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이번 주말은 일복 터진 주말: 오늘은 내가 Plumber [2018.09.16]

in #kr-diary6 years ago

어제 밤(토요일)에 개미 학살 (시즌 가을). 그런데 왜 [마당 넓은 집] 머리말을 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내일 일요일에는 좀 쉬어야 겠다고. 해가 져서 마무리 못한 잔디 깍는 일 정리만 하고 쉬어야 겠다고. 그런데 일은 엎친데 덮친다. 삶이란 아마 원래 그런 거겠지.

며칠 전에 아는 집에서 연락이 왔다. 2층 구조 단독주택인데, 위층 주방에서 물을 많이 내려보냈더니 아래층 주방 싱크로 물이 역류한다는 것이었다. 증상을 들어보니 집에서 집 밖 하수도 관으로 나가는 중간 어딘가가 막힌 것 같았다. 당시에는 그리 심한 상태가 아니어서 화학적 처리를 추천했다. "Main Line Cleaner"라고 검색해보면 (미국) 동네 철물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대체로 이 제품은 독한 산성 혹은 알칼리성 약품이 아니고 유기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주 원료이다. 그리고 당연히 효소로 효과를 보려면 시간을 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이 집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파이프를 직접 청소해야 한다. 이럴 때 쓰는 것이 소위 말하는 "Drain Snake" 혹은 "Pipe Snake"다. 소형은 이렇게 생겼고,

중형은 이정도

물론 나도 이 물건을 이럴 때 쓴다는 것만 알았지, 실제로 써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인장은 동네 툴 렌탈 센터에서 위 총 모양이지만 총 모양 중 가장 튼튼해보이는 (그래서 꽤 무거운) 걸 빌려왔다. 이걸 아래층 주방 싱크 밑에 있는 P-trap 파이프를 뜯고, 드러난 관에 와이어를 밀어 넣고, 드릴처럼 생긴 총 손잡이를 누르면 와이어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점점 더 파이프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 물건을 써보기 전엔 진정 몰랐다.
이 물건은 2가지 움직임이 필요한데, 하나는 와이어를 밀어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와이어를 돌리는 것이다. 돌려야 막혀있는 부분도 쉽게 뚫을 수 있고, 이리저리 휘어지는 파이프 안쪽을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건, 와이어를 밀어 넣는 건 100% 수동이라는 점. 그렇다. 기계의 힘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해야한다. 주1

손으로 와이어를 잡아 빼서 집어 넣다가 막히면, 파이프 입구에서 한 10에서 15cm 정도 와이어를 더 뺀 후 딱 그 만큼을, 와이어를 돌리며 이 물건 전체를 전진시킨다. 그리고 다시 손으로 와이어 길이를 늘려 이 물건을 파이프 입구에서 10에서 15cm 정도 뒤로 후퇴시키고 전진시키기. 반복, 계속 반복. 와이어 길이 25피트 (대략 7.5미터)가 다 할 때까지 반복, 또 반복. 어디 계산해보자. 처음 50cm 정도는 잘 들어가니까, 7미터를 15cm로 나누면 46번... ㄷㄷ 그랬구나, 이제가 끝일까 저제가 끝일까 고민에 걱정도 잠시,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이 물건은 왜이리 무거운지 머리가 하애질 무렵에 이르기 위해 난 마흔번동안 와이어를 쑤셔넣었던 거구나...

코인 가격은 바닥을 알 수 없지만 와이어 전체 길이를 알고 시작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와이어를 끝까지 밀어넣은 후 다시 잡아 빼는 것도 역시 손으로 조금씩. 더하여 와이어에 묻어 나오는 시궁창 찌꺼기를 계속 닦아주는 건 덤. 마지막 끝부분에 엉겨나오는, 파이프 막힘의 주범을 확인하는 순간은 작은 설레임. 그런데... 엥? 황토 진흙? @_@ (이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집주인에겐 악몽이므로 언급 않기로...)


이렇게 내 안의 인내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은 가고, 정리해서 나오려고 물 틀고 확인하는데... 이번에는 Garbage Disposal에서 누수 발생! 황당했던건 파이프 연결부위에서 새는게 아니고, 본체 밑면에서 물이 한방울씩 떨어지는 것이었다. 오래된 기계가 삭아서 물이 센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2번의 GD 교체 경험이 있는 나는 이것 또한 도와주게되고...


[Garbage Disposal]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먹자마자 집을 나왔으나 돌아온 시간은 저녁 8시...
피곤하도다... 주중보다 휠씬 하드한 주말이었어...
피곤한데 뭔 포스팅? ㅋㅋ
내일 출근해서 좀 쉬어야 할 듯


주석1: 더 크고 비싼 중대형은 밀어 넣는 것도 모터가 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애들은 보통 변기를 뜯고 그 밑 파이프 구멍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방에서 나가는 파이프는 보통 1.5인치인데 반해 변기에서는 3인치 정도의 큰 파이프가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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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꼭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정신건강을 위하여!

스팀 하드포크한다고 한동안 먹통되어서 덕분에 좀 쉬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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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저희도 몇년 살면 .. 그걸 해야겠죠??
전집에서 비슷한거 해본적이 있는데.. 오수관쪽...
상상하기 싫어요~~

황토가 나오면.. 파이프 어딘가가 망가져서 막힌 건가요?

평소에 잘 관리하면 십년 이상 문제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황토라 함은, 그렇죠, 어딘가 파이프가 상해서 흙이 들어간 거겠죠. 어쩌면 여긴 주기적으로 뚫어줘야 할 것 같아요. 시멘트 걷어내고 땅 다시 파기에는 일이 너무 커서...

으음.. 지금 사는 집은 타운 하우스라 수리는 관리업체에서 해주는데 주택은 그런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거군요... 한국에 돌아가면 주택에 사는게 꿈이었는데 배워야할 게 많겠네요 :(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사람 부르면 됩니다. ^^
여기 미국 배관공은 보통 시급이 $100 이상이라 어쩔 수 없이 diy 하는 거죠 ㅠㅠ

비싸군요 ㅠㅠㅠㅠㅠ 한국에서도 제 꿈은 어디 한적한 시골에 가는 것이라 부를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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