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5. 복싱, 커피, 어린 시절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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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잡다한 이야기와 사진으로 간만에 돌아온 t.m.i. 포스팅이다.

1. 펀치 움짤의 비하인드 스토리

아래는 얼마 전에 가끔씩 쓰던 펀치 gif.인데, 사실 너무 현장감 있게 나온 바람에 굳이 복싱 팬이 아니더라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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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사람의 이름은 지오반니 로렌조(Giovanni Lorenzo)이고, 때리는 사람은 다니엘 제이콥스(Daniel Jacobs)이다. 둘 다 당시(2013년)에 중견급 미들웨이트 선수들이었고, 제이콥스는 이 날의 승리로 미 대륙 미들웨이트 챔피언이 된다.

움짤만 보면 엄청나게 무자비한 펀치인데, 특기할만한 점은 제이콥스가 골육종으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던 끝에, 2012년부터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라클 맨으로 불리기도 했는데...하여간 그래서 저 움짤은 안면 강타의 무서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 선수의 인생 기준으로 봤을 때 인간 승리의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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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경기 이후 2016년, 제이콥스(위 짤의 오른쪽)는 골로프킨(왼쪽)이라는 챔피언과 맞붙게 된다. 둘 다 같은 타이틀을 갖고 있었으므로, 일종의 통합 챔피언을 가려내는 경기였다. (참고로 골로프킨은 4분의 1 한국계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경기는 골로프킨에게는 어쩌면 그때까지 없었던, 12라운드 끝까지 가는 싸움이 된다. 제이콥스는 잠깐 넉다운이 되긴 하지만 금방 일어났고, 골로프킨이 판정승을 하게 되는데, 경기 직후에는 명확한 승리라고 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았다.

오늘의 복싱 이야기는 일단 끝...

2.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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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표 속 모델은 1986년에 캐나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져 있다. 본사는 네슬이고, 네슬이 만드는 커피 브랜드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캐나다 지사에서 찍었다고. 그리고 해당 상표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해외로 수출하는 테이스터스 커피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할아버지 댁에서 저 상표가 붙은 커피를 계속 보았는데, 정작 사두고는 별로 마시는 사람이 없어 그냥 먼지만 쌓여가는 유리병, 혹은 플라스틱 병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막 걸음마 시작하던 당시부터 저걸 본 나는 저 상표 속 남자가 내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눈썹과 눈, 코가 딱 닮아보였으니까. 얼마 안 있어서 상표 속 남자는 서양인이라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지만, 지금도 순간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저 각도의 저 얼굴이 할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인 것은 사실이다.

그 후 우연히 그 상표에 실린 모델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역시 전체 얼굴을 봤을 때는 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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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체 얼굴이 드러난 상표 사진은 원래의 사진과는 또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어쨌든, 이 모델(러셀 크리스토프)은 2005년쯤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네슬 측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간 자신의 사진이 사용되었던 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우연히 장을 보러 갔다가 저 상표를 목격, 자신의 사진임을 금방 알아보았다고 한다. 테이스터스 초이스 캐나다 지사는 사진을 찍을 당시에 약간의 시급만을 지급했고, 상표에 채택한 후로 모델료나 이미지 사용에 대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고.

크리스토프는 이 상표를 발견할 당시에 배우나 모델 일을 이미 접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치원 교사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로스앤젤리스 법정은 약 천 오백만 달러를 지급하게 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네슬 측에서 바로 항소를 했기 때문에 그 돈을 받지는 못했고, 2012년인가에 판결이 뒤집혔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 모델이 허용한 범위에 대한 문제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네슬 측이 애초에 제시했던 합의금도 십만 달러는 되었다고 하는데...어쨌든 결국, 할아버지의 눈 코를 언뜻 닮은 이 아저씨는 아무 것도 못 받은 듯. 당사자의 심정이 어떨지는 가늠할 수 없겠지만, 일단은 무엇을 하든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지자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다.

3. 간만에 올리는, t.m.i.에 맞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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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를 타던 시절의 나

걸음마 하기 전 또는 겨우 시작할 때쯤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몇 개월인진 모르겠다. 필름 카메라 사진을 스캔하고 또 다른 사람들 안 나오게 자르다 보니 화질은 다 떨어지는...

