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두기봉 : 경계를 넘는 감독>

in #johnnie-to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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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들어가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두기봉 : 경계를 넘는 감독>(원제는 Boundless)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제목대로 두기봉 감독이 어떤 사람인가를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많은 시네필처럼 저 또한 두기봉 감독의 팬입니다. 두기봉 감독은 홍콩을 대표하는 시네아스트에요. 매 작품 상업적인 시도를 하면서도 작가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가입니다.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도 그래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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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

오래 전 홍콩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천장지구>(1990)와 <동방삼협>(1993)이라는 영화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두기봉 감독이 각각 제작하고 연출한 작품입니다. 그는 1997년 자신의 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해 <암화>(1998) <암전>(2000) <미션>(2000) PTU(2003) <유도용호방>(2004) <익사일>(2007) <매드 디텍티브>(2008) <흑사회>(2011) 시리즈, <마약전쟁>(2014) <피의 복수>(2014) <참새>(2014) <삼인행>(2017)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왔습니다. 그가 만든 영화 대부분 좋아하고, 챙겨보지만 특히 <흑사회> 시리즈, <미션> <대사건> <참새> <마약전쟁>(한국영화 <독전>의 원작이 맞습니다) 등을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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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또한 대륙과의 합작영화다)

다큐멘터리 <두기봉 : 경계를 넘는 감독>은 그가 대륙(중국)에 진출하던 시기부터 보여줍니다. <고해발지련>(2012)을 중국에서 찍을 때 그는 “중국 스탭들은 차를 여러 대 운용하는데 그게 이해가 안 된다”며 “홍콩 스탭들은 꼭 필요한 인원만 현장에 상주한다”고 불평을 터트려요. 홍콩을 대표하고, 홍콩에서 주로 영화를 찍는 그이지만, 두기봉 감독 또한 대륙과의 공동제작을 피해갈 수 없었죠. 두기봉 감독이 ‘밀키웨이의 브레인’이라 부른 위가휘 감독은 "대륙과의 공동 제작이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점이라면 소재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검열 문제를 들었습니다. 맞는 말이죠.

(<대사건>의 그 유명한 롱테이크 오프닝 시퀀스)

이 다큐멘터리는 <블라인드 디텍티드> <탈명금> PTU 등 영화 현장에서 두기봉 감독이 어떤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가 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했던 1997년, 홍콩 영화는 침체기에 빠졌고, 그 또한 산업의 침체기를 피해갈 수 없었어요. <블라인드 디텍티브>를 찍을 때 두기봉 감독은 스탭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게 힘들었다”고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미션>을 찍을 때 두기봉의 페르소나 배우 임달화는 “자신의 자동차를 소품으로 기부해 한 장면 찍고 박살나는 풍경을 보았다”고 웃으면서 회상했어요. <대사건>에서 그 유명한 롱테이크 오프닝 시퀀스를 어떻게 찍었는지도 나옵니다. 10분 가까이 이어지는 원 테이크 신을 찍기 위해 배우와 스탭진은 아침부터 현장에 와서 수차례 리허설을 했고, 긴장이 컸던 나머지 아침 식사도 건너뛰었다고 했다. 슛이 들어가면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자 연출부, 제작부, 조명부는 일사분란하게 소품으로 촬영장비들을 가리면서 뛰어다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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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영화는 두기봉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홍콩의 현실을 어떻게 그려내는지도 세세하게 다룹니다. 삼합회의 부정 선거를 그린 홍콩판 ‘대부’인 <흑사회>는 부정선거가 벌어졌던 홍콩의 정치를 풍자했고, <참새>에서 임달화가 카메라로 옛 홍콩의 풍경을 찍는 장면은 스타 페리호가 운영을 중단했던 일을 반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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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 : 경계를 넘는 감독>은 감독으로서 두기봉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도 비중있게 그려냅니다. 매년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느라 바쁜 그가 홍콩예술위원회 의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신인 감독을 육성하고 길러내는 일을 신경쓰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무척 크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유독화, 임달화, 임설, 고천락 등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 위가휘, 유내해 등 밀키웨이 이미지 후배들 등 많은 홍콩 영화인들의 증언을 통해 그가 어떤 감독이고, 사람인지를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두기봉 감독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친절한 가이드가, 그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그가 어떤 감독인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만합니다.

영화기자로서 그를 너무나 좋아해 그에 관한 책들을 따로 모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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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전문지 <간전영>의 두기봉 감독 특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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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스티븐 테오가 쓴 Director in Action)


(지난 3월 두기봉 감독의 자택에 초대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 위가휘와 밀키웨이를 이끌어왔다면, 다음 20년은 유내해와 이끌어갈 것이다.” 2년 전, 홍콩의 거장 두기봉 감독은 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 창립 20주년 파티에서 다음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흑사회> 시리즈, <유도용호방>, PTU, <암전> 시리즈, <마약전쟁> 등 주옥같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근종> <천공의 눈> 등을 연출한 유내해가 회사의 대표 프로듀서가 되었습니다. 매년 3월 홍콩필름마트가 열릴 때마다 두기봉 감독과 밀키웨이 이미지는 해외 영화인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동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곤 하는데, 홍콩 옥토버 픽처스의 김철수 프로듀서의 도움으로 올해는 제가 두기봉 감독의 자택에 초대받았습니다. 그곳에서 두기봉·유내해 감독, 케이치(두기봉 감독의 동생이자 밀키웨이 이미지의 살림꾼) 총괄 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로부터 두기봉 감독의 신작 프로젝트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요. 어떤 작품이냐고? 쉿, 아직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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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유명인과의 인증 사진으로...ㅎㅎ

포인트는 유명인이 아니라 자택에 초대 받은 거죠.^^;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네 아치님 밖에 나가지 마시고 창문 꼭 닫고 있으세요.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장지구.... 다시 한번 봐야 겠습니다...🇳🇱

유덕화와 오천련이 오토바이 타고 부르릉 질주할 때 그 유명한 주제곡이 짜잔~

넷플릭스 재밌는 콘텐츠 많아지네요 잘봤습니다 @pepsi81

네 한번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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