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뒷 마당에 또 다시 큰 비단뱀(파이탄)이 나타났어요!

in #illustratio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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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뱀(파이탄)

남자친구와 저는는 날씨가 더운 날이면 집안에 앞문 뒷문을 다 열어두고 있는데요. 지난 목요일은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고양이들에게 저녁으로 먹이를 주고는 뒷문을 닫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평화롭게 저녁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칠때 쯤 갑자기 밖에서 어미 고양이 미니의 아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저희는 미니의 그런 울음소리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주변에서 말로만 듣던 뱀이 나타난건가 단번에 짐작을 했었지요..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갑자기 이런상황이 닥치니 집안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생각이 안나더군요.) 둘다 허겁지겁 뒷 문을 열고 남자친구는 손잡이가 긴 마당 빗자루를 저는 후레쉬 전등을 집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뒷마당 쪽 구석 풀이 무성히 자란 구석에서 몸집이 큰 비단뱀이 미니의 새끼 중 한마리인 '추추'의 몸을 둘둘 말고는 질식을 시키기 위해 있는 힘껏 새끼고양이의 몸을 쪼으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미니는 그런 뱀으로 부터 새끼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구요. 저는 후레쉬 전등 빛을 뱀이 있는 쪽으로 비췄고 남자친구는 어떻게든 추추를 살리고자 빗자루로 뱀의 머리와 몸을 세게 여러차례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잠시 멈춰서는 남자친구를 향에 노려보기만 할 뿐 뱀의 몸은 더욱 세게 추추를 쪼으고 있었는데요. 계속해서 내리쳐도 끄떡이 없자 후레쉬를 남자친구에게 건네고 뱀에게 고통을 주어 추추를 쪼으고 있는 몸을 풀만한 뾰족하고 긴 물건을 찾으러 주방으로 갔습니다. 찾고 있는 그 사이에 남자친구는 저에게 추추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더군요. 믿을수 없어 얼른 다시 그 자리로 갔는데, 그 뱀의 또아리 속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던 추추의 움직임이 없어졌습니다. 그 땐 뱀이 무섭기 보다는 그 녀석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내가 이뻐라하는 미니의 새끼를 잡아먹다니. 비록 추추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차갑게 식고 있는 어린 고양이를 그 뱀의 먹이로 놔두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가지고 있던 빗자루를 넘겨받아 계속해서 뱀의 머리와 몸통을 세계 내리쳤습니다.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더군요. 화가난 뱀은 저를 향해 공격을 하려하다가도 제가 뒷걸음을 칠때 쯤이면 다시 추추를 잡아 먹으려고 입을 쩍 벌린채 대가리가 추추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뱀을 공격하는 동안 옆집에 사는 사장님께 전화를 했고, 사장님은 얼마안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사장님은 이미 뱀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분이셔서 10분도 안되어서 그저 막대기 하나와 맨손으로 뱀을 잡아 올렸습니다. 아..정말 와일드한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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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비단뱀(파이탄)을 잡은 사장님

사장님은 가지고 온 카키색 캔버스 가방에다가 뱀의 꼬리부터 머리까지 조심스레 넣은 다음 입구를 돌돌 말아 봉쇄하고 차갑게 식어버린 어린 추추와 함께 차에 싣고 남자친구와 함께 운전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곤 남자친구의 의견데로 큰 비단뱀의 경우엔 (호주의 천연동물이기 때문에) 집과는 거리가 떨어진 곳에 다시 저멀리 풀어주었고 추추는 땅에 묻어주었다고 하네요.

그날 이후로 미니는 한동안 새끼가 없어진 자리를 맴돌았고, 저희 또한 그날 이후로 조그마한 소리만 들려도 뒷마당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미니가 낳은 새끼는 6마리였고 그 중 지금 남은 새끼들은 2마리(2마리는 자연사 2마리는 허약한 애들이라 각각 동물단체, 사장님 댁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이네요. 매일 아침에 먹이를 줬었고 지금도 주고 있는데, 지금은 먹이를 주는 양이 현저히 줄어 들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날씨는 이런 고양이들의 속도 모르고 쌀쌀해져만 가네요. 겨울이 되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나 있을 텐데 이녀석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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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야... 마음이 정말 안좋으셨겠어요. 뱀이 공격을 당해도 절대 놓지는 않는거군요.

