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어머니가 패드립의 절대다수 대상인 이유

in #kr-feminism6 years ago (edited)

글을 시작하며

흔히들 가장 심한 욕설을 들라 하면 패드립을 지목할 것이다.
패드립이란 패륜적 드립의 준말로 주로 부모님을 욕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세계를 막론하고 패드립의 대상에 아버지는 지워지고 어머니만 있다는 것이다. 느금마 창년, 니애미 개씹창보지, 기타 등등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용어만이 패드립의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애미뒤진새끼 같은 발언은 당사자를 직접 욕보이는 효과도 있긴 하다만, 어쨌든 이런 경우 조차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리고 패드립을 들은 당사자는 불같이 화를 내는게 일반적인 루트다. 이제 30세가 된, 남고를 졸업한 내 지인은 “내가 고등학생때 패드립은 곧 암묵적인 몸싸움을 의미했다.” 고 내게 말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마 지금도 현실에서의 어머니 욕은 직접적인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패드립을 심한 욕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들 중 “왜 패드립의 대상은 어머니에 한정될까?”라는 물음을 던진 사람은 몇 없는 것 같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성녀”

여성숭배로 대표되는 여성혐오. 개념녀, 진정한 어머니, 순결한 여성과 같은 말이 '칭찬'으로 사용되는 말들은 남성에게 여성을 판단하고 잣대 내리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분류할 권력을 쥐어 주는 것이다.

이 주제를 논하면서, 나는 먼저 우리들의(특히 남성들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한국에서의 ‘어머니’란 누구이고,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한국의 어머니는 무조건적으로 나(자식)의 편을 들어주며 나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사람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한국의 어머니는 그래왔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머니를 눈물 팔이용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가족을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신, ‘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머니란 성녀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기에, 한국의 어머니들 중 절대다수가 그 희생을 묵묵히 짊어지기에 어머니는 숭고하고 절대로 욕해서는 안되는, 그런 사람이다.


어머니를 욕하는 것은 곧 나를 욕하는 것

한국에서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정서적으로 자식들과 가깝고 친밀하다. 때문에 패드립에 여성혐오가 주를 이루는 이유는 양육자의 역할이 부과된 어머니를 욕함으로써 가장 친밀한 대상의 숭고함에 누를 가하여 ‘나’라는 존재를 직접적으로 욕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아, 이런 어머니 욕에 대한 미러링도 물론 존재한다.
느개비 에뛰드 화장솜 도둑
느개비 화장실 불 끄면 소리지름
느개비 컵라면 6개 18분 기다림
느개비 나쁜 페미니스트 제목만 보고 삼

기존의 어머니 욕보다 아버지 욕이 더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속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밑밥>
굳이 ‘느개비’란 단어를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러링은 말 그대로 거울에 비친 대상이 더러운 것을 확인시켜주는 수단일 뿐이며 ‘느개비’란 단어 조차 오리지널의 더티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한 느개비를 지적할 시간에 그것이 미러링하는 대상의 심각성을 떠올리고 이를 반성하는게 이치상 맞는 것이다. 미러링을 향한 당신의 분노는 실질적인 '혐오'의 문제점을 환기하는 것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니 댓글로 나랑 싸울 생각은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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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제 뇌의 회로를 넓혀주시는군요.

시린님 댓글 감사해요~ :) ㅎㅎ 회로를 넓혔다니 기분 좋네요^^

Wow....amazing philosophy...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7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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