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괴물

in #kr-feminism3 years ago (edited)

웬만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 집단이긴 한데, 언젠가는 해야 할 거 지금 해두겠음.
이렇게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쓰고는 있지만 사실상 기록차원으로 내가 2018년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스스로를 회상하기 위한 글임과 동시에 내 가치관을 검열하려고 드는 안티페미들한테 시간 쏟기 귀찮아서 쓰는 글일 뿐.

1.

우선 나는 워마드가 탄생 때부터 도를 넘어선 집단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메갈리아가 살아있던 시절, 메갈이 공식적으로 남성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금지하자 일부 분리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자처해서 워마드를 만들었다. 이 시점에서부터 워마드는 이미 잘못된 집단이라니까?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 코르셋, 이중잣대와는 상관 없이 철저하게 정치적인 입장으로 접근했을 때 소수자 혐오를 한 자는 누가 됐든 간에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설령 니가 아무리 여성이라는 거대한 소수자 집단에 속한 자라고 할지라도, 너의 소수자성이 다른 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없다. 이건 단순하게 하나의 의견으로서가 아닌 정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2.

1.에서 이미 내 스탠스는 정해졌으니 나한테 워마드(+터프)가 한 짓 들고와서는 님 이거는 진정한 페미니즘 웅앵웅- 거리는 녀석은 상대도 안해주겠다.
어쨌든, 나는 워마드에게 극에 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다른 소수자를 혐오하고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여성을 공격하고 배제하는 그들을 보고 있는건, 기존의 기득권층(시헤남)을 보고 끔찍함을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3.

내가 워마드를 싫어하는 감정과는 별개로, 워마드가 보여주는 사회(권력자들)의 민낯은 분명 실재한다. 나를 놀랍게 했던 것은 워마드란 집단이 한 행동이 아니었다.

워마드가 수컷 고양이를 성학대하는 것은 일베의 암컷 강아지 성폭행을 미러링 한 것이다. (미러링이라고는 하지만, 또다른 약자인 동물을 학대함으로써 그 당위를 잃었다.)
워마드가 몰카를 찍은 것은 일베 뿐만이 아닌 각종 남초사이트에서 수천번, 수만번 시행되었던 일이었다.
워마드가 올린 성체훼손에 비해 일베가 마리아를 성희롱한 것은 전혀 가시화되지 않았다.
워마드가 올린 낙태 사진은 구글에 낙태를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것이었고, 과거 남초에서 낚시성 글에 올라오는 사진이었다.

내가 놀란 지점이 어딘지 아냐? 워마드가 그 어떤 짓을 해도 원본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놀랍게도, 이미 사회적으로 악마화 된 집단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사회의 썩은 부분을 못 따라간다는게 정말 비참한 일이라는 거야.

4.

3.을 보고 내가 워마드를 옹호한다는 별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작자들도 있을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 말을 계속하자면.

나는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 혐오 문제에 있어서, 일반적인 남성 집단과 일베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일베가 없었다고 해서 몰카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아니. 이건 일베를 소라넷으로 바꿔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미 몰카 공화국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한국 남성이라는 집단은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무얼 하였나요?" 라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가해자 혹은 방관자 밖에 더 돼?

비단 몰카 뿐만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고 있는 모든 여성혐오의 문제에 있어서 남성이라는 거대한 집단은 가해자가 맞다. 개개인의 문제로 들어가서 뜯어 볼 일도 아니라서 "저는 여혐한 적 없는데요!" 라고 웅앵거려 봤자 너는 구조적인 측면으로 여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아무리 "저는 깨끗하게 살아왔습니다! 여혐따위 하지 않았어요!" 해봤자 본인 의지와는 상관 없이 스스로도 모르게 여혐을 해 왔다고.

5.

4.의 마지막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논페미들도 있을테니 덧붙이자면,
스스로 혐오하는 것을 인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나 또한 그러하다.
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비장애인 시스젠더 여성 헤테로로서. 장애인,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그리고 어쩌면 비수도권 거주자를 타자화하고 있다. 혐오는 이 때 발생한다.

