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12 하고 싶은 것

in #kr-essay9 years ago (edited)

대문2-1.jpg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누군가 내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동네에서 함께 운동을 하다 알게 된 동생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그만둔 뒤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던 녀석이었다.

 “어어, 그래. 오래만이네. 한 3년 만인가?”
 “그쯤 됐죠?”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맨날 그렇지.”

우리는 서로의 근황에 대해 빠르게 물었다. 그가 학교를 졸업한 것도 모자라 취업까지 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벌써?”
 “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갓 취업한 상태였고, 이 아이는 막 대학에 입학한 시기였다. 그런데 졸업도 모자라 취업까지 했다니. 새삼 시간 한 번 빠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 구청에 있어요.”
 “구청?”
 “네. 작년에 구청으로 발령 났어요. 다닌지 이제 일 년 됐어요.”
 “아, 공무원 시험 봤구나.”

이제 스물여덟 밖엔 안 된 아이가 벌써 공무원이 됐다니 한 번에 시험을 통과한 모양이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빠르게 진로도 정하고 이미 자리까지 잡았다니 어쩐지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에선 속과 달리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하고 싶은 게 없었어?”

축하한다는 말이 먼저였다. 공무원이 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는 것인데, 단지 공무원이 됐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게 없었을 거라 치부해버리다니. 어리석은 말실수에 사과를 하려던 찰나 그가 씁쓸히 웃었다.

 “모르겠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뭔지.”

자신의 대답이 머쓱했던지 애먼 뒤통수만 긁었다.

 “그래서 그냥 잘하는 걸 하다 보니 공무원이 됐어요.”

운동신경은 조금 부족해도 공부 하나는 잘하는 아이였다.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이 아이에게는 가장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었으리라.

 “그랬구나. 잘 됐네.”

어색하게 웃는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고 전한 뒤 우리는 짧은 만남을 끝냈다.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해진 장소가 아닌 오늘처럼 알 수 없는 어느 길 위일 것이다.
집 앞 계단을 오르다 문득 예전 그와 술자리에서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술기운에 한껏 흥이 오른 녀석은 말했다.

 “하고 싶은 걸 찾으려고요.”
 “하고 싶은 거?”

나의 되물음에 맹세라도 하듯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네. 이젠 집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찾을 거예요.”


……결국 못 찾았구나.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어쩐지 무겁다.

맺음말_크기 변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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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오셨어용ㅠㅠ

제 인생에서 가장 긴 명절을 맞다 보니 그리 됐어요. :)
그래도 푹 쉬다 왔답니다. ^-^

집에 얽매이지 않는다 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들리네요.
늘 현실 안에서 꿈을 갖아야 하는 이 가슴아픈 현실^^

안녕하세요 주노님. :)
아마도 여러 사연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요. 그에게 집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말씀처럼 현실을 벗어나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코님 포스팅보니깐 괜시리 반갑네요 ㅎㅎ저도 가끔 생각하고 있는 것과다르게 표현이 될 때가 있는데 조심하려고 한답니다...ㅋ.ㅋ...그리고 전 크게든 작게든 하고 싶은게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하아...ㅋㅋ

저도 이렇게 햇쌀님을 뵈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

하고 싶은 게 점점 많아지도 있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제 절친 중 한 명은 가끔 술에 취하면 저에게 하고 싶은 게 없다면서 하소연 할 때가 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있자면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였나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게 하고 싶은 것인가 반문하기도 한답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 크기는 상관없이요. 하고 싶은 일 모두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할께요. :)

저도!!항상 초코님! 응원하고 있습니다! ㅎㅎ감사한 말씀 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

하고싶은걸 찾아서 마음껏 그것을 펼치기에는 지금이 너무 혼란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꿈을 가지고 있지만 학업이나 여러가지 여건으로 꿈을 접는 제자들을 볼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요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꿈이 있어서도 현실에 부딪쳐 포기하는 사람 많지요. 게다가 꿈을 찾지도 못한 사람도 많더라고요.
저도 그런 후배나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어요. 물론 저도 제 꿈을 이룬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하고 싶은 걸 찾아 하고 있거든요.
말씀대로 지금은 너무 혼란스러워 더 그런 거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무원 좋잖아요.ㅎㅎ
누군 공무원 하고 싶어도 안되는데.;;;;
한번에 붙은게 대단하네요.^_^
다음에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격렬하게 축하해 주세요.ㅎㅎ

네. 꼭 그럴려구요. 다음 어느 길 위에서 만나게 된다면 꼭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어요. 사과는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감은 지울 수가 없어서요.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울곰님. ^0^

저도 가끔 말실수하고는 혀를 콱!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

현직 공무원에 계신 분 말씀이 요새는 공무원이 인기가 많은데, 그만큼 휩쓸려서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1~3년 사이에 그만두는 공무원이 예전에 비해 많다고 하셨어요.

아,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군요. 휩쓸려 왔기 때문일까요.

예전에 비하면 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 기사들이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선입견 같은 게 생겨서 그에게 말실수를 했던 거 같아요. 다음에 만난다면 맛있는 거라도 사주려고요. :)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코님의 글을 읽으니 뭔가 씁쓸하네요... 청춘들이라면 대부분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인 것 같아서요ㅠ (그리고 글을 정말 잘쓰시는 것 같아요! 감탄했습니다 ㅎㅎ)

아마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선배로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그리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조심하세요. 송이님. ^0^

한번에 공무원 시험에 붙은 건 잘했네요. ^^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먼 길 돌아가지 않고 한 번에 간 거였으면 좋겠어요. ^^

초코님 돌아 오셔서 너~~~~ 무 좋아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렇게 반겨 주셔서 너무 기분 좋은데요? :)

아마 그 친구 잘 해낼 겁니다. 성실한 아이니까요.
해피님 하루도 마법 같은 일이 이러나실 거예요! :)

'하고 싶은게 없었어'라는 질문이 아프지만, 사실이죠. 저도 이나이가 되어도 하고 싶은게 뭔지 잘 모르니 말이에요. ^^ 삶을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잘 보고 가요. ^^

그 친구에게 말실수 한 거 같아 미안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예전에 제게 했던 말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미안한 건 여전하지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감기조심하세요! :)

저도 제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 이상하게 나갔던 적(마치 잠시 빙의라도 된 마냥)이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었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일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지못해 그나마 할만한 것을 하며 살고있는 청년이라서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살짝 아렸어요ㅠㅠ

댓글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말실수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
허니님도 많은 고민을 하셨군요. 저 역시 항상 고민하는 것이기도 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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