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10
밖은 아직 캄캄한데
춘자는 눈이 번쩍 떠졌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나갔다.
다행이다. 아직 시어머니가 안 나오셨다.
어두운 부엌에 불을 켜고 뗄나무가 얼마나 있는지 살폈다.
아침 밥을 할 정도는 될 것 같다.
물두멍에는 어제 길어다 놓은 물이 반너머 있으니
점심상을 치운 뒤에 물을 길어다 놓아야 한다.
춘자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쌀함박에 쌀을 덜어 북북 쌀을 씻는다.
처음 쌀뜨물은 구정물 통에 받았다가 거름더미에 버린다.
두 번째 쌀뜨물부터는 깨끗한 양재기에 부어놨다가
국을 끓일 때 써야 한다.
밥이라 해도 거친 좁쌀이 반이요, 겉보리와 감자가 반이다.
흰 쌀은 한 웅큼만 따로 씻어 놓는다.
가마솥을 한 번 헹구어 내고 씻어놓은 좁쌀과 겉보리를 솥에 안친다.
감자를 대여섯 개 깎아서 한쪽에 놓고
감자 놓은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쌀을 흩어지지 않게 고이 안친다.
불쏘시개를 아궁이에 넣고, 마른 삭정이를 뚝뚝 분질러 불쏘시개 위에 올린다.
성냥을 휙, 그어서 불쏘시개에 갖다 댄다.
성냥불이 꺼질 듯 일렁이더니, 금새 불쏘시개에 옮겨 붙는다.
매캐하지만 구수하기도 한 불냄새가 난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있으니 따뜻하다.
찬물에 쌀을 씻느라 언 손도 녹여 본다.
하루 중 이 순간이 춘자에게 가장 한가롭다.
불이 한동안 타도록 조금 굵은 장작을 세 개만 넣어 주고
춘자는 다시 일어선다.
한가한 순간은 너무 짧게 끝났다.
아이 주먹만한 무를 세 개 숟가락으로 슥슥 긁어 껍질을 벗긴다.
엊저녁에 삶아서 물에 담가놓은 시래기를 두 좨기 건져 물기를 짜낸다.
사흘 전에 새로 빻아 온 콩가루를 반 대접만 덜어 낸다.
그리고..... 된장을 두 국자 퍼다 놓는다.
밥하는 가마솥 옆, 국솥에 아까 받아 놓은 쌀뜨물을 붓는다.
짤아빠진 멸치 두어개를 던져 넣고 불을 뗀다.
밥하는 아궁이에서 불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솥에는 불이 금방 산다.
물을 끓이는 동안
춘자는 시래기를 잘라서 콩가루에 살살 버무려 넣았다.
무를 채 썰어서 바가지에 담아 놓았다.
그 사이 밥솥에 밥물이 맺힌다.
춘자는 밥솥 아궁이의 큰 불을 국솥 아궁이로 옮긴다.
거친 조보리밥일망정 구수한 밥 냄새가 좋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침을 꼴딱 삼킨다.
찬장 옆에 두 개 남은 달걀 중 한 개를 대접에 깨놓는다.
물을 넣어 휘저은 다음 소금을 넣어 간을 잡는다.
아버님과 남편한테만 조금 놓을 찬이다.
국솥에서 물이 설설 끓는다.
솥뚜껑을 열고 된장을 물에 푼다.
짭짤하고 구수한 냄새가 난다.
채썰어 놓은 무를 모두 붓고,
콩가루에 버무려놓은 시래기를 고이 국솥에 넣는다.
콩가루시래기 국을 끓일 때는 물을 세게 때서는 안된다.
국물이 세게 끓으면 시래기 붙어있던 콩가루가 다 떨어져
시래기 따로, 콩가루 따로가 돼버린다.
젠장..... 남에 어마이한테 얻어맞으면서 배운 거라도 쓸 데가 다 있네.... 쳇!
혼자 궁시렁거리며 국 솥에 불을 때는데
시어머님이 나오신다.
어무이 나오셨습니까..
부지깽이를 들고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고 섰는데,
밥은 우째 됐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밥솥 뚜껑을 열어 달걀대접을 밥 위에 올린다.
밥솥에 다시 불을 땐다.
밥에 뜸 들일 때는 아주 약하게 불을 때야 한다.
