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기] #09. 취준생의 마음으로 출판사에 원고 투고하기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boo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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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마음으로 투고를 한다.


책을 내려면 출판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모른다. 내가 쓴 원고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사라면 모를까 처음으로 책을 내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먼저 출판사에 연락을 하고 원고를 투고해야 한다.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도 말했지만 책을 한번도 내지 않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출판사에서 거절하는 건 아니다. 출판 시장에서는 늘 새로운 콘텐츠와 신인 작가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고만 좋다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책을 출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절차가 있다. 아무리 고스펙에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막무가내로 대기업 사장실을 찾아가서 "마케팅 부서에 나 취직시켜주세요."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회사가 취업 공고를 냈는지 확인해보고, 어느 분야를 모집하는지, 서류전형과 면접만 보는지 아니면 입사 시험을 따로 보는지, 토익 점수가 필요한지 인턴 경험이 필요한지 등등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규격에 맞는 입사 원서와 자기소개서, 자격증 사본 등등 그곳에서 요구하는 서류들도 챙겨서 제출해야 한다.

투고도 마찬가지다. 다짜고짜 "나한테 기가 막힌 원고가 있는데 책 내줄래요?"하고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취준생이 입사 준비를 하듯, 해당 출판사에 대해 알아보고, 그곳에서는 어떤 분야의 책들을 내는지, 어떤 서류를 요구하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


자기와 맞는 출판사 찾기


가장 먼저 할 일은 자기와 맞는 출판사를 찾는 일이다. 내가 작성한 원고를 모든 출판사에 다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어떤 출판사에 보내야 할까? 다시 취준생 모드로 돌아가보자. 어떤 곳에 입사 원서를 제출하는가? 무조건 30대 대기업, 100대 대기업에 원서를 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회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도 있다.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언론사나 사내 방송이 있는 큰 기업을 노릴 것이고, 특정 외국어를 잘한다면 외국인 회사만 찾아 다닐 수도 있다.

원고도 마찬가지다. 영어나 외국어만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도 있고, 소설과 수필 등을 주로 다루는 출판사도 있다. 그러니 내가 준비한 원고가 해당 출판사와 맞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이 내고자 하는 분야의 다른 책들을 먼저 살펴보는 거다. 주로 어떤 출판사에서 그 분야의 책들을 냈는지 확인해보고, 그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보자.

거의 모든 출판사가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그 홈페이지에 투고를 받는 페이지, 투고 메일을 보낼 이메일 주소 혹은 담당자 등의 정보가 있다. 또한 투고를 할 때 유의할 사항이나 꼭 첨부해야 할 자료 등을 적어 놓은 곳도 있고,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기획서나 자기 소개서 등의 양식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니 우선 자기와 맞는 출판사를 찾아보고 그 출판사에 대해 조사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기획서 작성하기


투고를 할 때는 원고만 달랑 보내지 않는다. 대개 원고와 함께 기획서, 목차,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함께 보낸다. (간혹 내 원고를 보고 아이디어만 빼갈까 봐 원고를 안 보내시는 경우도 있는데, 원고가 없으면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 음반 내달라고 YG에 연락하면서 데모 테잎도 안 보내는 격이다. 원고 전체를 보내는 게 정 불안하다면 최소 절반 정도의 분량이라도 보내는 게 좋다.)

'기획서'라고 하니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자신이 어떤 의도로 이 책을 만들었는가, 이 책은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가"를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는 거다.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있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그런 콘텐츠가 전혀 없다고? 콘텐츠 자체는 독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당신의 시각, 당신만의 목소리가 그걸 독창적이게 만들 수 있다. 이걸 좀 어려운 말로 하자면 바로 "기획"이다.

책을 쓰고 싶다면 지금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걸 찾는 것이다.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 밖으로 꺼내놓아야만 하는 나만의 목소리.

기획서에는 이게 들어가야 한다. 이 책의 주된 내용(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과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의도.


책을 홍보하자.



기획 의도와 더불어 이 책이 왜 지금 꼭 출간되어야 하는가, 기존에 나왔던 다른 책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등의 내용도 기획서에 함께 적으면 좋다. 지금 현재로서는 원고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작가인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내가 이 책을 홍보해야 한다. 그 홍보에 출판사가 수긍해서 출간 계약을 맺는다면, 후에는 독자들도 수긍해서 책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홍보는 어떻게 하는가? 이 책이 왜 지금 시대에 필요한지 어필을 하는 것도 좋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시대니까 잠시 쉬어가도 좋다는 안식과 여유를 주는 책"이라던가, "지식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재미있는 교양서"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때 허위로 과장해서 홍보하면 안 된다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겠지?)

