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세이] #2 비가 오면

in #kr-essay7 years ago (edited)

장화와 우산.jpg


비 오는 날이 좋다. 빗물이 타닥타닥 창문을 때리는, 틱틱하며 나뭇잎들을 스치우는 소리가 참 좋다.
한껏 늦장을 부린 아침. 따뜻한 커피온기가 고스란히 담긴 머그컵을 감아쥔다. 그리고 부릴 수 있는 만큼 여유를 부린다. 빗소리에 어느 때보다 조용해진 공간 속에서 온전히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도 좋다.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다양하다. 탱탱하며 철을 튕기는 경쾌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만 같다. 뽀각뽀각 소리 내며 빗물을 지워내는 와이퍼, 비를 가르고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도 싫지 않다.

어린 시절 비가 오면 종종 할 일 없어도 장화를 신고나가고는 했다. 고인 물웅덩이를 찾아 그 위에 우산을 쓰고 쪼그리고 앉으면 빗소리는 더욱 또렷했고 생생했다.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땐 낭만을 찾는다며 고소한 기름 냄새로 가득 찬 막걸리 집이나 인적이 드문 조용한 카페에 들락거렸다. 분위기를 안주 삼은 막걸리에 흠뻑 취하기도, 달콤한 커피 마시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취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비 소리에 작게나마 여유를 부려본다. 단골 막걸리 집도, 조용한 카페도, 작은 발에 끼웠던 장화도 없어진 지금. 할 일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조차 없는 우리를 위로하며.

확인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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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 빗소리 좋죠.. 안전하니까..-ㅅ-
그 묘한 안정감

맞아요. 그래서 저는 비오면 일부러 차 안에 들어가 있고는 했어요. :)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막걸리집......

비 오는 날 길게 늘어서 있던 전집들과

빗소리 처럼 나던 전 굽는 소리가 그립네요.

광장 시장이라도 가야 하나......

오늘 비 소식이 있던데 저는 회사 끝나고 한 잔 할 생각입니다. +_+

저는 당분간 금주 하기로 해서 ㅠㅜ

상상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ㅠㅠ

다운보팅 피해 복구 지원차 풀봇 하고 갑니다.

아이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빗소리는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좋죠.^_^

맞아요. 그냥 듣고만 있어도 안정되는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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