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쓰고싶었으나 못 쓴 "생화학전" 얘기

in #kr-gazua7 years ago (edited)

kr-gazua.jpg

저번 주 부터 구상해온 글이 있어.
제목은 "생화학 무기로 학살한 말벌 왕국"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
맞아.
나는 어떤 생명 군락을 몰살시켰어.

변명을 해보자면,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길이의 벌들이 너무 무서웠는데,
그들에게 '너희 집 위치를 좀 옮길테니 좀 기다려줄래?' 라고 물어도 답이 없는거야.
그 농구공만한 말벌집이 달린 나무가지 밑은
나는 잔디 깎으러 지나가야 하는 길목이었단 말이지.
혹시 운이 나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면 내가 독박쓸 수도 있겠더라고.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우주복을 입고 커다란 비닐봉지로 말벌집을 잘 싼 다음에
떼어내서 뒤 뜰 멀리 버리는게 어떨까 했어.
그런데 큰 비닐은 있는데, 우주복이 없네. (있을리가)

우리동네에서 벌집을 어떻게 처리하나 봤더니 스프레이를 뿌리더라.
'에프X라'랑 비슷한 구조인데 압력이 더 세서
면도크림처럼 질퍽한 하얀 거품같은 것이 물총처럼 한 3-4미터는 날아가.
이걸로 입구부터 시작해서 말벌 집 전체를 거품 범벅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지.
그래 그들에겐 아우슈비츠보다 더한 고통일꺼야.

결행은 여름이지만 그래도 좀 서늘한 날, 밤 11시 무렵.
열나게 뿌리고 집까지 30미터 정도를 뛰어왔어.
그런데 집에 거의 도착해서 멈췄을 때 무언가 작은게 내 다리에 부딫혔어.
자세히보니 죽은 말벌 한마리더라.
한마리가 그 거품을 뚫고 나를 향해 돌진해 왔으나
마지막 순간 공격 직전에 독이 퍼져 죽은거지.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슬픈 순간이었어.

너희와 나는 왜 이런 인연으로 엮여서
이런 잔인한 결말을 낳아야만 했을까...


어때? 꽤 괜찮은 글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전에 쓴 집에서 쥐잡은 얘기에 이어서 시리즈처럼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사진이 없네.
그때 분명 농구공만한 말벌집을 찍은 것 같은데, 사진을 못찾겠어.
사실 그게 3년 전인지 5년 전인지도 잘 기억이 안나.
아직 내가 스맛폰 사기 전이었을지도.
그래서,
사진이 없어서,
글을 못쓰고 그냥 여기다 넋두리한다.

안녕. 다음에 또 보자.


(댓글에 혹시 '필자'를 지칭할 사람들은 그냥 '너'라고 불러. 괜히 '형'한테 반말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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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괜찮은데.

괜찮았겠지? 뭐 아쉽지만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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