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자유와 구속, 그리고 미래] 3-3. 근대 금융의 퍼스트 임팩트. 튤립.

in #kr-histor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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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청어의 회유 루트가 변경되면서 한자동맹이 몰락했고, 그 청어 어장에서 얻어낸 무시무시한 현물의 힘과 영국과 스페인의 싸움으로 인한 권력의 공백 상태, 그리고 지불 시스템의 등장과 이 시스템의 보편화라는 엄청난 호재를 타고 네덜란드는 무시무시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당시 중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은 네덜란드의 물류창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죠. 모든 중계무역물품은 암스테르담을 거쳐가야했고, 네덜란드는 모든 이익을 독점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재력을 바탕으로 정말 소국 중의 소국이었던 네덜란드는 스페인 왕실을 상대로 독립 선언을 합니다. 알바 공과 같은 스페인 총독들의 실정이 네덜란드 주민들 - 특히 개신교도 -의 가슴에 혁명의 불을 지펴놓았기도 했었죠.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긁어모은 금과 은으로 사력을 다해 네덜란드의 독립을 저지하려 했지만, 스페인의 힘을 빼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프랑스와 영국이 개입하면서 군사력에서도 결국 뒤집히게 됩니다. 물론 네덜란드 공화국의 100% 승리는 아니었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지역은 지키지 못했었으니까요.


완전한 독립을 얻어내는데는 8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 전쟁 이후로 네덜란드 사람들의 머리에는 돈의 힘이 다시 한번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중계 무역상들의 특징 상, 투자자금은 모여야 훨씬 강하다는 사실 또한 새로이 대두되게 됩니다.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그리고 그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신뢰입니다. 내가 얼마를 어떻게 투자했고, 투자된 자금이 어떻게 쓰였으며, 그 자금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에 대한 사항을 알지 못하면 돈을 맡길 수 없겠죠.

1596년. 빌렘 바렌츠를 선장으로 네덜란드 상선단은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에 닿는 새 아이디어를 개척하기 위해 탐험을 떠납니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북극 항로라는게 그리 만만한 항로가 아니거든요. 베링 해협의 거친 유빙과 빙산은 연약한 목재 선박을 박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북극에 가깝다보니 자기장 역시 항해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빙하가 쇠퇴한 지금에서야 그나마 쇄빙선의 에스코트와 함께 지날 수 있는데, 그 당시엔 오죽했을까요.

비루스 베링, 윌리엄 배핀, 헨리 허드슨, 드미트리 랍테프, 발렘 바렌츠 등 많은 탐험가들이 북극 항로를 개척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탐험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조난한 선원들은 빙하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는 와중에도 배에 실은 화물은 거의 별다른 파손 없이 돌아왔는데요.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 일화를 '책임 신탁'제도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신뢰를, 신용을 지켰다는 것이죠.


19세기 들어서도 유빙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타이타닉만 해도...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화폐 경제에서 신용은 거래의 알파요 오메가였습니다. 신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본이 집적될 수 없었을 것이고, 자본이 흐르지도 못했을 것이며, 증권과 같은 다양한 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도구 역시 태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신뢰의 상징이던 네덜란드는 신뢰의 붕괴로 인해 무너지게 됩니다. 우리가 네덜란드의 경제를 붕괴시킨 직접적 사건이라 알고 있는 튤립 버블은 그 단면에 불과합니다. 청어 어장이 옮겨지면서 자체 생산력이 약해진 네덜란드는 모든 분야를 수입에 의존하게 됩니다. 무역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네덜란드는 식민지를 관리하고 무역을 통제하는 비대한 관료 조직을 낳았고, 그 관료조직은 부패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암스테르담 은행이 유럽 각국의 왕실에 대출한 많은 돈은 7년 전쟁이 터지자 단체로 부실채권으로 전락하며 엄청난 신용 경색을 유발하게 됩니다. 지준율 등의 보호책이 없었던 초기 네덜란드 은행들은 왕실의 패전과 함께 급작스런 뱅크런에 빠집니다.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산을 어떻게 해서든 불리길 원했고, 그 와중 본격적으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튤립은 센세이셔널한 파급효과를 일으킵니다. 거래소는 튤립을 효율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액면가를 분할한 주식을 만들었고, 선물 선택권(현재의 입도선매와 비슷합니다)과 함께 특별 공증인과 교역소를 지정합니다.

뱅크런 상황에서 튤립은 유일한 돌파구였고, 사람들은 열광했으며, 그만큼 빠르게 폭락했습니다. 지금의 BTC 등락이 결코 튤립과 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튤립 시장의 폭락 이유를 찾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튤립 붕괴는 더 이상 신뢰가 남아있지 않던 시장의 마지막 회광반조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에 신뢰가 존재하고, 신뢰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이 있는 한 투기는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패한 투자는 투기라 불리고, 성공한 투기는 투자라 불릴 뿐 모든 투기의 본질은 튤립과 같습니다. 가치가 영속할 것이라는, 그리고 더욱 가치 있어질 것이라는 '신뢰'안에서 움직이는 경제재의 거래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세계에 금융이라는 시스템이 도래한 뒤, 첫 번째에 찾아온 대형 파국인 튤립은 기술이 변하고, 규칙이 변하고, 설비가 변하였지만 지금까지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인 탐욕과 공포가 있기 때문이지요. 튤립이라는 큰 흉터를 남긴 채 세계 경제의, 금융의 패권은 두번째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영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세상에 이걸 8일동안 미루고 있었군요 -_-; 수정해서 템플릿을 가져와야 되는데 수정이 막혀있어서 당황했네요. 시장은 오늘도 많이 뜨겁습니다.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드시길 바랍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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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신뢰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가요~!

핫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는 코인시장이네요 ㅋㅋㅋㅋ 아직까지는 비트와 알트가 함께 위로 가고 있는 편인데 비트 흡성대법이 언제 시전될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유대인 중국 상인이 꽤 유명했던것 같습니다ㅎㅎ 잘읽었습니다^^

암호화폐는 튤립과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할텐데 말이죠...)
항상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튤립 버블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죠 :)

@noctisk 님 글은 몰입도가 좋은 것 같아요 ㅎㅎ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네요 :)

좋은 밤 되세요 !

경제 + 역사, 이 시리즈, 기다렸습니다.

이제 네덜란드하면 청어와 튤립이 생각날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금융의 패권이 어떻게 흘러갈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와... 정말 오랜만에 듣는 유럽 역사 이야기인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자주 들러야겠네요!!

새로운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단순한 투기조장이라고 매도하는 사람도 있겠죠
전 흐름이라고 믿고 그 하나의 지류의 가장자리라도 따라갈 생각입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암호 화폐는 역사에서 결단코 투기로 불리어 지지 않을 겁니다.

매번 백화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흥미진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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