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세이] #3 굿빠이 로건

in #kr-essa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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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부산한 아침. 세수도 없이 후드만 뒤집어쓴 채 영화관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다렸던 영화 ‘로건’을 보기 위해서였다.

로건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다. 휴 잭맨은 무려 17년 동안이나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으로 살아오며 많은 사랑받았다. 내가 처음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엑스맨에서였다. 그때 그 설레던 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갓 스무 살이 되던 해였을까. 난 처음으로 마주한 ‘엑스맨’이라는 영화에 한눈에 빠져버렸다. 그들의 화려한 초능력을 보고 있으면 꼭 상상이 현실로 실현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이 멋들어진 은색 클로를 꺼내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 후 난 울버린이 나오는 영화라면 놓치지 않고 관람하고는 했다.

17년이란 시간이 지나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과 마주하게 됐다. 로건 속 울버린, 아니 휴 잭맨은 많이 늙어 있었다. 다시는 못 볼 휴 잭맨의 울버린과 어느새 어른이라는 범주에 들어버린 나. 불사신이었던 그의 죽음에 내 청춘 한 줄기도 끝나버린 거 같은 기분이었다.

나의 한 시절과 함께 했던 무언가가 끝나버렸다는 아쉬움. 이런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은 아니었다. 30대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그 끝을 봤을 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나의 학창 시절과 함께 했던 게임이었다. 교복을 벗지도 않고 PC방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편을 짜 시합하기도, TV 앞에 앉아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은 스타크래프트도 공교롭게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차기작인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길었던 전쟁을 끝마쳤다.
엔딩과 함께 쓰여 있던 댓글이 생각난다.

'젊은 시절 함께한 스타크래프트의 끝으로 내 청춘도 끝났다.’

울버린과 함께했던 시절은 내 생애 가장 화려한 날들이었다. 아직도 아스라이 기억나는 추억들 하나하나가 반짝이며 빛내고 있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래서 더 아쉽고 그리운 나날들.
바라지 않던 어른이 된 지금,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과 누구보다 찬란했던 우리의 젊은 날을 보내며 말한다.

굿빠이 로건. 굿빠이 나의 청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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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x맨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마지막 울버린의 영화는 너무 잔혹하고 슬픈 그러나 또다른 빛을 남긴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로건은 앞으로 히어로 영화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보야준 것 같아요.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나온다고 광고 나오던데요??
전 스타를 못하지만;;

저도 이제는 거의 못하는 수준이라 구경만 하는 중. 리마스터는 유투브로만 봤는데 괜찮은 거 같더라구요.

와우를 하셨으면 청춘연장이실텐데 ㅎㅎ

앗, 그러네요. 일리단도 그렇고 굴단도 그렇고. :) 다시 살아나셨어!

로건이 의미없이 죽은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했으니 슬프지만 다행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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