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 살았네!』살다가 죽을 뻔한 이야기-순간을 영원으로(#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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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주영 선생이 지은 『아이코, 살았네!』(고인돌 출판사). 살아오면서 죽을 뻔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책인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라 어른도 푹 빠져 읽게 됩니다.

덕분에 저 자신의 지난 기억이 막 돌아옵니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에만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한번, 어른 되고 나서 두 번 정도네요. 깊이 살펴보면 더 있겠지만 아주 강렬한 경험을 중심으로...

1
초등학교 시절입니다. 그 당시 여름 방학이면 동무들과 마을 저수지에서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거의 날마다 가곤 했지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무슨 놀이기구도 없던 시절. 자연이야말로 소중한 놀이터니까요.

물놀이는 그야말로 물에서 노는 겁니다. 수영을 배운 적도, 누군가 가르쳐준 적도 없습니다. 그저 운동신경 좋고 눈썰미가 있는 동무들이 먼저 개헤엄을 치게 됩니다. 어떻게 하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물어도 답해줄 동무가 없습니다. 물놀이가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거니까요.

개헤엄을 칠 수 있는 동무들은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물속으로 자맥질도 할 수 있으니 놀이 영역이 엄청 늘어납니다.

그런 동무들을 부러워하다가 저는 저도 모르게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발이 땅에 닿아야 하는데 안 닿는 겁니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옵니다. 몸이 가라앉으며 물을 먹습니다. 두 팔 두 발로 허우적거리며 살려고 발악합니다. 이젠 죽는구나 싶어 몸이 풀리는 순간 누군가에 의해 건져졌습니다. 아마 동무들이 심상치 않다고 여기고 여럿이 힘을 합쳐 건져냈지 싶습니다.

2
서울 살다가 시골로 내려와, 한동안 대안학교 세우기를 했습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일투성이 시절. 낮에는 농사, 건물 짓기, 행정....밤에는 교재 만들기와 교사회의. 잠자는 시간 이외는 다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또 두 집 살림이었지요. 제가 시골에 자리를 잡으면 식구들이 내려오기로. 그래서 금요일 늦은 밤이면 식구들을 보려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말하자면 주말 부부였지요.

자정 무렵, 고속도로를 운전했습니다. 조금만 가니 잠이 쏟아집니다. 게다가 고속도로는 일직선이 많아 단조롭기까지 합니다. 시속 100키로 미터. 노래를 부르고, 무릎을 꼬집고, 고개를 마구 흔들며 잠을 몰아내어 봅니다. 그것도 효과가 오래 가기는 어렵습니다. 깜박 졸다가 깹니다. 아차, 싶더군요. 1초에 100미터를 가는 속도인데. 죽음이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살아난 게 기적이다 싶네요.

지금은 졸리면 바로 쉬면서 쪽잠을 자고 갑니다. 그땐 왜 그렇게 살았는지.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짓이었습니다.

3
산골에 살다보니 벌이 많습니다. 쌍살벌, 땅벌, 말벌...그런데 저는 시골서 자랐고, 아버지가 벌을 키워서 벌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거의 없었지요. 벌통 앞에서 지키고 서서 꿀벌을 노리는 말벌을 잡아 죽이는 일을 곧잘 했거든요. 호박꽃 속에 들어간 호박벌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벌에 쏘이기도 했고. 나름 벌독에 대해서는 면역력이 높다고 자부하거든요.

아마 지금부터 10년 전쯤인가, 까마득합니다. 근데 장면은 생생합니다. 풀숲에서 일을 하는 데 땅벌 집을 건드렸습니다. 벌이 달려들며 쏘더라고요. 두세 방 정도 쏘였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계속 일을 했습니다. 그러니 점점 벌이 많이 달려들며 쏘기 시작. 얼추 10방 이상 쏘인 거 같더군요.

