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글로 손을 대면 때를 탈까 두려운 보석처럼 영롱한 영화들이 있다

in #kr-movi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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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글로 손을 대면 때를 탈까 두려운 보석처럼 영롱한 영화들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 (El Espiritu De La Colmena, 1973)>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프랑코가 승리한 이후 기성세대는 현실을 회피할 뿐이다. 그러나 아나는 정령이 존재함을 믿고 있는 깜찍한 소녀다. 어느 날 정령이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무너진 오두막에 反프랑코 레지스탕스가 부상을 입은 채 숨어들어온다. 스페인 내전이 끝난 이후에도 지하 레지스탕스 활동은 전개됐다. 그를 정령이라고 확신한 아나는 정성껏 보살핀다. 그러나 그 레지스탕스는 정부군과 경찰의 추적에 사살된다. 현실을 외면하는 어른들에 반해 아나는 정령이라는 눈에 비친 현실을 당당히 믿고 직시한다.
프랑코 정권을 상징하는 듯한 암울한 짙은 프레스코 색감이 인상적이다. 최대한 말은 절제된다. 6살에 이 영화에 동명으로 출연한 ‘아나 토렌트’의 중성적 매력과 우수와 천진난만함이 공존하는 연기는 놀랍고 압권이다. 그러나 6살에 찍은 영화가 그녀의 대표작이 될 줄이야.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세상의 모든 남심을 사로잡았던 ‘올리비아 핫세’처럼 <벌집의 정령>의 강렬한 느낌의 벽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배우로선 불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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