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주의] 보통 연애 1

in #kr-gazua6 years ago

#1
이 글은 지금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어. 최종 결정은 보통 연애야.

연애와 그 당시에 많이 들었던 노래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것 같아. 우리는 음악으로 행복이나 슬픔을 소환하곤 하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 비디오가 있어. 브라운 아이즈의 '너때문에' @송가파더의 능력을 소환해서 뮤직 비디오도 함께 소환해보자.

진짜 부탁인데, 이건 좀 봐봐. 난 지금까지 이렇게 잘 만든 뮤비를 본 적이 없다궁

#2
나는 모두 알다시피(?) 나쁜남자야. 보통 헤어질 때는 내가 먼저 변심한다. 하지만 그 변심이란, 어제까지 이뻐 보였던 그녀 콧잔등의 여드름 하나가 갑자기 역겨워지고 지난 주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그 아이의 목늘어진 티셔츠가 꼴보기 싫어지고 몇 일전까지 귀여워 하던 그 아이의 제모하기 전 종아리가 보기 싫어져서가 아니야. 디테일해서 미안해..이래야 내가 감정 이입이 되거든.. 내 이별들을 살펴 보면 그 때 그 때 그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들이 생겼었어.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을게. 그래야 계속 내가 나쁜놈으로 남을 수 있잖아.

#3
요는 헤어짐의 숨겨진 이유가 아니야. 헤어짐 그 자체지. 우리는 헤어짐이 다가오면 막을 수 없어. 나는 헤어진 후에 그 상대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해 본적이 없어. 물론 번호를 지운다든가, 차단을 한다든가 그런 유치한 짓도 하지 않아.

신발까지 팔고 풀템 장착한 미스포춘이 면상에서 쌍권총을 난사해도 그대로 서서 맞는 카타리나처럼.

쌍권총 난사.PNG

나는 슬픔을 온전히 받아 낸다. 니가 변심하고 뭐가 슬프냐고? 아까도 말했듯이 나의 '변심'은 그녀를 사랑하던 내 마음의 변화가 아니야. '상황이 변했으니 이제 우리가 만남을 멈추어야 한다는 결심'에 변심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지.

#4
나는 자주 볼 수 없는 연애를 지양하는 편이야. 그 것을 잘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잘 못 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싫어. 나도 가지고 있고 그녀도 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었기 때문인데, 그걸 바람기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주변에서 자꾸 꼬시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야할지. 우리가 붙어 있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돌발 상황이 많이 생겨서 싫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때문에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해야 하는 것도 싫어.

그리고 무엇보다 싫은 건,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가장 예민하게 가지는 내가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 나는 속이 썪어 문드러진 적이 많았다. 단 한번의 장거리 연애에서.. 매일 싸우고 그녀는 밤에 연락이 없고 다음 날 점심에 문자가 오곤 했어. 나는 전 날 저녁부터 연락이 없다가 다음 날 오후 1시에 문자가 오면 그 당시에는 1가지 생각 밖에 안 했어.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 상황에서 하는 1가지 생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그런데도 난 한 번도 내가 화난 것을 티내지 않았었지. 내가 사랑을 좋아하면서 증오하는 이유는 그 미칠듯한 고통을 온전히 겪어내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야

#5
그 당시에 보통 7시부터 연락이 끊기고 나면 나는 그 다음 날 문자가 올 때까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핸드폰만 들고 있었는데 하루는 연락이 안 올만한 상황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xx 남자친구 인데요. 전화 받으시는 분 누구세요?"

응 두 번째 대사를 내가 친게 아니야. 내가 저 대사를 받은거지.

"네..저도 xx의 남자친구 이기는 한데요.."

그 사람은 상스러운 욕을 해가며 나에게 그 아이를 비난했고(내가 같이 그 아이를 비난해 줄 줄 알았나봐..)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엄청나게 때리기까지 했더군.. 나는 그 순간에 화가 나기보다는 그냥 무서웠어. 그 감정을 무서움으로 밖에 나는 표현하지 못 하겠어. 막 심장이 온 몸으로 뛰고 땀이 나는 것 같고. 몸에서 열도 오르고.. 그 남자 이야기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네. 잠깐 xx 좀 바꿔주세요. (그 아이가 받은 후에) 다 끝나고 나면 나한테 전화 한 통만 해. 잠깐이면 되니까 꼭 해! 기다릴게"

#6
전화를 못 하더라고..미안했겠지 그래서 문자를 했어 내가 전화를 받았던 시각은 새벽 3시쯤이었고 아침 6시 넘게까지 기다렸는데 지금은 왠지 문자해도 될 것 같아서 했지. 그리고 통화를 했는데

"진짜 미안한데, 내가 몇 월 몇 일부터 몇 일까지 거기 갔던 거는 절대로 이 남자한테 이야기 하면 안돼"

라는 말부터 시작하더라.

"응..내가 그 남자랑 또 통화 할 일이 뭐가 있겠어. 걱정하지마..더 가까이 있는 사람 편하게 만나지. 뭐하러 그렇게 힘든 짓 했어. 나는 괜찮으니까 잘 지내!"

