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28.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 | 시공전문가 박강현이 건축주에게 전하는 집짓기 메시지

in #kr-funfun6 years ago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jpg

ISBN : 9788993442380

초등학생 시절, 학교 숙제로 집 단면도를 처음 그려봤습니다. 렇게 시작한 나의 단면도 놀이는 미래에 내가 살 집 단면도 그리기로 발전했고, 직접 모형을 만드는 놀이로 진화했습니다. 직접 방의 위치와 주방 위치를 정하고, 종이를 잘라 실제 모형을 만드는 일은 무척이나 재밌는 놀이었습니다.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런 집을 지을 거야'라며 방은 3개, 화장실은 2개인 집을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2층집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라 TV로만 보던 2층집 모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방은 4개나 5개로 늘어났고, 나중엔 마당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나는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서 이런 집을 지어서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살아야지'라는 당찬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풋!!! 돈이 얼마가 들어갈지도 모르고. ^^

'내가 살 집 내가 직접 지어볼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합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긴 쉽지 않습니다. 우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사서 입고, 제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졸업했으며, 남들 따라 취직하고 결혼하고 부모가 됐습니다. 내가 살 옷을 디자인한 적이 없으며, 내가 가야 할 대학을 고르지 못하고 성적순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래선지 '집을 내가 지어?'라는 상상은 해보지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디자이너가 설계한 아파트에 들어가서 이웃과 똑같은 집 구조에 나를 맞춰 살았습니다. 독신도, 식구가 셋이어도, 식구가 다섯이어도 방 3개 집에 맞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내가 사용할 가구를 직접 만들고, 내가 사용할 비누를 직접 만드는 불편을 즐거워합니다. 남들과 똑같은 옷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옷, 남들과 똑같은 집이 아니라 남들과 다르고 내 가족만을 위한 맞춤집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짓기는 밥짓기처럼 해보며 배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만 해야 할까요?

집짓기는 밥짓기와는 달리 '오늘은 물이 적으니 내일은 물 양을 늘려보자'처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짓기 전문가와의 만남이 중요합니다. 집짓기는 전재산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큰일이기에 탁월한 건축가와의 만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건축주)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내가 제대로 알아야 집짓기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설계에서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프로세스는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자가 없는 집, 냉난방비가 적게 드는 집, 환경호르몬이 덜 방출되는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내 가족의 건강과 재산을 지켜주는 집짓기를 하기 전에 읽어봐야 할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건축에 문외한인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썼더군요. 설계는 어떤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지, 진짜 제대로 된 건축가는 어떤 사람인지(현란한 사진으로 유혹하는 겉만 뻔지르르한 사람과 속이 알찬 사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함), 시공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하자 보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아주 꼼꼼하고 쉽게 말하고 있더군요. 특히나 콘크리트 건물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그 과정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레미콘의 시간 간격 조절, 양생의 조건 등은 큰 공부가 됐습니다. 환기를 위한 전열교환기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땐 '아, 이런 게 있구나. 없어도 되겠지.' 하며 읽다가 나중엔 '꼭 필요한 장치구나'로 제가 설득됐습니다. 앗,,, 그리고 저자의 재치와 센스가 책 곳곳에 보이는데요, 시사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보여서 읽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재해석 동화가 세 편 나오는데요, 와~~~ 작가님 글솜씨가 대단하더군요. 건축이라는 이 어려운 내용을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게 썼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다음엔 재해석 동화만 따로 모아서 책을 내도 되겠어요.

그러니까, 작년. 살던 집에 곰팡이가 너무 많아 이사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2층인데도 곰팡이가 심했던 이유는 아마도 부동침하가 원인이었나 봅니다. 장마 때면 비가 새기도 했고, 가구를 놓을 때 보니 집이 많이 기울어 있는 것도 같았거든요.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지은 지 30년 정도 된 저층 아파트라서 두 아들 모두 아토피 증상은 없어서 좋습니다. 벽이 옹벽이라 못도 안 박히지만 튼튼해서 마음에 쏙 듭니다. 처음 이사할 땐 너무 넓고 좋아 보였는데 둘째가 태어나니 다시 좁아 보이는... 그래서 큰 아이 초등학교 갈 때 정도면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집짓기도 배제하지는 말자는 쪽으로요. 어릴 적 종이로 만든 2층집 모형이 생각났습니다. 마당에는 허스키를 키우고, 1층엔 넓은 거실이 있고 2층엔 아늑한 침실이 있는 2층집.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으히힛.


♡♥♡ 보팅 댓글 리스팀은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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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해야 외국인의 어뷰징을 막을 수 있을 지 고민 중입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시네요.
외국인의 어뷰징...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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