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인사 - 인도와 다질링

in #kr-join7 years ago (edited)

스티밋 가입인사를 어떻게 해야할 까 고민하다, 지난 여행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아직 블로그 다루는 것도 서툴고,  투박한 인터페이스에 손과 발이 엇박자를 타고 있습니다. 

그럼 여행 일부를 조각내어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스티밋이 좀 더 대중화 되길 기원해 봅니다.






에드워드 호퍼 (주유소)

 

밤을 준비하는 숲길 초입은 우릴 멈칫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내가 배낭을 싸고 있을 때 '주유소'라는 작품이 떠오른 까닭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스름 깔린 숲속에 '원더랜드'가 펼쳐질 거 같은 일종의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주유를 하고 있는 머리벗겨진 직원보다, 그 뒤 숲길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내 여행 테마를 정하게 되었다. 

'가이드북과 반대로'


바라나시 역 

인천공항 출국장을 무사히 통과하고 보름 후 나는  8년만에 바라나시역을 빠져나왔다. 그곳은 내게 어색한 듯 하면서도 익숙했다. 이십 대 시절에도 바라나시는 늘 흐리고 간간히 비를 뿌렸었다.


바라나시를 대표하는 갠지스강과 화장터와 좁디 좁은 골목들도 반가웠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이후 줄곧 비와 진흙탕물에 시달리던 나는 예상보다 바라나시를 떠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덜 마른 빨래를 배낭에 넣고 날이 게기 시작하는 어느 평일, 나는 도망치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갈사라이 행 릭샤에 올라탔다. 가는동안 빠르게 땅도 마르기 시작했다.


무갈사라이 역


다질링은 두 가지 루트로 나뉜다. 

* 첫째, 캘커타(꼴카타)- 뉴잘패구리역-실리구리-다질링

* 둘째, 바라나시(무갈사라이역)-뉴잘패구리역-실리구리-다질링


나는 두번째 루트를 선택했다. 바라나시에서두 번의 릭샤를 갈아타고 저녁 즈음에  무갈사라이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후 7시간의 기차가 연착되고,  플랫폼에서 대합실로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 나는 그냥 체념하기로 했다. 군장같이 무거운 배낭에 지치기도 했고...

집없는 떠돌이 개들도 종적을 감출 때 쯤, 현지인들과 나는 말없이 선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8년 전의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여긴 항상 그랬었다. 그때도 지금도... 이 불합리한 상황에 누구 하나 화내지 않는 플랫폼에 자욱하게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끔씩은 시계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 잘패구리 역


무갈사라이역에 밤 늦게 도착한 기차는 다음날 늦은 오전, 뉴 잘패구리 역에 도착을 했다. 예상대로 역전은 합승지프가 가득했고, 나는 거기로 걸어갔다.  인도여행의 장점 중 하나가 있다면 네팔을 넘어갈 수가 있다는 것인데, 네팔 뿐만이 아니라 다질링에 가까워질수록 몽골계 골격의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게다가 국경을 이렇게 쉽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넓은 대륙을 뒤로 밀어놓고 경쾌하게 달리는 기차의 풍경이 멋진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평소 꺼낼 일 없는 '국경'이라는 개념을 여기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까지 네팔, 티벳, 중국, 인도의 국경이 맞물려있는 다질링까지 이제 겨우 3분의 2를 달려왔을 뿐이다.


 합승지프는 고산지대인 다질링으로 가기위한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그들의 생계수단이다.


초우라스타 광장

카첸중가

한달을 예상하고 온 다질링의 추위는 만만하지 않았다. 최전방에서 근무를 섰을때도 이만큼은 춥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잡화상에서 돼지꼬리를 하나 구입해 짬짬이 차를 끓여 마셨다. 다질링은 차로 유명하다.  홍차로 유명한 다질링이다.


 영국식민지시절 무더운 인도에서 영국이 여름 휴양지로 계발한 곳이 다질링이다. 또한 기후와 지형특성상 홍차와 녹차 같은 차를 제배하기 시작했다. 차 문화가 없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차를 즐긴 곳이 영국이었고 다질링에서 제배한 차를 실어 내리기 위한 교통수단이 바로 기차였다고 한다. 이동성이 좋은 지프 뿐만 아니라 철도 역시 이곳 사람들에게는 삶 그 자체로 보였다. 


  시계탑 또한 영국 식민지 잔재가 묻어난다. 그리고 세계 어디를 가나 시계탑은 꽤나 근사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다질링 일정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도서관이었다.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일상이 무료해지기 시작했고, 어느날 산책을 하면서 도서관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살며시 도서관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동네 공부방 규모의 어두운 실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옛 동네 서점의 분위기가 났다. 나는 이곳을 남은 다질링 일정동안 쏠쏠하게 방문하면서 책을 읽어댔다. 가이드북에서도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던 곳에서 말이다. 

여행의 기술(알랭드 보통 저)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멀리가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고. 처음 내게 물어봤던 '인도를 왜 왔었지?'에 대한 대답, 더 나아가 왜 여행을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욕심이지 않았을까. 


 추위 탓에 게스트하우스에 거의 붙어 있질 않았던 것 같다. 매일 눈을 뜨면 초우라스타 광장에 나가기 바빴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왜 광장이 사람들이 많을까 했다. 광장의 햇볕은 굉장이 뜨겁고 따스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새벽, 목욕재계를 하고 열쇠를 반납하면서 게스트하우스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었다. 뼈가 시릴 추위에 게스트 하우스에 거의 붙어 있질 않았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과대신 다음에 꼭 들리겠노라 기약없는 약속만 남기도 돌아섰다.

스탠드에 앉아 카톡과 메일을 읽고 있을 때 한국을 떠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단 걸 깨닫는다.  시간관념이 없어진 탓이었다. 8년 전 내가 학생의 신분이었을 때만큼 지금 여유가 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함은 들지 않았다. 어딘가에 얽매여 여행을 하면 시계와 달력을 보는 여행이 되고 만다. 여행자금과 개학시간에 쫓겨서 말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일을 접어두고 기약 없는 긴 여행을 한번 더 해보자고 결심했던 것일까.

메일을 절반 쯤 읽고 있을 때 지프가 출발 경적소리를 울렸다. 여행이 종반부로 갈수록 배낭이 더 무거워진 것도 같다. 립밤, 조각품 등의 기념품들은 자꾸만 불어났다.

다음 일정은 바라나시로 넘어가는 대신 국경을 질러 네팔로 가기로 결정한다.  8년 전 사진속 그때 그 장소와 사람들이 나를 반겨줄 지 괜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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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 저도 아직은 초보이지만 초보일때 적응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은 팔로우를 좀하셔서 팔로우 수를 늘리시고 그러면 자연히 팔로워 수도
늘으실 거에요.. 그러면서 조금씩 글도 쓰시고 댓글도 다시고
다른사람 글에 댓글도 달면서 소통하시면 금방 적응 하실겁니다~
검색해 보시면 유용한 정보글들 많으니까 틈틈히 읽으시면서 공부도 하시고요~
부디 적응 잘하시고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팔로우 하고 갈테니 맞팔 부탁드려요! 좋은하루 되세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접속해서 소통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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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좀 더 짧아도 될 것 같아요. 더 많은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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