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눈이 너를 속이고 있다.

루크가 수련을 받을 때 광선검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맞히는 수련을 해. 그런데 번번히 빗나가는 거야. 그에게 스승은 말하지. "눈이 너를 속이고 있다'

사실 근대의 계몽철학은 눈의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명백한 사물을 명백한 의식으로 보는 것이 지향점이었거든. 의식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밝은 빛에서 명백하게 보려는 시도거든. 그런데 재밌게도 그런 눈의 지향이 꼭 맞는 건 아니야. 눈은 사실 왜곡을 하거든.

우리 시각경로는 두 가지 경로를 갖고 있다고 해. 하나는 무엇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경로야. 무엇경로는 대상의 모양과 정체에 대해 파악하는 경로야. 망막 중심부에 있는 추상체로부터 뇌 뒤를 지나서 아래로쪽으로 이어지는 경로야. 어떤 사물이 무슨 사물인지 알 수 있는 건 이 무엇이라는 경로때문이야. 사람의 얼굴을 파악하고 누구인지 아는 건 이 경로 때문이야. 즉 실체를 아는 거지. 고정되어 있는 실체의 정체. 우리가 무엇을 본다고 의식할 때 그 경로야. 의식적 경로

이외에 운동경로가 있는데 이 경로는 사물의 공간과 운동정보를 전담해. 망막의 주변에 있는 간상체로부터 뇌 뒤를 거쳐서 위로 이어지는 경로야. 이 경로는 색맹이야. 밝기의 대비로 더 빨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로인데 대상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경로야.

이 두경로는 같이 이뤄지지만 뇌가 다칠 경우 분리되기도해. 그러면 운동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데 의식적으로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지. 그런거 있잖아. 어두운 숲길을 가는데 무언가 기척을 느끼고 깜짝 놀라는 경우. 그럴 때 무엇경로는 의식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무의식적 경로는 그게 무엇인지 파악한 거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론적 탐지 기능이야. 더 빨리 운동을 탐지해야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이전에 일단 피하고 보는 거지.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의식적으로 안다고 하는 건, 뇌에서 구성한 거야. 그게 무엇이라고 말야. 그러나 실제로는 변하고 있고 운동하고 있겠지. 뇌는 그걸 우리의 과거 기억을 참고해서 무엇이라고 고정시켜 놓는 거야. 그러나 전사는 그 고정된 실체에 반응하면 안되겠지. 상황은 항상 변하니깐 말야. 실제를 흐름이야. 고정시켜 놓는 건 우리 의식적 파악을 위한 장난일뿐.

그리고 고통은 변화하는 실재를 고정된 실체라고 의식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순간 일어난다는 것. 빛의 명암에 민감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