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후폭풍 [2018.05.26]
여행에서 돌아온 후 만 이틀이 안된 토요일 아침.
특이하게도 토요일 아침에 7시도 안되어 온 가족이 일어나 나를 깨운다.
밤에 큰 아이가 자다고 토했으며, 새벽에는 아내가 토했단다.
Stomach Flu 혹은 장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둘째 아이는 이상하게 한 쪽 눈만 빨갛게 부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부터 병원에 들렀다.
역시 예상대로 큰 아이는 장염이었고,
둘째 아이는 감염보다는 알러지가 의심된다는 판정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오후에 둘째도 토하기 시작해서 장염 환자는 3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나는 오후 늦게부터 설사가 시작되었다.
Stomach Flu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기처럼 약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염되더라도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증상의 강약은 다를 수 있다.
첫째 아이는 어제 금요일이 학교 체육대회 (Field day)여서 피곤함에 쉽게 옮은 것 같고,
아내는 나 없는 동안 애들 돌보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고,
둘째는... 그냥.. 옮은 것 같고,
내 설사는... 음... 물갈이인가? ^^;;
8일간 집을 비우고 돌아와보니 집 앞 잔디밭이 잔디숲이 되어있었다.
잔디는 출발 전 주말에 깎았으니 2주 된 셈이다.
금요일 오후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내가 갑자기 너무 졸려 미루게 되었고,
오늘 토요일에는 오전에 병원 다녀오고, 점심 무렵에는 아내가 잠들어서 애들 뒤치닦거리 하다보니 어느새 소나기가 내리고 있더라는.. (물론 오후에 또 갑자기 졸려 낮잠도 자고ㅋ)
젖은 풀을 깎으면 조각난 풀들이 서로 뭉쳐 풀죽이 되기에 오늘도 못깎고 넘어간다.
다행인건 이번 주말이 미국 공휴일이 하루 낀 긴 주말이어서 3일 중 하루만 조건이 맞으면 깎을 수 있다는 것이다.
@donkimusa 님의 글 소비는 미덕이다에서 나오듯 잔디깎는 일은 돈 주고 맡기고 싶다. 정말로!
일탈의 후폭풍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는데, 남은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며 돌아간다.
내가 여행 안갔으면 아이들이, 그리고 아내가 안아팠을까?
쓸 데 없는 생각인거, 안다.
일단은 내가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내가 뒤치닦거리 할 수 있으니.
그리고 내가 돌아오기 전에 아픈 것 보다는 휠씬 낫지 아니한가.
일탈의 여파는 내 스티밋 생활에도 미치고 있다.
예전에 밝혔듯이 나는 내 피드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쫓아 왔는데,
약 150여일간 지속되었던 스티밋 생활이 일주일만에 간단히 꺾여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내 최근 글에 댓글 준 사람들을 찾아가 풀보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꺾이고 나니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나더라.
나는 그동안 '피드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무감에 지속해왔던 것일까?
일주일만에 돌아와 느낀 점 또 한가지.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이 지금 보니 300명이 넘었다.
분명 저번 주 까지는 200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리고 낯선 분들이 반갑다고 댓글들을 주시는데...
그 분들을 찾아가보니, 거긴 또 나에게 낯선 분들끼리 서로서로 챙기는 모습이 보이고...
나는 그동안 내 "피드"라는 우물 안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우물을 뛰쳐나갈 용기는 없다.
솔직히 전에 내 피드 쫓아가는 것에 스트레스가 조금 있었는데, 그보다 더 확장된 네트워크라니...
내가 전업 스티미안도 아니고!
일단은 '그 누구도 흘려보내지 않겠다'라는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자주 못가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많이 미안하지는 않다는 뻔뻔함을 키워야할까.
여행 가셨었군요. 잘하셨어요. 가족여행은 정말 소중한 것이죠. 자라난 잔디보다, 가족애가 더욱 크게 자랐을 겁니다.
둘째 아이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기네요.너무 좋네요~
쉬엄쉬엄 편하게 하세요!
스팀잇을 하면서 뻔뻔함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가족분들 어서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어서어서 쾌차하시길..!!!
여독이 풀리는대로 우선 가족 분들의 건강부터 챙기셔야 겠네요. 가족분들의 빠른 쾌차를 기원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