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RE: 고양이에 대한 오래된 고백

in #kr-cat6 years ago

이 고백글, 정점에서 끝이 나네요..! 기억 속의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읽어가다가 '다만 은유적일 뿐'이라는 문장을 만나고 그 여백에서 기억들이 대신 자리를 가득 채웠어요.

고양이를 무척이나 사랑하면서도 고양이 알러지 때문에 2시간이 지나면 눈물 콧물, 재채기를 다 쏟아내고 정신이 아득해져도- 제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고양이를 꼭 삶에 들여보려고 해요. :))

고양이를 통한 몽상가님의 고백, 잘 읽었습니다. :)) 장 그르니에가 고양이를 한껏 찬양한 글이 함께 떠오르네요!ㅎㅎㅎㅎ

Sort:  

알러지가 있으시군요. 조심하셔야겠어요ㅠ 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면서 고양이의 시선은 무얼까 궁금해하곤 했었는데, 장 그르니에의 고양이 묘사는 어떠한가요. 읽어보고싶네요. :)

제가 이탈리아 여행 때 유일하게 들고 갔을 정도로 애정하는 책인 장 그르니에의 『섬』 에 '고양이 물루'라는 목차가 있답니다 ㅎㅎㅎㅎ짧은 대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


물루는 행복하다. 세계가 저 혼자서 끝없이 벌이는 싸움에 끼어들면서도 그는 제 행동의 동기가 한갖 환상일 뿐임을 깨달으려 하지 않는다. 놀이를 하되 놀고 있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볼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그를 바라보는 것은 나다. 조그만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순간 그는 제 행동속에 흠뻑 몰두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보면 그는 부엌에서 나오는 음식 접시에서 눈을 뗄 줄을 모른다. 그의 눈에 가득 찬 욕망은 치열하다 못해 벌써 음식 위로 튀어 올라가 앉는 것만 같다. 그가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릴 때도 제가 가진 모든 애정을 남김없이 쏟아가며 웅크린다.

행동에 빈틈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도리가 없다. 그의 행위는 몸놀림과 일치하고 몸놀림은 식욕과,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야말로 끝없는 연쇄 조직처럼 일사불란하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것은 다리를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다리를 꼭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로운 윤곽에도 이토록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곧바로 몽상가님의 취향에 쏘옥 들어갈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정말 고양이를 오래도록 지켜본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런가 싶네요. 리리님 추천이라면, 믿음이 갑니다. ㅎㅎㅎ 서점갈때 한권 집어들어야겠군요.:)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4
JST 0.030
BTC 59876.72
ETH 3191.77
USDT 1.00
SBD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