부모님이 디지털 카메라는 사지도 않았던 점을 내가 닮아서, 지금까지도 카메라가 괜찮은 폰을 사본 적이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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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쯤의 나

...노 코멘트. 어딘가 건들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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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쯤의 나

마찬가지로 단체 사진에서 나만 잘라내서 흐릿하지만, 내가 키운 (실질적으로) 첫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몇 안 되는 사진이다. 아마도 웃음을 참고 있는 표정.

사진 속의 이 강아지 이전에도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아이가 있었는데, 데려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갑자기 급사했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사진 속의 아이는 그냥 바둑이었지만 너무 예뻐서 데려왔었다.

저런 초딩 머리띠는 초딩 때만 할 수 있는 거지만, 나는 지금도 저런거 몇 개 있다.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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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1살의 나

만 11살에 이미 나는 거의 다 자란 상태였다. 지금 내 키는 불량한 자세 때문에 약간 적게 나와서 166.5cm인데, 저 때의 신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배경은 외국 어느 해변인데, 무슨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켜면서 맞춘 옷을 입고 있다. 품이 큰 치마바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이라도 있다면 입고 싶을 정도로 편했다.

클로즈업 프로필 사진보다는 두상이 보이는 전체적인 사진이 더 알아보기 쉬운 법이라고 항상 얘기하는데, 어차피 이곳의 누가 밖에서 알아본다 해도 나 아니라고 할거니까, 상관은 없다. 혹시 밋업을 일부러 나갈 일이 절대로 없으리라곤 못하겠지만...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는 뮤지컬 넘버들 외에도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를 연주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가끔 언급하는 영화 졸업의 수록곡이기도 한 노래. 같은 시기에 다녔던 학교의 합창단에서는 비틀즈나 카펜터스 노래도 곧잘 했었으니...사실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 나처럼 굳이 재즈와 올드팝을 찾아서 들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꽤 많이 듣고 자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생각나면 뭘 더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간만의 t.m.i.는 일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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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까 읽고 댓글 단 것 같은데, 보팅흔적만 보이고, 댓글은 안보이네요.

길가면 알아 볼 수 있겠다는.. ㅋㅋ

음...그게 그렇게 쉽진 않으니까요. ㅎㅎ

글츄..
길에서 마주치는 것이 어렵겠쥬..

마주 친 다음에 알아보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고요.. ㅋㅋ

테이스터스 초이스 아저씨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재미있네요^^; 저는 어렴풋이 레너드 번스타인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

오...그럴싸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번스타인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요. ㅎㅎ

오웅 모태미인이네요^^)!!!!

ㅋㅋ감사합니다.

쪼꼬미 시절부터 동그란 눈이 반짝 반짝!
가지런한 눈썹이 예뻐요 반듯하고^-^
커피 모델은 참 안타깝네요
땡전 한 푼 못 건졌다니 불짱

디엘님은 전에도 눈썹에 관심이 많으셨죠! ㅎㅎ

커피모델 아재 불쌍하죠. ㅎㅎㅎ

오 완전 귀요미셨네요^^

ㅋㅋ감사합니다.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
풀봇해드림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ㄳㄳ

키가 커서 실망했지만
귀여우니 봐드리겠습니다.
머리띠...뻔뻔ㄷㄷ...하지만 귀여우니 봐드리겠습니다ㅋㅋㅋㅋ하아...(지금은?)

지금은...뻔뻔?! ㅋㅋㅋㅋㅋㅋ

사진이 다들 흐릿~ ㅋ 재밋네요. 주먹으로만 겨루는 복싱은 원초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포치죠. 이젠 추억의 스포츠로 내리막길이지만.

다음에 스캐너를 좀 더 좋은걸로 다시 하려구요. ㅋㅋ 자르고 확대하는게 더 문제인 것 같지만...

걸음마할 시절에 외국에서 아버지가 보시던 복싱을 옆에서 같이 봤었죠. ㅠㅠ

아 나 이거 안봤다. ㅋㅋㅋㅋㅋ

8살 때 쯤의 제이미님 사진을 보니 무척 영리해 보입니다.
무척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ㅋㅋ저때까지도...누가 칭찬을 해도 꼬마라는 말 등등은 듣기 싫어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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