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그들의 현실적인 낭만 <비포 선라이즈>

in #kr-movie7 years ago



(본 게시글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을 본 후 작성한, 개인적 견해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덕이의 영화에세이,

오늘 말하고 싶은 영화는

‘낭만과 현실을 말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입니다.




#01.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그렇다면 사랑에도 때가 있을까?

우리는 매 순간 어떤 것을 생각하고 행동한다.

비록 돌이켜 보면 부끄럽더라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들을 보고 감탄할 수도,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과 책임이 온전히 스스로에게 있는 한, 우리의 그 ‘때’는 분명히 아름다웠다.



#02.
영화 속 그들의 사랑은 글자 그대로 ‘낭만적’이었다.

각자의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나 알 수 없는 느낌을 느끼고 꿈같은 사랑을 나눈다.

누군가에겐 낭만적이고 꿈같은 이 사랑이, 영화 초반 나에게는 약간의 씁쓸함을 주었다.

영화 속 그들은 우연히 만난 후,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낯선 곳에서 하루를 보낸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점차 알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을 조금씩 발견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으로 상대와 나는 다르다는 사실 자체에 관심을 가지며 바라본다.

그러다 점점 이야기가 계속되고 가정환경이나 가치관에서의 차이를 발견한다.

그 순간 나는 ‘아 저들은 결국 낭만의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순간, 서로의 차이에 놀라고 지쳐서 헤어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씁쓸함의 이유는 그것이었다.
낭만과 호기심, 떨림만으로 지속되는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03.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차이들을 점점 발견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냥 계속 사랑했다.

상대가 인정하고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냥 그 차이들을 안고 사랑해버렸다. 새로웠다.

사랑이란 서로 양보하고 맞춰야 한다고, 그것이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꼭 그래야 하니?’ 라고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바뀌지 않아도, 변하지 않아도 그냥 이 커플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그대로 사랑해가는 것도 사랑이지 않을까 하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04.
그들의 시작은 분명 낭만적이고 무모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모습에, 생각에 반한 것이 아니었다.
설명할 수도 없는 그 느낌에 서로가 이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서로 차이를 발견했고 그 차이들을 그대로 사랑해나갔다.

그들의 사랑은 가장 낭만적이고 가장 현실적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두 사람이 노력하며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노력해서 두 개의 사랑을 유지하는 모습을 봤다.

어떤 것을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그저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고, 되는대로 열심히 사랑해야 한다.



#05.
확실히 사랑에도 때가 있고 타이밍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긋남과 늦음을 끌어안고 사랑하는 방식 또한 분명히 사랑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낭만이 더 현실적이었고, 더 아름다웠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멜로/로맨스, 드라마
오스트리아 , 미국 100분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비포 선라이즈 속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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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라이즈를 보고 바로 비포선셋으로 연달아 봤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정말 좋았어요! 미드나잇도 시간내서 봐야겠네요^^
좋은 에세이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시리즈 마지막편은 못 봤는데 곧 보려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이영화는 솔직함이 무기인 영화인것 같아요 그 어떤 배경보다 두 사람의 진솔한 대화 그 안에 모든 것이 녹아있는 영화

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인 영화죠
보다가 저도 생각에 잠기는 그런 영화였어요^^

선라이즈를 졸면서 봐서 선셋을 안봤어요 한번 봐야겠네요

아ㅋㅋㅋ 인물들의 대화와 배경을 보시면 잔잔하지만 지루하진 않으실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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