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한 잡생각

in #kr-fashion6 years ago

옷에 대한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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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학교의 1952년 졸업사진으로 글을 시작해본다.

졸업식에 보이는 흔한 학사모와 학사복은 없지만, 분위기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각양 각색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 웃으며 자신들을 보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50년대의 예일의 모습은 2017년 11월 3일에 보기에도 멋지다. 흑백이 살려주는 그 시간의 멋인지, 아니면 그들 하나하나가 단조로움 속에서 개성을 차린 게 멋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후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던,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니던 엘리트들의 모습이라 전혀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테지만 어찌 됐건 65년 전에도 옷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아이비리그의 개성을 구축하던 아메리칸 룩은 일본으로 넘어가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 중심에는 미국 문화를 동경하던 이시즈 켄스케의 VAN JACKET이 있었다. 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을 사이에서 유행한 아이비리거 풍의 아메리칸룩은 결국 아메카지라는 이름으로 남게 된다.

이후 일본의 고성장에 따라 급격하게 일본의 패션은 발달하게 되고, 이 와중에 여러 하위문화 (Subculture) 들의 영향을 받아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 이후 버블이 붕괴된 90년대의 사건 이래로, 사람들의 삶은 각박해졌고, 여기서 UNIQLO가 등장한다. 조그마한 가게에서 시작된 유니클로는 삶에 각박한 사람들에게 크게 각광받게 되었고,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진 현대인에게는 아주 알맞은 '옷'이 돼버린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돈이 없고 개성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H&M이나 자라를 입기 시작한다.

SPA 브랜드 주체로, 대량생산이 가져오는 이점은 사람들이 더 이상 패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제시한다.

물론 이 경우는 아주 대중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중에서는 아주 좋은 옷을 입거나, 아주 특이한 옷을 입거나, 자신의 철학을 보수하며 옷을 입는 이도 많았다. 바다 건너 문화의 중추가 있었던 유럽에선 사회와 문화가 패션에 대한 이유를 계속해서 던져줬으니까.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려는 방법은 물론, 각자마다 다르다.

칼럼니스트 박세진 씨가 말하길,
'우리'가 관심 있어 하는 옷이라는 것을 포기하면 진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단다.

"일례로, 버니 샌더스 홍보 문구로 만들어진 발렌시아가 후디를 포기하면 4천 원짜리 커피를 약 250잔 정도 마실 수 있다. CGV나 롯데시네마에 가서 우리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100번 볼 수 있다. "

그래서 옷을 좋아하는 나도, 계속해서 타협한다.
2차대전 직후 전쟁 물자로 만들어진 옷들을 입으며 그 옷을 자기식으로 표출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전후 시대 사람들처럼, 제법 저렴한 기성복들과 남들이 입던 옷들로, 혹은 시대에 잘 나간다는 것들을 복제하고 복제한 옷들을 입어가며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앞으로 이런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돈을 벌지도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며 계속 타협하며 유니클로를 입을 수도 있고, 혹은 어떤 문화에 편승해서 '새로움'을 입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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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mfunk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showroo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패션을 정말 좋아하고 업으로도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패션을 얻음으로써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하느냐 vs 패션을 포기하고 다른 효용들을 얻느냐,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 같아요🤠

이쪽 세계에도 어떤 선순환이 있었으면 좋겠는데...말이죠.. 아무래도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이 더 강한거 같아요. 일반적인 인식은 패션=소비=사치재이고 순환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덴티티 표출이라는 점에서 패션은 정말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돈을 들여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 여러 가지 포인트에서 패션이 소비로만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딜레마가 많이 생기는 듯 합니다.

맞아요! 사치재라고 생각 하는 분들이 많으실테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돼요! 하지만 저는 일종의 “투자” 라고 생각해요! 옷에 투자를 함으로써 나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남들에게 내가 잘 보여질 수있다면 결코 나쁜 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외모가 전부가 아니지만 결코 무시할 수 만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래서 패션에서도 항상 적당히라는 단어가 발목을 잡아요.
오늘은 일해야하는데 적당히 편하게 입자라고 하면서 정말 슈퍼노말한 유니클로 옷만 주구장창 입기도 하고 맨날 이정도면 됐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갖기도 하는 것 같은데.. 딱히 좋지는 않은데 적당히라는 선에서 타협할 때가 많네요

그렇죠.. 상황과 시간에 따라 옷입기는 달라질 수밖에요.. 개인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당히를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에는 상당한 내공이 따를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주륵...

늘 좋은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짱짱맨 가즈아!

크킄. 좋은옷에 대한 욕망.

좋은 옷 사고싶습니다만..ㅠㅠ

옷에 관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계시네요!
@홍보해

홍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확고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다져나가는 중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어요.패션은 저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에요 앞으로도 관련 포스팅 해볼게요 !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옷을 좋아하는데..마음에 드는 옷을 쉽게 구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돈을 절약하려면 시간이 많이들고.. 시간을 결국 돈이고.. 결국 나중에 사야지 하면서 미루게되는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에 너무 얽매이면 안되는데 말이죠!

그쵸.. 뭐든 잘하려면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 듯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타협점을 '유니클로' 혹은 좋은 브랜드의 '세일기간'으로 잡는 편이고, 돈이 쪼들린다 싶은 경우는 안사기도 합니다. 의복은 영속적이지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속적인 투입이 필요한데.. 가진 자원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옷장을 활용할지가 그 지속적인 투입에 있어서 관건이 되겠죠..ㅠ 얽매이지 않고싶은데도 어쩔수 없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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