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1. Happy Thanksgiving Day!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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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이었다. 작년까지는 근처 음식점에서 칠면조를 팔든 말든 그 모든 게 관심 밖이었는데, 올 들어 친해진 친구가 1년 내내 추수감사절을 기다려서 올해는 나도 괜스레 들떴다.


혼자 모든 음식을 준비하게 하기 미안하기도 하고, 미국 가정의 레시피가 궁금하기도 해서 오후부터는 나도 함께 음식을 도왔다. 친구와 내내 수다를 떨며 요리를 하고, 친구 아버지와 영상 통화도 하고 하다 보니 왠지 한국의 추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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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의 추석 음식과 달리 대부분의 채소가 통조림 캔에 들어있었다. 친구 얘기로는, 1년 내내 신선한 채소를 먹었기에 추수감사절 하루 정도는 캔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게다가 엄청난 양의 버터, 우유, 크림 등도 들어간다. 미국의 스케일이란!

추수감사절 요리로는 그린빈 캐서롤과 고구마 캐서롤, 옥수수 수플레를 준비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친구도 추수감사절에만 먹는다고 하니 그간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당연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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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수플레 준비

주재료가 두 종류의 옥수수 통조림과 옥수수 가루인 옥수수 수플레는 아쉽게도 옥수수 가루에 포함된 라드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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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빈 캐서롤 준비

크림 양송이 통조림과 그린 빈 통조림 등을 넣고 만드는 그린 빈 캐서롤. 튀긴 양파를 섞어서 굽는데, 마치 중국, 태국 요리에서만 쓸 것 같은 튀긴 양파와 크림소스가 잘 어울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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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그린 빈 캐서롤 우 : 옥수수 수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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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캐서롤

삶은 고구마와 시나몬 가루, 설탕 등을 섞은 후, 마시멜로를 얹어 구워내는 고구마 캐서롤. 마시멜로에도 젤라틴이 들어있어 먹을 수 없었지만, 이건 어떤 맛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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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파이와 호박 파이

전날 미리 준비해둔 사과 파이와 호박 파이. 미국에 있을 땐 추수감사절 식사 후 친구와 친지들이 모여 파이 파티를 했다고 한다. 다들 파이를 가져오기에 하루에 최대 22개의 파이를 맛본 적도 있다고. 듣기만 해도 달고 배부를 것 같지만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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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플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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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플래터

파이를 구워갈까 했지만, 아무래도 미국식 추수감사절은 처음이라 자신도 없거니와 초대받은 다른 친구 또한 디저트를 준비해온다고 해서 나는 애피타이저 용 치즈 플래터를 준비했다. 와인과 치즈, 과일, 견과류, 빵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뭐니뭐니해도 추수감사절에 가장 기대되는 요리는 칠면조 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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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주문한 칠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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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meat VS White m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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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 구이에 곁들일 크랜베리 소스, 닭 소스, 매쉬드 포테이토

우리가 닭을 먹을 때 가슴살 파와 다리 살 파로 나뉘는 것처럼, 이들도 dark meat과 white meat을 좋아하는 파로 나뉜다. 이를 위해 친구 남편은 칠면조가 도착하자마자 능숙하게 해체해서 부위별로 고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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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주문한 고구마 그라탕과 방울 양배추요리

고구마 그라탱도 맛있었지만, 특히 방울 양배추 요리에 삶은 밤이 들어있어 색달랐다. 양배추와 밤이 어울릴 수도 있는 거였다니.


칠면조를 포함한 식사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 위주로 감사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씩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다. "I'm thanksful for..."로 시작되는 이 문장의 대상은 주로 가족, 친구지만, 부끄러웠는지 칠면조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니면 정말 칠면조가 너무나 감사했거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식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내 손에 친구가 두 개의 그릇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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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수플레와 파이였는데, 정말 통 크게 한 판씩 줄 줄은 몰랐다. 정말 추석과 별다를 바 없구나.


추수 감사절이 끝나고, 친구네 집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엘프 인형을 꺼내놓았다. 산타가 보낸 이 엘프가 매일매일 집안 구석구석을 옮겨 다니며 크리스마스 때까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감시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장난감과 싸우는 모습으로 인형을 두거나, 마치 스노 에인절을 만든 것 마냥 장미 꽃잎 위에서 인형의 팔 다리를 휘저어 놓는 것인데, 아이들은 재밌겠지만, 엄마는 매일 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해서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러고 보니 심즈3 게임을 하다 보면, 가을쯤 내가 구매하지도 않은 난쟁이 인형이 나타나서 집의 이곳저곳에 놓여 있곤 했는데, 그 난쟁이가 이 엘프였나 보다.

나도 고양이들을 위해 쥐 인형이라도 매일매일 옮겨둬야 할까? 일단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중인 온라인 게임 목록부터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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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미국 파이들은 제 입맛엔 너무 달아요. 전 못 먹겠더라고요.

아! 다행히 친구가 준비한 파이는 둘다 많이 달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른 친구가 가지고 온 케익이 너무 달아서 살짝 고역이었어요 ㅎㅎ. 작게 퍼줄 생각이 없더라고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스팀잇을 시작하시는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마시멜로우를 굽는다니...비록 엄청난 칼로리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

ㅋㅋㅋ 네. 진짜 뭐든 다 고칼로리로 만들더라고요. 평소엔 저지방 우유만 마시던 친구가, 맛있는건 지방이 많아야한다며 모든 음식에 크림을 듬뿍 듬뿍 넣는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써니님 리얼 게임 마니아인 듯 해요~ㅎㅎㅎ^^

ㅋㅋ 그런데 올해는 다행히도(?) 하고싶은 게임을 못 찾았어요.

미국의 추수감사절 음식은 이렇게 다양하군요 ^^ 잘 보고 갑니다 해피 땡스 기빙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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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이 모이면 더 신날 것 같았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real sunny 한 날이 그립네요 요즘 한국이 너무 추워져서요 ^^
방문 보팅 감사해요 ㅎ
연말 잘 보내세요 ~

한국도 지난주 추수 감사예배가 있었습니다^^
칠면조 고기맛 궁금하네요~

칠면조 고기는 왜인지 북경오리랑 닭고기의 중간 맛이었어요. 아마도 조리 방법때문인가봐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우와 저도 미국에 있었을 때 칠면조 먹어봤는데 정말 별미더라고요 :)

저도 조금 먹었는데 맛이 좀 의외였어요. 어릴때 먹던 칠면조는 특유의 향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파는건 소스에 잘 재워서인지 살이 많다는 점만 빼면 특유의 향이 없어서 오히려 베이징덕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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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땡스기빙 입니다.

행복한 땡스기빙 돼셨길 바래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캐나다에서 십여년간 챙겨온 날이라 그런지 그립구 그르네요ㅠㅠ

네 ㅠㅠ 한국의 추석과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또 다르니까요. 엉엉 저는 한국의 값싼 회와 해산물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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