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불이쌤, 요새 뭐 읽어요? 유혹하는 글쓰기 - by 스티븐 킹

in #kr-book5 years ago

yose.jpg


요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짧은 감상.


위대한 작가의 글에 대한 이야기



출간된지 꽤 오래된 책. 너무나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냈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뭘까? 어떻게 하면 그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제목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유혹'해온 책이었는데, 근자에야 겨우 이 책을 읽었다.

원서 제목은 그저 "글쓰기에 대하여(On Writing)"라고 밋밋하게 되어 있는데, 번역서는 "유혹하는 글쓰기"라고 대놓고 유혹하고 있다. 아마 거기에 혹해서 책을 고른 이들은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본격적인 작법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쓰기 요령이나 팁이 나오기는 한다. 저 ~ 뒤쪽에. 앞부분의 내용은 스티븐 킹의 자서전 성격이 짙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글쓰기를 좋아하게 됐는지, 어떻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하지만 그것을 읽는 게 낭비는 아니었다. 이렇게 성공한, 훌륭한 작가에게도 출판사의 거절 편지 받는 게 다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는 것 등은 (너무 진부적인 스토리이긴 하나) 그래도 읽는 이의 마음에 불을 지펴준다. 나도 이랬는데. 너도 할 수 있어.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든 생각.


  • 그래도 당신은 재능이 있잖아. 재능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 내게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언제 알 수 있는 걸까? 누가 알려줄까?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내가 지쳐 포기할 때까지?
  • 난 지금껏 영어원서를 읽으면서 부사가 문장을 잘 묘사해줘서 너무 좋았는데. 스티븐 킹은 부사가 문장을 망친다고 써놨다. 이런.. 나 지금까지 헛 읽은 건가?
  • 어쨌건, 대단한 사람. 나이가 들어도, 몸이 아파도,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있는 멋진 사람.
  • 근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동영상 시대에... 아직도 글쓰기를 꿈꿔도 되는 걸까?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시라.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Let’s get one thing clear right now, shall we? There is no Idea Dump, no Story Central, no Island of the Buried Bestsellers; good story ideas seem to come quite literally from nowhere, sailing at you right out of the empty sky.: two previously unrelated ideas come together and make something new under the sun. Your job isn’t to find these ideas but to recognize them when they show up. (p. 37)

한 가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이 세상에 온갖 좋은 소설 아이디어가 모여있는 저장고, 집합소, 섬 같은 것은 없다. 좋은 이야기 소재는 말 그대로 어디선가 갑자기 빈 하늘에서 휙 나타난다. 이전에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두 개의 아이디어가 만나서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그런 멋진 소재를 찾아나서는 게 아니라, 그것이 나타났을 때 알아채는 일이다.

... 말이 쉽지...

2.

I think I was forty before I realized that almost every writer of fiction and poetry who has ever published a line has been accused by someone of wasting his or her God-given talent. If you write (or paint or dance or sculpt or sing, I suppose), someone will try to make you feel lousy about it, that’s all. I’m not editorializing, just trying to give you the facts as I see them. (p. 50)

세상에 단 한 줄이라도 출간을 한 경험이 있는 모든 소설가나 시인들은 전부 신이 주신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는 걸, 나는 40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만일 당신이 글을 쓴다면(혹은 미술이나 무용, 조각, 노래 등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누군가는 당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여기게 만들 것이다. 이건 내 사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본 그대로의 팩트를 말하는 거다.

3.

This is what we’re looking at, and we all see it. I didn’t tell you. You didn’t ask me. I never opened my mouth and you never opened yours. We’re not even in the same year together, let alone the same room… except we are together. We’re close.
We’re having a meeting of the minds.
I sent you a table with a red cloth on it, a cage, a rabbit, and the number eight in blue ink. You got them all, especially that blue eight. We’ve engaged in an act of telepathy. No mythy-mountain shit; real telepathy. (p. 106)

이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모두 이것을 본다. 나도 말하지 않았고, 당신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도, 당신도 모두 입 한번 뻥끗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같은 방에 있지도 않고, 심지어 당신은 내가 글을 쓴 시점과 같은 해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있다. 가깝다.
우리의 마음이 만나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빨간 천이 덮힌 테이블과 새장과 토끼와 파란 잉크로 적힌 숫자 8을 보냈다. 당신은 그것을 모두 인지했다. 특히, 파란 숫자 8을.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한 것이다. 가짜가 아닌 진짜 텔레파시.

스티븐 킹이 이 앞에서 빨간 천이 덮힌 테이블과 새장과 토끼, 파란 숫자 8 등을 묘사했다. 그걸 읽는 독자는 머리속에 자연스레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스티븐 킹은 이것을 텔레파시라고 칭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 독자의 머리 속에 재현되는 마법!

4.

Writing isn’t about making money, getting famous, getting dates, getting laid, or making friends. In the end, it’s about enriching the lives of those who will read your work, and enriching your own life, as well. It’s about getting up, getting well, and getting over. Getting happy, okay? Getting happy. some of this book – perhaps too much – has been about how I learned to do it. Much of it has been about how you can do it better. The rest of it – and perhaps the best of it – is a permission slip: you can, you should, and if you’re brave enough to start, you will. Writing is magic, as much the water of life as any other creative art. The water is free. So drink.
Drink and be filled up. (p. 270)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이성과 잠을 자거나, 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그리고 당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란 일어나는 것, 잘 지내는 것, 잘 극복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게 전부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배우게 됐는지에 대해 이 책의 일부분을(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책의 많은 부분은 당신이 어떻게 하면 더 잘 글을 쓸 수 있는지(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할애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허가증이다. 당신도 할 수 있고, 해야 하고, 만일 당신이 충분히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당신도 해낼 거라는 허가증. 글쓰기는 마법과 같다. 다른 창작 예술과 마찬가지로 생명수이다.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셔라.
마시고, 가득 채워져라.

뉍!!


원서 제목: On Writing
저자: 스티븐 킹 (Stephen King)
번역서 제목: 유혹하는 글쓰기

Sort:  

Congratulations @bree1042!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distributed more than 35000 upvot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36000 upvote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19금의 기대로 왔다가 핵심문장의 깊이를 보고 경건해졌습니다^^
저도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인간 물가다에 대한 책을 한 권 내고 싶습니다^^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ㅎㅎㅎ
물가다님의 책 출간 응원하겠습니다! :)

와~ 원서도 해석도 너무 좋네요.. 영어로도 휙휙 멋지게 쓰고읽고 싶은데 여러모로 부족한 능력이 아쉬운 요즘입니다.. 멋진 주말되세요!! ^^

이 책에 대한 평을 많이 들은 후 읽은 거라 별로일까 싶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러블리연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안녕하세요. @lovelyyeon님의 jcar토큰 보팅 남기고 갑니다.

좋은 한 주 맞이하세요. ^^

고맙습니다. 활기찬 월요일 되시길!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550.59
ETH 2644.53
USDT 1.00
SBD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