내가 마음대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은 꽤 많은 장애인들에게 불가능한 것이다.
내가 시스젠더 여성으로서 나를 표현하는 것은 트랜스 여성들에게 있어서 꿈과 같은 것일 수 있다.
헤테로들의 언어는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헤테로인 척 행동하도록 만든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내가 시설이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 네가지는 모두 내가 의도적으로 한 일이 아니다. 모르고 해 온 일이며, 사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이기에 '제가 잘못한 게 아니예요' 라고 얼버무리기 딱 좋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있다.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또한 혐오이자 폭력이오, 그것이 곧 권력이다.

그러니까 가부장제 사회를 살아가는 당신이, 당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여혐을 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진짜 사회를 정의롭게 구현하고 싶다면, 스스로 사유하고 반성해야 하는 거라니까.

6.

다시 워마드 이야기로 넘어오자면, 워마드를 멈추는 방법은 하나다.
워마드에게 관심을 주지 말아라. 나는 안티페미들한테 놀라는게, 나도 모르는 일들을 걔들이 먼저 알고 "워마드에서 이러이러한 짓을 했읍니다. 으아아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죠 페미니스트님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마드의 만행을 들고 와서는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그들의 행동은 전혀 정의로운 행동이 아니다. 왜냐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워마드의 원본은 더욱 극악무도하며 걔들은 그 원본에 대한 비판을 전혀 하고 있지 않거든.
사회문제니 뭐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이 진짜 정의를 추구한다면 과격한 페미니즘을 검열하기 전에, 그 과격한 페미니즘의 원인부터 찾고 비판을 하고 와라. 사실 그 원본들을 먼저 비판하고 걔네한테 손가락질을 했으면 워마드라는 집단도 생기지 않았겠지만.

7.

어쨌든, 워마드는 괴물을 공격하다가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 버린 집단이다. 나는 그 원인을 사유가 부족한 것과 억울함을 엉뚱한 데에 푸는 것에 두고 있다.
그러나 워마드가 무슨 짓을 했든, 그들의 (여성이라는) 소수자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 또한 이 사회의 피해자이며, 철저한 억압 구조에서 발생한 산 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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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와 가장 처절하게 싸운 것도 페미니스트 집단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안에도 얼마나 갈래가 많고 다양한데 그저 여성운동 까고 싶은 사람들에게 워마드는 페미니즘을 뭉뚱그려 공격하기 위한 명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도 워마드하냐, 워마드 옹호하냐, 워마드 욕하지 않으면 워마드 옹호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식으로 공격하는 사람들 너무 지겹습니다. 빨갱이 종북몰이랑 뭐가 다를까요... '김정일 개새끼'해보라는 논리랑 똑같다고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덧1. 양심적으로 천주교 아닌 사람들은 워마드 성체훼손을 두고 '페미니즘은 정신병'을 외치면 안 된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보통 성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무지하다. (본인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비신자가 성체훼손을 비난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나 뻔해서 역겨운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댁은 그냥, 성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중요하다길래, 워마드 욕하고 싶어서 그러고 있는 것 뿐이잖아. 일베의 마리아 성희롱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면서.

어쨌든,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안타까움과 죄송함을 표한다.

덧2. 내 문체를 보고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한테 있어서 딱 거기까지인 사람일 뿐이다.
내 문체는 건방질지언정 그 내용은 떳떳하다.
존댓말 꼬박꼬박 써가는데, 자신이 다른 소수자 집단을 혐오하고 있음을 인지도 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예의 바른 인간이라고 정신승리하는 멍청이들과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덧3.
워마드는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
그것을 지켜보며 워마드에게만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당신은 워마드보다도 훨씬 더 이전에 이미 괴물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남성이라는 거대한 집단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여성집단(워마드)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하는 나도, 누군가의 입장에서 보면 괴물일 것이다.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괴물이라 지었다.

어째 말이 길어지는데, 과거에 여성이 투표권도 없던 명백한 2등시민 시절을 들고와서는 지금은 평등하지 않냐, 라는 나이브한 기준을 들이미는 자 또한 상대도 안해주겠다.
여성을 향한 차별과 배제, 혐오는 더욱 구조적으로, 상냥함으로 포장되어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지.

게시글 전문에 동의해요

늘 보러와주셔서 감사해요 @ddaradan님 :)

그들은 이런 짓을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