난 이 말을 하고 가만히 있었고..걔는 전화에다 대고 1시간을 울더라고.. 그렇게 끝났냐고? 아니 그러고나서 2년 정도 더 만났어. 아직도 가끔 연락해! 걔가 이 글을 못 본다는 가정 하에 하는 말이지만 걔는 정말 또라이야. 나는 더 또라이지..

어쩌다 글이 이렇게 됐나 몰라. 두서 없어서 미안하지만..내 보통 연애는 오늘부터 시작이야~ 다음 편을 기대해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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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좋아하면서 증오하는 이유는 그 미칠 듯한 고통을 온전히 겪어내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야

나도 그런가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땐 상대를 사랑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랑자체를 사랑한 것도 같아. 사랑을 사랑하고, 또 견뎌야하는 혹은 견디게 하는 그 힘이 밉기도 하고.

나와는 아주 다른 성향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공감이 된다.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

(어쩌면 그녀도 이 글을 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ㅋㅋ)

그녀는 내가 만났던 모든 아이들 중에 이 글을 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낮아..페북이나 인스타도 안 하는 아이거든 ㅋㅋㅋ 글쓰기는 본인 말로는 좋아한다는데 쓰는 걸 본 적은 없고.. 매일 내 눈에 띄는 곳에 일기장을 두고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었는데..은근히 보길 바랬던건가 싶기도 하고..보진 않았어. 거긴 내가 열받을 내용이 잔뜩 있었을 것 같았거든! 이야기는 앞으로 많이 나누자~~ ^%^

난 장거리 연애만 주구장창 하다가 결혼했어. 바보등신같이 다른 사람 한번 안 만나보고... 근데 그때 사랑했던 기억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옅어지지가 않아. 나쁜 여자를 만났던 착한 남자였네.

누나, 나는 그냥 이상한 남자야. 이상해서라도 날 만났던 아이들 기억에 나만 따로 저장되고 싶었어. 누나도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나는 누구랑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게 싫어. 내가 있을 곳이 더 낮고 나쁘고 미운 곳이어도 차라리 나는 남과 같은 취급을 받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고 간혹 착하거나 멋있을 때도 있고 대부분 병x같아 ㅋㅋㅋ ^,^

난 지속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깨끗하게 지워지고싶어. 이제껏 만난 모든 사람들 중에 별로 좋지않은 기억이 남은 누구든, 여자든 남자든, 그 기억속에 내가 없었으면 좋겠어

이 점에 있어서는 나와 누나가 반대군. 나는 지워지기 싫어..! 하지만 절대 아는 척은 안 해. 지워지지 않으려는 노력? 시도? 일절 하지 않지만 지워지기는 싫어. 그리고 나도 안 지우지. 9797하군..(구질구질이란 뜻)

마지막 얘기는 발암이고...난 #2번의 그런 거 엄청 못 견뎌하는 얄팍한 사람이지.

뮤비 또 안 봤지......!

어 미안 나 가요 거의 못 참는다...

연애라는 게 저마다 당사자들만이 알 수 밖에 없는
성질인 듯. 나 든 상대든 누군가에게 털어놔도
팩트나 정황은 미운데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랑할 수도 없고 그런 듯.

댓글들까지 주욱 읽고 내려오다 보니

이상해서라도 날 만났던 아이들 기억에
나만 따로 저장되고 싶었어.

이 구절은 음...
상대에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여겨지고 싶은 그런 의미인가.

뮤직비디오, 나 진짜 열심히 보다가
후반부에 여자 앵커 범국민적(?) 공개방송 이 후
깨물기와 귓방맹이 난타하는 장면
연출이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ㅋㅋㅋㅋㅋㅋ

다음편도 나쁜(?) 가든팍의 연애담. 팍팍!

가드니형은 진짜 우연히 만났지만 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 같아. 기본 베이스는 진지함 같은데.. 따뜻하고 대놓고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잘 웃어주고..형은 딱 좋은 사람이야. 거기다 목소리까지 미성이라니..아는 것도 엄청 많은 것 같고!! 볼매남

그른감..;;; 나 실은 스팀잇에서 따스하단 얘기 처음 듣는 거지,
실제론 잔망스럽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ㅋㅋㅋ
너무 좋게 봐줘서 Thx!!! 아 리액션 혜자란 얘기 종종 듣긴했다.;

저녁에 연락이 끊어지면 아침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타입이라면, 그런 사람은 만나지 말지 그랬어, 상처가 심했겠다.

그런데 그런 타입이 아니었더라도 그런 사람이랑 만나면 그런 타입으로 변할 수도 있기도 하겠다. 마음 아픈 사랑했구나 정말.

가즈아에서는 귀신 같이 친숙한 말투를 쓰다니...우리는 급격하게 친해지고 있으니까 이 것도 매우 좋군..! ㅋㅋㅋㅋㅋ 그 날 저녁 식사 이후 어떤 음식들을 더 먹었는지 궁금해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귀신같이 잘하지? ㅋㅋㅋㅋㅋㅋㅋ
급격히 친해지고 있어!!!
근데 그날? 그날 언제 ㅋㅋㅋㅋㅋ 며칠 지나서 뭔 얘기하는지 나 까먹었어 ㅋㅋㅋㅋ

아~ 한국 돌아와서 핀테크 관련 행사 참여한 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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