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쥐 잡은 썰

in #kr-hous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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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똥나무(문화어(?): 검정알나무) 열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으로 이사온지 이제 만으로 8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여기는 미국 동부 Maryalnd입니다.) "푸른 잔디밭 위에 서있는 집"이라는 로망에 이끌려 이사오게 되었는데,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ㅠ.ㅠ 이것 저것 집 고치는 것도 힘들고, 여름에는 거의 매주 잔다 깎는 것도 힘들고, 가을에는 낙엽 치우는 것도 지겹고, 그리고 집에 자꾸 벌레가 들어오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집에 자주 출몰하는 벌레 4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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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가장 무서운(?)건 역시 돈벌레라 불리우는 그리마겠죠. 처음 이사왔을 때는 스프레이 약을 뿌리고, 그럼 이 아이가 비실비실 도망가는 걸 또 쫓아가고... 난리였습니다만, 생명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 같아 요새는 화장실 휴지 한장으로 잘 잡아서 되도록 밖에 보내줍니다. 다만 이 아이가 잡히면 먼저 다리가 끊어지고, 또 놀라 죽는 경우가 빈번하여 살생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귀찮으면 변기에 버리고 물 내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휴지 한 장으로 잡을 때의 단점은, 얇은 휴지 너머로 이 아이의 꿈틀거림이 전해진다는 것... ㅠ.ㅠ

그리마는 바퀴벌레와 그 알까지 잡아먹는다죠. 그래서 그런지 저희 집에 바퀴벌레는 없습니다. 모기도 실내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구석구석에 진치고 있는 거미가 모기를 잡아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거미도 적극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습니다. 끊질기기로는 역시 개미인데... 하지만 오늘은 쥐잡는 얘기를 하기로 했으므로 벌레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저희 집에는 쥐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한마리 잡기 전까지는요. 하지만 집 주위에서 쥐를 본 적은 있습니다. 이사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집 앞에 전 주인이 심어놓은, 소나무류인데 옆으로만 자라서 땅으로 기어다니는 나무를 정리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쥐가 튀어나와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니 왜 집 마당에 가끔 뱀이 기어다니는지 알겠더군요. 그로부터 몇 년 후...

어느날 소파 밑에 들어간 장난감을 꺼내기 위해 소파를 밀어 옮겼는데, 검은 알갱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벌레 알이라기엔 좀 큰, 깨알 보다 살짝 큰 크기였는데, 이게 뭔지 몰랐죠. 며칠 후엔 쌀자루 옆이 뜯어져 쌀이 몇 알 흩어져 있는게 발견되었습니다. 점점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어느날 밤 제가 혼자 어두운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을 감지합니다. 작고 빠르게 뛰어가는 녀석은 쥐가 틀림 없었습니다. 바로 쥐덫을 검색합니다. 그리고 이 상품을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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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e Mouse Trap (인간적인 쥐덫)" 부분에서 아마존 추천상품 입니다.

왼쪽 구멍뚫린 부분에 땅콩버터와 저녁에 먹다 남긴 삼겹살 한덩이를 넣어두고 부엌과 거실 두 군데 구석에 잘 놔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잡힌걸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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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새앙쥐입니다. 정말 작네요.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진 써먹으려고 포스팅합니다. ㅋㅋ

이 아이는...
밖에 놔줬습니다 .
다만 아내가 집 주위에 놓으면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제가 저 덫을 통째로 들고 20마일 떨어진 회사 근처 숲에 가서 놔줬습니다.집 밖은 위험하겠지만, 뭐 그것도 다 저 아이의 팔자겠지요.

위의 쥐 덫은 2개가 한 세트로 배달되었습니다. 쥐가 안잡힌 다른 한 쪽 덫은 며칠 더 놔뒀습니다. 혹시 또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며칠동안 안잡혀서 그냥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 사이에 땅콩버터만 감쪽같이 사라졌네요!
개미란 곤충, 참 무섭습니다.
설겆이의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긴 하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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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싱글하우스로 이사온지 3달째인데요. 아직도 적응이 잘 안돼요 ㅎㅎ 생생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집이 있으니 이제 이런저런 공구를 하나 둘 씩 마련할 시간입니다. ^^

쥐똥나무에 관한 글인줄알았더니 실제 쥐똥이!
그래도 해외의 쥐덫은 좀... 집 같네요?
전 어릴 적에 쥐 끈끈이에 잡혀있는 쥐를 보고 충격먹어서 쥐라면 질색입니다ㅜㅜ

네, 쥐똥나무는 미끼였어요 ^^
저도 그래서 아마존에서 쥐 덫 고를 때, 저에게 가장 충격이 적은 걸로 고른거랍니다.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인간적인 쥐덫이라니.. 뭔가 재미난 상품명이군요.
어찌 됐던 어린 새앙쥐의 어드벤츠 모험담이 드디어 시작되었군요.
행운을 빌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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