추추가 좋은 곳이 가기를
미니도 괜찮아지길 ㅜㅜ

감사합니다, 애나님^^
저도 저희가 뱀을 공격할 때 웬만해선 몸을 풀고 저희 쪽으로 오거나 도망갈 줄 알았는데 집요하더군요.

새끼 고양이 너무 안타깝네요. 어미도 딱하구요 ㅠㅠ

@isi3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ㅜ 새끼도 새끼지만 새끼를 여럿 잃은 미니가 너무 안타까워서 그 담날엔 기력 보충 좀 하라고 사료에 저희가 먹으려고 사다 놓은 닭고기를 섞어서 줬어요ㅜㅡ

헐... ㅜㅜ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추추는 하늘나라로 갔군요.. ㅜㅜ

근데 뱀이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나요?
저렇게 큰 뱀이 집 주변을 배회하다니.. ㄷㄷ 무섭네요.

비단뱀은 보통 사람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해치진 않는다고 해요. 독성도 없구요.(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하긴 하지만) 풀이 무성한 곳만 피해서 다니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풀이 우거진 곳을 갈때면 좀 무서워서 긴장화를 신고 박수를 크게 치면서 걸어갑니다. 비단뱀은 소리에 놀라 피해 간다고 하더라구요^^

문제는 고양이들에겐 천적이라 다신 안나타났으면 좋겠어요ㅜ

헉 ㅠㅠ 집에 뱀이...
어떡해요 ㅠㅠㅠ

집밖에 있던 뱀이라 그렇게 무섭진 않았는데, 새끼 고양이를 습격했던게 너무 슬펐고 추후에 또 냥이들을 사냥하러 오진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ㅜㅠ

불쌍한 아기고양이ㅠ
옆 집 사장님 대단하시네요..도와줄분이 있어 다행이에요.
그리고 이와중에 다복님 그림 컬러 너무 예쁘네요ㅠㅠ

정말 사장님이 옆집에 살면서 도움을 많이 주셔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림에 대한 칭찬 감사합니다 ^^!

저렇게 큰 뱀과 싸우시는 다복님의 용기에 감탄해봅니다.
하지만 다복님 몸이 상하시지 않기를 다음에는 조심하시기 바래봅니다.
안타까운 일이네요.
호주는 제가 살아보고 싶은 나라 중 최상위 랭크이기도 한데 자연 속에 있으니 이러한 일들이 생기겠군요.
마음은 안타깝겠지만 또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해야하는 것이 자연 속 어머니의 자세이니 다복님 맘은 상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용 속 뱀은 참 미운데, 다복님이 그림을 그리시니 또 예쁘게 변해버리네요.
저런 뱀들도 이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생존 본능이니 이쁘고 나쁘고의 문제도 아닌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서지만 늘 다복님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
좋은 한 주 되세요 ^^

맞아요 ㅠㅜ 뱀도 먹고 살려고 사냥을 하는 것이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ㅠ 안그래도 제 남자친구도 빅피쉬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ㅠ 마음 아프지만 이게 자연이라면서요ㅠㅠ
그림칭찬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만날수 있는 두려운 생명체는 고작 바퀴벌레정도인데... 호주에는 뱀이 출몰하는군요 :(
미니도 다복님도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추추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빕니다..
(다복님 그림보고, 뱀 무늬가 정말 예쁘다고 감탄했었는데. 뱀 미워요. 나빠요. )

매썰님 서울에 사시는 군요! 호주에도 도시엔 뱀이 없고 시골에만 이렇게 나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림칭찬 감사합니다 매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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