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역업을 생각하는 당신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섣부른 조언 (무역 1년 차 신입)

in #kr-daily8 years ago (edited)

가을 하늘이 청명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왜 사람들이 가을을 좋아했는지 몰랐는데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만큼 날씨가 상쾌하고 햇빛이 따뜻하다.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참에도 월요일 저녁은 늘 지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음에도 기운이 하나도 없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버린다.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고 다른 글을 쓸 수 없어서 쓰는 글이다.

아주 작디 작은 무역 중소기업에 1년 4개월차 신입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아마 모든 무역회사에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테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구매 혹은 수입팀의 말단으로 새로운 구매업체를 찾고 주문을 도와주며 물건을 구입하고 한국까지 선적이 도착하고 통관을 끝날 때까지 사용되는 문서와 돈을 처리하고 정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나의 업무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고처리반이다. 집안일과 같다고 해야 하나, 무언가를 문제 없이 잘 처리해도 표는 안난다. 그냥 늘상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원인보다도 해결책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애원을 하든 협박을 하든 구걸을 하든 해결만 했다면 그저 한숨 돌릴 수 있다. 절차상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무역은 통제할 수 없는 아주 사소한 사고들이 많이 생긴다.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기이다.
납기를 못 맞출 문제들을 시한폭탄처럼 곳곳에 걸쳐있다.
품목이 생화이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서 생산량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하기도 하고 갑자기 품질이 나빠지기도 하다. 가끔은 배달사고가 나서 선적을 못 싣기도 한다.

나의 20년차 무역업 배테랑 바이어도 어찌할 수 없다 했듯이 가장 힘든 부분은 항공 스케줄이다. 천재지변, 비행기 연결편의 문제, 기술적 문제, 요새 핫했던 A항공사의 기내식 부족으로 인한 지연까지 비행기 자체가 지연되거나 결항되기도 한다. 선적양이 적거나 크지 않은 포워딩사를 통해 예약하면 이유없이 스케줄이 추소된다. 그냥 중량이 많아 안전상의 이유로 선적을 내려야 하는데 하필 그게 우리 선적이라든지, Confirm되었던 스케줄도 뒤로 밀릴 수도 있다. 선적 중 일부가 안오거나 서류가 안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화로 사정을 물어보면 그건 우리부서의 일이 아니라거나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일하면서 항공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졌다.)

그냥 기다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그냥 기다리는 거다.
사실 지나고보면 그렇게 또 절망스러운 일은 없다. 좀 늦더라도 선적은 오니깐 (수익이 줄어서 그렇지.ㅋ)
어떻게든 일은 해결되어 있더라.

나는 우연히(?) 그리고 막연히 일을 시작했지만 혹시나 무역 수입팀에서 문서 담당 비슷한 업무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1년 반 전 내게 말을 걸 수 있다면 다음을 고려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1. 반복하는 작업이 많다.
    실체가 있으며 해야 하는 일의 범위와 성격이 명확하다. (너무 명확하다. 융통성이라고는 제로...일지도)
    창의성을 발휘할 일은 거의 없다. 난 때로는 내가 로봇처럼 느껴지고 성취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서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을 확률도 크다. 동기부여 하기가 무척 어렵다.
    반복적인 일을 매번 빼놓지 않고 꼼꼼이 의식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
    얇고 넓은 일을 커버해야 한다. 일의 깊이보다는 다양한 업무를 빠른 시간내에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일은 참 얕고 쉽다... 통제가 안되서 그 쉬운 일이 쉽지 않을 뿐) 업무시간을 계획하고 조직화해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으며 전화가 오거나 다른 사람이 다른 요청을 하거나 사고가 터져 수습을 해야할 일들이 생긴다. 가장 중요한 일들을 재빨리 처리하고 다른 사소한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끔 임시보관함에 메일을 써놓고 안보내거나 ...내가 뭘하려고 했었지 멍때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덤범거리는 성격이라 아주 사소한 일도 To do list형태로 적어놓고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빼먹는다. 정신 어지럽게 만드는 일이다.

  3. 당신이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이면 괴로울 수 있다.
    내가 직접 일하는 부분보다도 타인과 부딪히는 접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공급업체, 항공사, 포워딩사, 관세사 등등 때로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하거나 귀찮은 일을 부탁해야 할 수도 있다. 그들 또한 항상 피곤하고 나처럼 전화해서 부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선주는 아니기에 선주만큼 신경써주진 않는다.
    배달업체에 전화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소심한 내게는 이것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많이 하다보니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사실 지금도 한숨 한 번 쉬고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고 전화를 끝내면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러다 가끔씩 친절한 분들을 만나면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해진다.

  4. 시차라는 이유로 업무에서 해방되지 않는다. (어쩌면 작은 기업이기에 발생하는 것인가)
    우리와 아주 가까운 나라가 아니면 다양한 시차는 있기 마련이고 업무 시간 내에 모든 걸 소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저녁 때로는 아침 그리고 주말, 나같은 경우는 아주 많은 시간은 아닐지라도 지속적이고 간헐적으로 예고없이 연락이 오거나 내가 연락을 해야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일해보기 전에는 견딜만할 것같은 착각과는 다르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절대시간만 보면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일에서 온전히 해방되는 느낌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괴롭다. 24시간 대기조같은 느낌이다. 보통 업무 시간이 아닌데도 상대방이 나를 찾는다는 건 사고가 생겼다는 의미다.(좋은 소식일리는 거의 없다.) 진동만 울려도 예민해지기도 한다. 며칠동안만이라도 핸드폰 다 끄고 산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찾은 해결법은 일의 중요도를 나누어 급하지 않은 일이거나 나중에 해결해도 되는 일이면 간단히 언제까지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냥 마인드 컨트롤 뿐이다. 그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답이 없더라.

그 외 다른 고려할 점은 작은회사라든가 이 회사의 특수성이 작용하는 것 같아 생략한다.

쉬운 일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100% 만족스러운 일도 모두가 좋아할만한 일도 없겠지. 그리고 분명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리 말해도 감이 잘 안올지도 모른다.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안맞는지 몸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무역업을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차라리 내가 창작의 고통(?)이나 정해지지 않아 막연함과 답답함의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다음 직업을 구할 때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고 조금 더 책임감이 주어지는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을 선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어쨌든 이 일은 내게 소중한 급여를 주고 있고 일하는 게 아주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으며 적당히 라이프밸런스를 맞출 수 있기도 해서 시간을 벌고 있다거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자극에 민감하고 자기 통제력을 잃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수련을 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이 참 많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참 많고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여기서도 난 고요할 수 있다면 일상에 만족할 수 있다면 난 또 한 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조금 더 성취감과 의미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이 일을 아주 오래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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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충이 있는 일이었군요~
무역관련 일은 도통 무엇을 하는지 몰랐거든요.

저도 몰랐어요 ㅋㅋ 외국어 실력이 향상될줄 알았죠.(아니더라고요. 공부는 스스로..알아서~ ;;;;)
예술가와는 완벽히 대치되는 일을 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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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엔지니어보다 일은 쉬우면서 벌이는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해보려고 했던...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요. ㅠㅠ

naha님이라면 무역업도 잘하셨을것 같아요 ㅋㅋ
맞아요 전 엔지니어가 항상 부러웠는데 엔지니어의 삶을 알게되니 역시 녹록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돈 많이 벌구 건강하시고 일상도 행복하시길 기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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