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동안 무엇을 치료했는가

in #illness7 years ago

지난 화요일부터 어제까지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맹장에 염증이 있었고, 일부가 터진 상황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고통 중에서는 제일 강력한 고통이었다.

최근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왜 요즘 똑똑한 사람들은 행시, 의대 쪽으로 쏠리는 지 모르겠다. 그 좋은 머리로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면 사회가 더 발전 할 텐데”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관료나 의사가 하는 일은 충분히 대체 할 텐데, 다른 분야에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나는 그냥 안타까웠다. 왜 똑똑한 머리로 몇 안되는 길에 쏠려서 과도한 경쟁을 하는지. 그 사람들의 능력을 찾는 곳이 그 길 외에도 참 많다고 생각했다.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없이 자신의 머리를 믿고 그 길로 가는 사람들은 더더욱 안타까웠다.

입원한 이후 내 일과는 7시반에 일어나 아침 먹기 전 체중을 재야 했고, 십분 뒤쯤 아침을 먹은 뒤 매 두 시간 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번갈아 맞아야 했다. 맞고 나서는 일으키기도 정말 힘들었던 몸을 억지로 세워서 30분씩 걸어줘야 했다. 약이 몸으로 들어올 때마다 정신력이 매우 약해졌고 통증이 올때마다 간호사를 불러 때도 되지 않은 진통제를 놔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저녁 10시쯤 되면 슬슬 약에 지쳐 졸음이 온다. 그리고 잠에 든다. 자정이 되면 간호사들이 한번 더 응급 병동을 돌았다.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재고 필요한 진통제, 항생제를 처방했다. 한 두명의 간호사와 인턴 한 명 정도가 24시간 내내 두시간 간격으로 하나의 응급병실에 있는 6명의 환자를 돌봤다.

똑똑한 길로 몇 안되는 길에 쏠려서 경쟁을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니었다. 6명의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나는 기침할때마다 배가 아픈데 기침을 안하는 약을 달라’고 짜증섞인 요청을 하며, 30분 마다 병실에 있는 전화로 간호사를 불러내어 일으켜 달라고 한다. 항생제를 맞으면 너무 아파서 안맞고 다른 약을 복용하면 안되냐는 환자도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한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가벼운 씨부림이었는지 알았다. 의사든 간호사든 환자를 돌보아주는 것은 무조건 고되다. 환자 대비 의료진의 숫자가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나는 밖에서 몇 안되는 기사들로 한국 인재들이 곧 수명을 다할 직업에 목숨을 건다고 안타깝게 여겼다. 어차피 나중에 기계가 할 일들, 더 정확한 시간에 맞춰 환자를 간호할 일에 왜 그리 자신의 재능을 쏟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스스로 그 사람들이 가진 직업의 사회학적 무게를 잘 알지도 못하고 요란하게 떠든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난 뭐 얼마나 잘나서 얼마나 폭넓은 공부를 했는가 싶다.

누군가는 지금도 그 무게를 너무나도 지고 싶어서 밤새워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 선한 마음에는 시끄럽게 판단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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