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흉년> 분석

in #kr-art6 years ago

<도시의 흉년>― 한국적인 것과 1970년대의 괴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완서의 소설의 인물들이 속물적이고 허위의식에 가득찼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속물적이지 않고 허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인물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속물적이고 허위의식에 가득 찬 인물들의 구도를 당시의 급변하는 한국의 상황을 국제적 정세 안에서 파악하고 그와 반대되는 본질적인 인물들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를 이 작품에서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당시 주류문화와 하위문화의 구도가 부와 가난의 경계가 되고 또 남성과 여성의 구도로 뻗어나간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흉년> 중 소제목 ‘두레박 우물’ 부분을 보면 수연이 도주 중인 구주현을 보기 위해 탈춤을 보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수연은 탈춤 축제가 한국적 축제라는 말을 한다. 한국 사람들의 공통적인 정서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구주현이라는 인물은 이렇듯 한국적인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에 항의하는 사람이다. 구주현의 탈춤은 한국의 전통성 그리고 허위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인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항하는 인물이 바로 서재호이다. 그는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모든 행동이 그 계획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사랑과 결혼까지도 그러한 맥락 안에 있으며 여대생은 관기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대사로 “똥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측면은 박정희 정권의 대변자로까지 보인다. 1970년대의 고도성장을 목표로 하는 독재정권 하에서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원칙보다는 서재호가 추구하는 요령과 계획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속물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가 추구하는 근대화란 곧 서구화였다. 이성과 질서 그리고 국제적 질서인 미국을 추종해야만 성공하고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과정 안에서 사람들은 서구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쳤다. 마담 그레이스도 서양의 옷감이 고급이라고 생각했고 수희의 집을 꾸미는 실내장식가 역시 서구적인 것이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지대풍 역시 번쩍이는 가운을 입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을 서구적인 것으로 싸고돌려고만 했으며 자신의 본질은 감쪽같이 숨기고자 했다. 지대풍이 번쩍이는 가운을 입고 병신육갑춤을 추는 것이 그 모든 부분을 대변한다.
이러한 가운데 수연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다. 자신 스스로를 상피 붙을 년이라는 저주 안에서 인식한다. 그 프레임 안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계속해서 대상화한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욕조에 가슴까지 잠기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이 섹시해져서 남성을 휘두르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그것을 터부시 하는 수치감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인데 둘 다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비롯한다. 그러한 시각 안에서 여성은 주체성을 획득할 수 없으며 곧 많은 재산 안에서도 여성이 가모장이 되지는 못하는 한계점을 갖게 한다. 여성들은 결국에는 남성에 의지하고 싶어 한다는 지점은 많은 부분에서 언급되고 있다 아무리 똑똑한 박사 아내도 건달 신랑을 필요로 하고 돈 많은 엄마 역시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수연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 역시 내면 깊숙이 그러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구주현의 눈을 우물 같다고 생각하며 그 속으로 투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주현은 속물 같은 인간은 아니었다. 구주현은 농촌, 탈춤, 그리고 순애보적인 아버지의 사랑을 지향하는 전통적인 인간상이었다. 그것은 서구의 것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지점이었다. 따라서 구주현에게 투신한 것은 단순하게 남성에게 투신하고 싶은 마음으로만은 볼 수 없다. 이전의 삶의 방식과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던, 불안으로 가득차 근대화를 부르짖는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는 것이다.
근대화 과정은 사실 원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본의 증식은 아주 은밀하게 일어나는 것이었다. 여자를 팔거나 부당이익을 챙기는 등과 같은 일이었다. 탈세라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돈이 부정하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의 불안정성에서 유발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것 역시 여성이라는 타자생성에서 일어났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불결한 대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연은 자신을 혐오하며 살아왔고 어머니를 증오했다. 이러한 구도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경험적인 불안에서 그것을 맹신했다. 그것은 무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말 역시 나오고 있다. 그러한 맹신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보를 얻기 힘듦에서도 비롯했다. 정보와 지식의 권력은 미개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생산했던 것이다. 정보의 선택적인 공개나 왜곡된 사실을 알림으로써 민중들을 통치하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횡포는 여러 가지 구도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무식과 미개함은 주체성이 없으며, 비주류인 자들에게 주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자신이 행동의 주체성과 권력이 있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주술에 매달릴 수 있을까? 특히 여성들이 주술에 더 매달리는 이유 역시 그러한 것이다.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정치적이거나 큰일은 남성이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돈을 벌 때는 자신이 일을 하지만 큰 일이 나면 남성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한다. 근데 실제로 그것은 여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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