약한 불을 때다가 밥솥 가까이 귀를 대 보면
따닥 따닥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따닥 따닥 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만 불을 때면 된다.
국솥에서 흰 김이 나온다.
구시한 콩가루시래기국 냄새가 난다.
이제 밥이랑 국이 다 됐다.
밖은 이미 훤하다.
시어머님은 뒷간에 가셨는가보다.
춘자는 상에 올릴 찬거리가 뭐가 있는지 찬장을 살핀다.
콩자반과 곤짠지가 있고....
달걀찜이 밥 솥에 있고....
춘자는 찬을 꺼내고 수저를 찾아 놓는다.
마당으로 남편이 들어온다.
언제 일어났던가.... 기척도 없더니 벌써 밭에 나갔다 오는 모양이다.
춘자가 결혼을 했군요.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능숙하게 차리는 것을 보니
벌써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습니다.
춘자의 결혼생활은 어떨까요....??
춘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춘자의 결혼생활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실 거죵??
스팀잇에 어쩐지 활기라는 것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소중한 보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소수 자리가 바뀌고요....ㅠㅠ
오늘은 그냥.............쓰지 말까..............에혀........
하다가, 그래도 나의 춘자 이야기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존버 존버를 주문같이 외치며
춘자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소수 두 번째 자리에도 일희일비하는
참을 수 없는, 나란 존재의 가벼움이란!!!
근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다들 일희일비 하시는 거죠???
그렇다고 해 주세요.....흑흑
아무쪼록 오늘도 최선을 다 해서 행복하시길~~!!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으니까 행복한 것....
많이많이 웃으시길 바랍니다...^^
춘자의 남편은 부지런한 사람인가봐요
일단 조금은 안심입니다..
춘자의 우결! 다음이야기 기다릴게요^-^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부지런한 사람....ㅎㅎ
다음 이야기는 아마도 내일 이어질 것 같아요... 학기가 시작되니 여러가지로 바쁘네요...^^
당근님은 옛날 시골 생활을 어쩜 그리 생생하게 풀어내시는고?^^ 능력자여.
그나저나 고래 싸움에 새우들 다 굶게 생겼네요 ㅎ
아마도 저의 유년기가 이 시절의 끝자락에 걸쳐져 있기 때문일 거예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저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고래님들 싸움은...... 아마도..... 스팀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릴 즈음 끝나지 않을까요??ㅎㅎ
춘자가 결혼했네요
춘자에 시댁 식구와 신랑이 궁금하네요
잘 살겠지요~/
그것은..... 장담 못 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춘자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다.
옐로캣님 항상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버 존버! 저도 일희일비 합니다 흑흑.
근디 언니는 우예 저런걸 다 압니꺼?
시집살이가 뭔지 알 것 같이 자세히 적혀있어서 놀랐어요! 글도 술술 읽히고~ 재밌습니다! ㅠㅠ춘자가 불쌍하기도 하구요... 다른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이 되면서 한 명의 노동자가 되는 것이...안타까워요. 밥하면서 제일 한가한 시간이라는 게 전 뭔지 알 것 같았어요. 전 시집오기 전에 그랬거든요...화장실에 있을 때가 쉬는시간이고 막...
며느리가 된다는 건...우리 엄마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정말 쉬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춘자가 잘해주고 있어서...더욱 더 안타까워져요...서툰 것보다 낫지만 뭔가 마음이 아리군요 ㅠㅠ
뭔지 알 것 같다는 킴쑤님의 말이 아프게 들리네요...
엄마들의 삶은 모두... 이토록 애처롭습니다.
우리의 딸들의 삶은 나아지겠죠?? 엄마들이 힘을 내고 있으니까요..^^
춘자의 결혼... 행복하기를!!
저 며칠 쉬고 들어왔어요^^
푹 쉬셨나요?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놀러 갈게요~~
잘보고 갑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보상 걍 안보고 미래가치로만...쿨럭....ㅜ
사실 요즘은 글쓰는 게 재미가.....ㅋㅋㅋ
그래도 같이 고고 해요....^^
일단은 살림살이 헤프다고 혼내지도 않고 남편도 도박장이 아니라 밭에 갔다 오는 거면,,,일단 안심,,,일단 유부녀가 된 춘자, 아 아쉽습니다. 펜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