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인을 떠올리며 [2018/02/01]

in #kr-diary7 years ago (edited)


[김춘수님의 "꽃" 중 일부]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다.
나와 관계맺지 않은 사람은 그저 하나의 객체이다.
시리아에서, 이라크에서, 미얀마에서, 수만명이 죽어 나가도,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40명씩 자살을 해도,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다.

내가 군 입대해서 신병교육대 5주차에, 내가 가기로 예정된 중대에서,
GOP 초소에서 근무서던 이병이 선임을 총으로 쏘고 자신은 수류탄을 까고 자살했다.
중대, 대대, 연대를 넘어 사단까지 발칵 뒤집어졌고,
덕분에 나는 이등별 대접을 받으며 조금은 편히 지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고친 이등병 선임에게, 또는 총맞고 사망한 선임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가?
아니, 거의 없다. 그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그 중에 나의 지인이 있다고 하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내가 지금껏 인지한, 내 지인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3명이다.
그 중 특히 Y가 생각난다.
Y는 나보다 8살 어린 '엄마 친구 아들'이었다.
순하고, 얌전한 남자아이였고, 어렸을 때 귀여운 모습이 홍콩배우 '장국영'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네... 하필 장국영이었네...)
내가 유학 나오고 얼마 안되었을 때, 어머니께서 그 아이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Y가 고등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유학가고 싶다고 하는데,
그 집이 부자도 아니고 어떡하면 좋겠냐고 Y의 엄마가 물어왔다고 했다.
나는 그저 사실에 기반하여 의견을 말했다.
고등학교 유학은 돈도 많이 들고, 와서 대학가려면 SAT 봐야하는데, 갑자기 유학가서 2-3년만에 어떻게 할만한 시험이 아니라고.
한국에서 SAT학원이라도 다녀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될 거라고.
그렇게 내 의견은 전해졌고, Y는 곧 유학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Y가 자살했단 얘기를 듣게 되었다.
Y의 어머니가 항상 불안해하며 집에서 Y 곁에 꼭 붙어계셨는데,
어느날 Y가 괜찮다고, 볼일 보고 오시라고 Y의 엄마를 안심시키고는, 혼자 있을 때 뛰어 내렸다 했다.
. . .
Y의 유학 상담이 들어왔을 때, 난 어쩌면, Y의 허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외국에 대한 동경, 뭐 그런거.
아니었다.
Y에게 유학은 괴로운 현실에서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였겠구나 싶다.
사실 Y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를 잠시 쉬더라도,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학교는 꼭 다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Y를 구출하지 못했던게 아닐까.


어제 ******님 관련된 글의 리스팀을 부탁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님은 과연 내가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나?
******님은 과연 스티밋에 돌아올까?
내가 이렇게 막 알리고 다니는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그런데, 그럼에도, ******님의, 현재는 다 지워진 글은 뷰가 680인데 왜 보팅은 17, 댓글은 13개 밖에 안되는 걸까?
내가 리스팀 부탁하는 글에서 지워진 내용을 복구해 알려야 했을까?
아니, 애초에 나에게 그런 권리가 있을까...?
.
.
.
전에 Golfda 님이 주신 의견이 맞나보다.
내 오지랖이 너무 넓은가보다...
.
.
.
그래도 ******님은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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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이 넓은게 꼭 않좋은게 아녜유.
뭔일인지 가봐야 겠네유.

정말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네요..

이제봤네요,,
그분글을 읽어봤는데
아... 글이 참...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너무 극단적이지 않길 바라고
꼭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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