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in #kr-drama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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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드라마를 안 보다가 리스트에 저장해놨던 드라마들을 몰아서 봤다. 리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면서 든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해볼까 한다.



출처: 여기


이태원 클라쓰


예전에는 소설이나 만화책 원작의 드라마가 종종 있었는데, 요새는 웬만한 드라마는 모두 웹툰 원작인 것 같다. 이 드라마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툰을 보지는 못했지만 꽤 평이 좋다고 알고 있다.

한번 듣고는 뭘 말하려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 제목, 어색한 헤어스타일의 남주인공,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 여주인공 등등의 이유로 처음에는 보는 걸 망설였었다. 그러다가 웹툰에 이어 드라마도 평이 좋았고, 어색한 헤어스타일마저 유행시킬 정도로 드라마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어디 한번 보자 싶었다.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좀 과장과 억지 설정이 곳곳에 보이긴 했지만, 이십대 청춘들의 도전을 보여준 것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의 복수는 언제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젊은 청춘들의 일과 사랑은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소재다. 거기에 적재적소 박힌 공감가는 대사들, 신나는 OST도 성공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하현우가 부른 '돌멩이'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좀 아쉬운 면도 있었다.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고, 드라마에 대한 좋은 평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점을 말해볼까 한다.


복수를 하면 정말로 통쾌할까


나는 언젠가부터 복수에 대해 회의적이 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소설 <러블리 본즈>를 읽고 난 후부터. 복수를 해서 상대방을 감옥에 보내고, 단죄를 한다 해도 엉망이 돼버린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진정한 복수란 무엇일까? 죽은 아빠처럼 그들이 죽어야 복수인가? 그들의 기업을 무너뜨리면 복수인가? 내가 그것보다 더 큰 기업을 세우면 복수인가? 그들을 무뤂꿇리면 복수인가? 복수를 하고 나면 정말로 통쾌할 것인가?

'복수'가 이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큰 원동력 중 하나라는 건 알지만, 그리고 복수를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것도 알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계속 생각했던 거 같다. 박새로이가 원했던 복수는 뭘까? 그는 언제 복수를 멈출까? 복수를 하고 나면 행복해질까? 그 전에는 행복해지면 안되는 걸까? 그의 아빠는 그걸 원하고 계실까?


공감할 수 없는 등장인물


등장인물들 중 공감가지 않는 인물을 말하라면 여주인공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예 캐릭터 자체가 그렇다. 약간 소시오패스 경향도 있고, 안하무인에 남을 신경쓰지 않는 천재. 그랬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에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공감을 할 수 없는 인물이 또 한명 있었다. 바로 나라가 맡았던 인물.

자신과 자신이 친아빠처럼 따르던 박새로이네 가족을 짓밟았던 기업. (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기업 이름을 까먹었다. -_-;;) 그 기업의 회장이 학자금을 대준다고 덥썩 받고 싶을까? 그래, 열번 양보해서 학자금은 장학금 명목으로 받았다 치자. 거기에 정말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고 믿어보자. (물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지만.) 그 후에 꼭 그 기업에 취직을 했어야 했을까?

물론 그녀는 끝에 가서 개인적 양심을 지키긴 했지만, 그녀의 행보가 참 아쉬웠다. 내 삶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그냥 단지 '더 나은 직장'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걸까.


공과 사는 구분하자


내가 또 하나 껄끄러웠던 건 바로 사내연애 부분이다. 사내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그걸 굳이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 내가 꼰대라 그런지는 몰라도 좀 눈쌀이 찌푸려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들이다.

이건 전에 역시 재미있게 봤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그랬었다. 아무리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사내에서 알콩달콩 조마조마 연애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흐뭇하고 재미있다고 해도, 만일 그게 현실이라면 좀 선을 넘을 수도 있는 장면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여주인공이 회사 내에서 수시로 사장인 박새로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 물론 현장을 목격한 다른 직원들은 겸연쩍어 하며 아이고, 얼른 자리 피해줘야지, 하는 표정으로 달아나고. 일개 직원이어도 그렇겠지만, 더군다나 사장 정도 됐다면 공과 사는 구분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물론 이 드라마에서는 이 둘이 (비록 한 명은 부인하고 있을지언정)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둘 사이에 십년 넘는 인연이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다는 배경이 있지만, 그럼에도 직장 내에서의 일을 좀 가볍게 다룬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 사랑고백, 퇴근 후에 하면 어디 덧나나?

그래도 재미있게 봤으니 그럼 된 거지.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열내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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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더 재밌게 봐서. 드라마는 초반에는 재밌었는데 성공하고서부터 별로 재미가..ㅎㅎ

맞아요. 성공하면서는 좀 별로였죠? ㅎㅎ

드라마라도 웹툰 원작이다 보니 약간 과장된것은 좀 많았던것 같아요! 저도 재밌게 본 드라마~ ㅎㅎ
돌멩이~ 이노래 너무 좋아요^^

하현우가 불러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가사도 이십대들의 도전에 딱 걸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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