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2. 두부

in #kr-book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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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아저씨는 나를 쭉 할머니라 불렀는데 어느날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작가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싶은 못난 버릇이 있는데 그에게 직업이 탄로난 건 싫지가 않았다. 순박한 표정에 곧이곧대로 나타난 존경과 애정을 뉘라서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TV에 나온 걸 보았다고 했다. 책을 읽을 새가 있느냐고 했더니, 웬걸요, 신문 읽을 새도 없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미안한 듯, 어려서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읽고 외로움을 달래고 살아가면서 많은 힘을 얻은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그의 글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 전에 영화화된 것을 비디오로 본 적이 있어서 그럭저럭 맞장구를 칠 수가 있었다.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선생님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같은 걸작을 쓰시길 바란다는 당부 겸 덕담까지 했다. 어렸을 적에 읽은 그 한권의 책으로 험하고 고단한 일로 일관해온 중년사내의 얼굴이 그렇게 부드럽고 늠름하게 빛날 수 있는 거라면 그 책은 걸작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그의 덕담을 고맙게 간직하기로 했다. _트럭 아저씨 중

_박완서, 두부


어려서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기 어려웠다. 글이 어렵다기 보다는 미세하게 표현하는 묘사를 내가 못 쫓아가는 느낌이었다. 세상을 조금 돌아보고 다시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따라 하려해도 할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애달품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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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아저씨의 순박한 얼굴이 상상이 될 것 만 같아요.ㅎㅎ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에요. 트럭 아저씨도, 아저씨를 대하는 박완서 작가의 모습도 어딘가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랄까.

왠지 정감이가서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읽으면서 마음에 무언가 느껴보고 싶어지네요

박완서 작가의 글은 고독함이나 그리움도 있지만 확실히 따뜻한 무언가가 있죠. ^^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을때 읽으면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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