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in kr-movie •  2 months ago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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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차기대권 1순위로 꼽히는 박원순 시장을 딱히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막상 대통령선거기간에 돌입하면 그에 대한 평가가 엄밀해질지는 모르겠다. 박원순 시장이 꽤나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몰고 올 수 있는 “동성애결혼 합법화”를 발언을 했다. 특히나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영향력이 막강하지 않은가가. 또한 대다수 보수 세력은 일베류와 동급으로 동성애반대를 넘어 동성애 혐오를 입에 달고 다닌다. 이런 마당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보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박시장의 발언은 개인적 소신임과 동시에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의 반영이며, 동성애와 낙태가 주된 선거 이슈가 되는 미국 등처럼 차기대선의 이슈 선점효과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 아닐까.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사회적 소수자들로서 그들에 대한 주류사회의 억압과 차별, 편견과 그 속에서 살아야하는 동성애자들의 갈등이나 좌절 등이 그들도 역시 ‘거룩한 인간’임을 표상하는 적절한 소재였을 것이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만으로도 스물세 살에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대표작인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 1991)>,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이 흐르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장국영, 양조위 두 남자의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1997)>, 파격적인 글램락의 흥분과 퇴폐에 빠져들게 만드는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이 떠오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역시 동성애 영화의 백미는 리안 감독의 2005년 작인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이 아닐까 싶다. 동성애라는 무거운 주제를 수채화처럼 너무나 투명하게, 간절하게 그려냈던 영화였다. 에니스 역을 맡았던 히스 레저는 2008년 약물중독으로 스물여덟의 나이에 아깝게 운명하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때 끄적거렸던 메모를 옮겨봤다.

혹자는 불편한 영화라고 했다. 시종일관 눈길을 어디다 두어야할지 몰랐다하면서. 혹자는 슬픈 영화라고 했다. 시작 부분부터 짠한 감정이 들더니 그게 잦아들지 않고 끝까지 이어지더라나. 아카데미를 휩쓴 화제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이야기다.

지난 주말 짬을 내 굳이 영화관을 찾은 건 어느 인터뷰 기사에선가 본 리안 감독의 말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동성애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얘기다."

작금의 시절에 동성애가 '코드'로 떠올랐다 하여 굳이 골라서 볼 만큼 동성애에 우호적인 성향은 결코 아니다. 만약 이 영화가 '동성애에 대한' 영화라면 나 역시 불편함에 몸 둘 바를 몰랐겠지. 그런데 감독의 말마따나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랑, 헌데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한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그런 사랑을 그리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산속에 양떼와 별빛과 함께 오롯이 남겨진 두 남자. 이들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별, 4년 만의 극적인 재회, 이후 20년 간 세상의 눈을 피해 이어지는 꿈 같은 밀애, 끝없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갈구하고, 때론 질투하고 원망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 그 자체였다. 참 이상하게도 남녀가 아니라 남자들끼리라서 징그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의 절절한 사랑 앞에서 "저렇게 좋다는데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세상이 좀 봐줘야하는 것 아닌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목장을 꾸리며 둘 만의 보금자리를 가꾸자던 그들의 꿈은 그저 꿈으로 그치고 만다. 아빠 노릇, 남편 노릇, 현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에니스를 바라보는데 지칠 대로 지친 잭이 급작스레 사고인지 타살인지 모를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 뒤에 더 진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사랑의 여운, 바로 이 부분은 영화의 백미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눈물샘이 고갈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평소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나의 눈시울을 조금씩, 조금씩 달구더라.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먹먹한 가슴에 말 안 되는 바램들을 품어보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기를.
일단 사랑하게 되면 죄다 맺어지기를.
그래서 사랑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사람이
세상에 다신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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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거 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마지막에 딸에게 뭐라 얘기하지 않나요? 왠지 "책읽어주는 남자"하고 오버랩이 되는 듯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개봉 때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두 배우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