또한 이 책이 기존에 나왔던 다른 책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강조하는 것도 좋다. 이미 시중에 비슷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면 출판사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초보 작가의 책을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소개


내 블로그에는 나에 대한 소개를 "책과 영어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불이입니다"로 해놓았다. 하지만 출판사에 자기 소개를 적어 보낼 때는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적으면 안 된다. 어떤 내용을 적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으나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1. 학력: 학력은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에 최종학력이나 전공 과목을 쓰게 된다면 자기 자랑이 아니라 해당 원고와의 연관성을 살려서 언급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모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사람이 "쉽게 읽는 조선왕조 500년"과 같은 원고를 투고한다면 아무래도 내용에 대해 좀 더 신뢰가 갈 테니까 말이다.

2. 직업: 직업도 마찬가지다. 굳이 밝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원고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도 좋다. 이색 직군에 종사했던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고, 해당 직업이 자신이 투고하는 원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직 아나운서가 "떨지 않고 말 잘하는 법"이라는 책을 낸다거나, 현직 기자가 "글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을 낸다면 더 도움이 되겠지?

3. 이력: 과외 한번 안 받고도 하버드에 합격했다거나, 국내파 출신인데 해외 유명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거나, 뭔가 내세울 만한 이력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이력이 책 내용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그것도 함께 언급해주자.

4. 개인적 이야기: 그런데 쓰다 보니 좀 기분이 안 좋다. 책을 내는 데도 고스펙이 필요하단 말인가? 학력이 높아야 하고, 좋은 직업에 내로라하는 이력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마케팅 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자기 소개 말고도, 자신이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나 의도에 대해서 진심을 담아 소개하는 것도 좋다. 진심은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큰 무기이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전자책 <영어 잘하고 싶니?>를 출간했어요. "솔앤유 출판사"에서 좋게 봐주셔서 전자책으로 나올 수 있었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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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살아있는 정보네요:]

이왕이면 지방보다 근육이 되는 정보였음 좋겠네요. ㅎㅎㅎ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 잘 읽었습니다. 요즘 바빠서 자주 못와봅니다만 가끔 와보면 역시나 이웃들이 있어 좋습니다~ 가즈앗!!! ㅋ

계속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조선생님도 같이 오래 하시죠! :)

경험을 이렇듯 잘 풀어주시니 뒤를 따르는 중생들은 시행착오가 줄어들겠어요.ㅎ

정보가 많을수록 도움이 될 듯해서 별거 아니지만 제 경험담을 풀어놓고 있어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보 대상이 다르지만 써주신 내용은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지원할 때나 대학원 지원할 때에도 비슷하게 쓰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생각해보면 저도 취업할 때 별 생각없이 입사원서와 자소서를 썼던 거 같아요. -_-

출판사마다 출간하는 책들의 분야가 따로 있는거군요! ㅎㅎ
출판하기위해 기획서까지 작성해야하고... 이것도 쉬운일은 아니네요!

네. 문학쪽, 과학, 철학, 외국어 등등.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내는 곳도 있긴 한데, 대체로 전문 분야가 나뉘어 있어요.

책을 쓰는것도 어렵지만 출판 되기까지도 어려운 일이네요. ^^

쓴다고 다 내주는 게 아니니까요. 유명 인사나 유명 작가가 아닌 한 자기 어필/홍보를 해야 하죠.

정말 책을 출판하기 위한 과정을 자세히 적어주셔서 좋네요. 취업하는 과정에 비유하셨는데 정말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그쵸? 아무래도 내가 뽑혀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취업하는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아~~ 투고 정말 징글징글 많이 해봤네요. ㅎㅎㅎㅎㅎ

투고 정말 힘들죠? 참 지치는 일이긴 해요.

이 책이 왜 지금 꼭 출간되어야 하는가,

요건 생각 못한거같아요, 책만 완성 되면 시장에 나오는 줄 알았는데, 타이밍도 중요하네요 !! 눈높이 교육 너무 좋습니당.
불이님이 말씀하신 종이책 프로젝트도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문학쪽은 다르지만 비문학, 교양, 외국어, 실용서 쪽에서는 타이밍도 중요해요. 아마 몇년 전이라면 암호화폐나 비트코인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도 관심을 두는 출판사가 없었을 거예요. 근데 요즘은 다르죠? ^^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책 내기가 취업 하기와 비슷하다는 말씀이 공감되네요. 어디에 있던 학력, 직업, 이력 등 책 마케팅에서 내세울 수 있는 요소들은 중요한 거는 같습니다. 다만 그게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한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궁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판사마다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이렇다, 라고 대답하긴 어려운 거 같아요.
출판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서 학력, 직업, 이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책을 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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