으로도 모두 소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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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반장의 독백

지하세계와 그곳을 둘러싼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속임과 이기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은 이용하는 측과 당하는 측, 두 종류 밖에 없는거야>>라고 말하는 반장의 대사로 대표되는 지하세계에 대한 단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걸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야바위 도박판에 뛰어드는 카이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 모르는 응원이 생기는 것은 도박에 대한 짜릿한 희열이 아닙니다. 사회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은 커녕, 벌어들일 수 있는 돈마저 저 지하세계 만큼이나 제한된 현 사회, 하루 하루 절약하려 애쓰지만 소소한 유흥에 지출하고 나서야 얼마 안되는 돈으로 카드값을 쪼개는 <수많은 나>에 대한 공감일 것입니다.

(도박만화전문작가 인)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현재진행작인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굵직굵직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일확천금을 향한 범인凡人들의 허황된 욕망, 떡상잭팟이란 서사시를 위해 써내려가는 고난과 역정, 속임수와 이중속임수의 카타르시스 등, 인간의 본성과 돈을 위한 욕망의 실체를 여실히 그려냅니다. 비단 도박의 범위 만이 아닌 것이지요.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에 담긴,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비꼬기 보다는, 그 실체를 받아들이고 그 앞에 겸손한 삶을 살고 싶은게 저의 바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이지의 숙적이자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빌런인 <헤이토 회장>의 분산투자에 대한 명언을 올리면서 끝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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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 도박묵시록 카이지 <욕망의 늪> 편 - 재애그룹 회장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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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재미삼아 찾아보고 읽게되는게 만화인데,
현실세계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비유하고 있는 만화네요..!
다만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신체의 일부를 잃고서 떠밀려진게 아니라는 것과,
비트코인은 페리카와 달리 누군가에 의해 가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현재의 가격이 형성되었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2017년은 정말이지 암호화폐로 시작해서, 암호화폐로 끝을 맺는 한 해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체가 정말 좋네요 ^^

시간이 되신다면 제 포스팅도 한 번 읽어보세요.
https://steemit.com/kr/@y-o-u-t-h-m-e/question-by-youthme
좋은 밤 되세요 lorem님 ^^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포스팅 읽어보겠습니다.

카이지 ... 정말 한 번 보고 눈에 뜨여서 놓지를 못했던 만화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네요 ㅎㅎ

그러니까요. 카이지에 꽂힌 이후 작가의 전작을 힘들게 구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카이지 아직도 안 끝났다는 것이 함정이죠.

👍👍👍👍

카이지 초반은 정말 인생만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다리에서의 경주하는 회차은 정말 충격이였죠. 하지만 카이지가 매번 같은 실수를 계속 하면서 후반은 초반만큼은 재밌지는 않더군요 ㅎ 필력이 좋으시네요. 팔로 하고 갑니다.

카이지 재밌게 보셨다면, <중간관리록 토네가와> 추천드립니다. 카이지 스핀오프인데요. 촌철살인의 개그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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