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을 타나

in #kr-diary11 months ago

저녁형 아니 새벽형 인간인 나는 주로 밤에 활발해지며 여러가지 사색을 하곤 한다. 요즘 바쁜 와중,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미팅을 해야 해서 새벽형 인간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는 다시 제대로 된 새벽형 인간으로 돌아가서 여러가지 사색을 향유했다.

아마 주말에 읽었던 책들과 걸으며 들었던 음악의 (금요일 부터 걷기 시간에 강의 대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영향이 컸을 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연구실에 안 가고 방에서만 사색을 향유하려고 했는데 빨래와 분리수거도 좀 하고 걸레 정리도 하다가 잠깐 운동겸 연구실로 출근했다.

한참 연구소는 학회중이어서 주말에도 열려 있긴 했는데(막상 도착했을 때에는 학회 일정이 끝나고 사람들의 discussion 흔적들과 음식을 먹던 흔적들만 가득한 채...) 여러가지 아쉬운것들 (점심 도시락을 먹었으면 좀 버리고 뒷정리를 하고 가야되는게 아닌가)이 많았지만 또 예전에 내가 건드렸던 연구 주제에 대한 내용이 칠판에 적혀있었어서 좀 놀랐다. 그 때 그 방법론은 on shell transformation 이라서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방법론이었는데, complex twistor space 로 변환하면 성립 할 수도 있나보다? (근데 어떻게 보면 내가 당시 다루었던 system 은 complex geometry 로 기술 가능했고 transformation 이후 구한 솔루션은 실제 운동방정식을 만족하지 않았으니, 칠판에 적혀있던 그 방법론은 아마 잘 먹히질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잠깐 물 한잔 마시고 공원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데 한 아이가 넘어졌었는지 어머니인지 할머니 품에 안겨 울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어제와 오늘 우주와 인간사에 대한 감정없던 나의 사색은 한순간에 감정적으로 상전이를 해버렸다. 종교와 신학그리고 과학, 인간의 인지와 오류에 대한 나의 사색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잊어먹으려고 했던 인간의 감정들에 대한, 오욕칠정에 대한 사고들이 머릿속을 감쌌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론에 대해서, 니힐리즘과 공에 대해서 사고하면서 내 존재의 소멸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나마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나의 고생도 저런 한 장면에 의해서 사그라들어버리니.... 이제 여름이 다되어가는데 벌써 가을을 타나 보다.

요즘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정신 케어겸 사고력 증진을 위해 다시 대중과학서와 철학책들 그리고 신학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인간, 거기다가 매우 감정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저런 한 씬에서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남은 오늘 하루는 강의를 듣는것보다 음악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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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가을이...
전 겨울이 그리워요 ㅠㅠ
즐거운 한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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