이제부터는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벌독이 퍼지면서 불안하더군요. 하던 일과 도구들을 그 자리에 두고 무작정 집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점점 독이 온몸으로 퍼지더군요. 집 가까이 오니 앞이 아득하면서 어질어질합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데 아무 생각이 안 납니다. 아내한테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여보!”
“....”
답이 없습니다. 멀리 외출했나 봅니다.
‘이제 죽나 보다.’
저는 마당에 있는 평상에 그대로 뻗었습니다. 몇 시간을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깨고 보니 살아났더군요.

어쩌면 앞으로 또 언제 죽을 고비를 맞을 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겠지요?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지금 삶을 다시 보게 됩니다. 겸허함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게 챙겨야할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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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저도 몇번 죽다살아난 경험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언제 한번 경험을 나누어주세요^^

ㅜㅜ 저도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뻔 한 적이 있어요ㅠ 한 순간인거 같아요. 밤시간 새벽시간에 운전을 우습게 생각하며 돌아다니는 신랑이 갑자기 걱정되네요

수영은 생존술인 거 같습니다
밤 운전은 늘 조심해야겠지요.
안전을 기원합니다

몇년전에 혼자 방콕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잠들었는데 기내가 소란해서 눈을 떴더니 사람들이 웅성웅성 난리가 났더라구요. 우는 여자 목소리도 들리고. 곧 기내 방송으로 기장이 방콕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는 중이니 자리에 잘 앉아있으라고...

옆에 앉아 있던 모르는 남자가 친절하게 부연 설명해주길, 방콕에서 비행기 뜨고 지금까지 비행기 엔진이 세개 터졌다고. 비행기에 엔진이 총 4개인데 이제 마지막 하나가 더 터지면 우린 저 바닷속으로 함께 가라앉을거라며...

혼자 3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온갖 상상을 하며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었는데. ㅋ 나중에 시간내서 그때 기억을 정리해봐야겠어요. 어쨌거나 무사히 회항에 성공해서 전 아직까지 잘 살아있습니다. ^^

아찔했겠어요.
그런 일도 다 있군요.
정말 포스팅 기대됩니다.

정말 아찔한 경험을 하셨네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오래 오래 행복하려면 하나 뿐인 생명을 귀하게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화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어찌보면 죽음이란 삶과 참 가까운 것이도 하구나 싶어요.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겠어요

저도 있지요. 국민학교때 가족이랑 냇가로 물놀이를 갔다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숨을 못쉬겠다. 죽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5학년인가 6학년이였는데... 그런 순간에 이상하게 침착해지더라구요. 숨을 참고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차고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아주 깊은 물이 아니여서 천만다행이였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물은 참 사람과 뗄 수 없으니
잘 사귀어야 겠어요^^

저 책도 참 재밌겠다 싶어요
광화님 글만큼~
재밌다기 보다 아찔한 순간이라 해야겠군요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주세요
이렇게 소중한 글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아찔하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네요

살다보면 죽을 고비 다들 한두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희망을 가지고....
보팅하고갑니다. 맛팔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구 정말 큰일날 뻔 하셨네요~!!
삶과 죽음은 닿아있는 듯 해요..

어쩌면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큰일날 뻔하셨군요. ㅠㅠ 다행이에요. ㅠㅠ

고맙습니다.
돌아보면
그래도 강렬하게 남는 기억입니다^^

저는 물에 빠졌다가 아버지가 오셔서 건진 기억이..

자주 인사드려야겠어요^^

저도 1번 2번은 경험이 있네요. 벌도 키워봐서 많이는 쏘여 봤지만 땅벌집을 건드려 저렇게까지 독이 퍼져 본적은 없네요. 오싹 합니다.^^

어찌보면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지금 삶을 많이 감사해야하는 거 같아요

맞습니다. 동전의 양면이 아닐런지요...

살면서 죽을 고비를 몇번은 겪게 되나봅니다. 지나고나니 편안히 얘기하지만 정말 식은땀 나는 위급상황이었네요^^

마지막 벌 빼고 저도 두 번은 똑 같네요. 동시대를 살다보면 그런 경험도 유사한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많이 달라지겠지요?
물놀이는 안전한 곳에서
자동차는 자율주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