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속도는?-순간을 영원으로(#76)

으깨진 알밤.jpg
알밤이 후드득 떨어지는 철이다. 게다가 때마침 태풍까지 몰려와, 더 많은 밤이 떨어진다.

이른 아침, 달리다 보면 길 위에 뒹구는 알밤을 곧잘 보게 된다. 근데 자동차 바퀴에 깔린 알밤의 모습이 처참하다. 말하자면 이 역시 ‘로드 킬’이다.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힌 밤을 보노라면 ‘생명의 속도’를 생각하게 된다. 밤 처지를 생각해보자.

길이 아닌 숲 어딘가에 밤이 떨어졌다고 치자. 일부는 벌레가 먹을 것이다. 알밤 한 알을 벌레가 다 먹는 시간은 며칠 일까. 일부는 다람쥐가 먹을 것이다. 또 일부는 사람이나 멧돼지가 먹을 테지.

그리고도 살아남은 알밤은 이듬해 적당한 비와 온도에 따라 싹을 틔울 것이다. 이 어린 밤나무가 자라, 다시 알밤을 맺자면 또 몇 년이란 세월이 흐를 것이다. 한 해를 보아도 알밤 한 알을 맺자면 수많은 수꽃들의 꽃가루와 만나 수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도 알밤으로 충실히 영글자면 또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밤나무와 알밤의 속도다.

문제는 사람의 속도다. 요즘 사람은 자동차가 기본인 삶을 산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여, 빠르다. 자연의 속도에 견주면 엄청 빠르다. 느린 걸 참기 어렵다. 길 위에 알밤 정도 뭉개는 것에 별 느낌이 없다. 내 차에 밤이 깔린다는 거 자체도 생각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삶의 속도가 빨라졌을까. 왜 이렇게 감성이 무디어졌을까.

아마도 인간의 욕망이지 싶다.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 다니고자 하는 욕망이 빠름을 부추긴다. 다시 이 욕망은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쯤에서 인디언들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은 말에서 내려 누군가를 기다린단다. 너무 빨리 달린 탓에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는 거라고.

생명의 근원은 모두가 함께 가자고 속삭인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영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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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것은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더 이상 권장할만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둘레를 잘 살피는 거야말로
열심히 사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리스팀, 고맙습니다.

느림의 미학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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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생명의 미학^^

저도 말에서 잠시 내려볼까봐요~~~

앞으로는 차에서 내린 다음
온 길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져볼까 합니다.^^

마지막 찬스, ....

  • 밤줏으러 가야겠네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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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많이 주우세요.
오늘도 많이 떨어져있네요^^

정말 정신없이 살다보니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나이도 금방 먹어 버리고....

나이는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니...

자신이 달리는 듯 하다가, 어느새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면 이미 어디서부터 뒤바뀌었는지 모른다는 ...

맞아요.
'달리는 듯 하다가, 어느새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
아주 좋은 표현을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자연의 속도를 지나치게 거스르고 사는 시대가 되버렸네요.

앞으로도 더 문제겠지요? 얼마나 더 빨라질 지....

요즘 현대인들의 모습같아 씁쓸하네요
일상이 지쳐 가시처럼 돋아있는 모습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자존감이 으스러진 모습들...TT

자존감이 으스러진 모습...
그렇게도 보입니다

요즘은 조급함이 느껴집니다. TV에 중독되어 사는 것도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 여겨지네요.

저희는 티이브이 안 본지도 오래네요.
대신에 인터넷 중독

생명의 근원은 모두가
함께
가자고
속삭인다

잘 보았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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