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난 고구마

in Avle 여성 육아2 years ago

'라떼는'이란 이야기가 어쩐지 꼰대가
되는 것 같아 조심스런 시대입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덮친 이 시대를 견디다보니
그 때의 자유로움이 향수가 됩니다.

우리 안이가 저 어릴 적 누리던 것들을
함께 누리며 자라길 소망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건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게
최선인것 같습니다.

우리 안이가 '엄마의 라떼는'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에서 노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고,
나만의 즐거움과 놀이를 생산할 수 있길 바랍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제가 처음 꺼낼
이야기는 고구마입니다.
시골이다보니 고구마는 아주
흔하디 흔한 작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먹는게 흔하지는 않은 작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 .

20220126_123455.jpg
고구마는 소밥이었거든요.
이 맛있는 고구마를 꺼내 먹을라치면

"어떤 촌놈이 소밥을 가져다 먹나?
소밥 먹지 말고 밥 먹어라."
라며 놀림을 받기 일수였습니다.

여담인데 제가 좋아하는 달큰 구수한 누룽지는
그 시골의 개밥이었습니다.;;

겨울이면 고구마는 늘 윗방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가까우면서도 먼 당신인지라
고구마를 챙김받는 소가 부러웠습니다.

20220126_130752.jpg
시골 저희 집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습니다.
이 아궁이는 제일 좋은 맛을 내는 최고의 버너입니다.

아침은 어른들에게 언제나 분주했습니다.
남자는 마당을 쓸고, 짐승을 돌보고,
여자는 불을 때고 밥상을 차리느라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이 분주한 틈을 타 고구마를 꺼내어
밥짓고 남은 아궁이의 깜부기불에 숨겨주면
식후에 꿀이 떨어지는 군고구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늦게 아궁이를 찾았다간 고구마가 그냥 숯이
돼 있기도 하지요.^^

숯향이 밴 꿀찬 노란 고구마.
이건 소가 되어도 포기 못할 맛이였어요.
제 인생 최고로 맛있던 고구마가
바로 이 아궁이 고구마입니다.

제가 죽기 전엔 안이와
꼭 함께 먹어보고 싶은 맛입니다.

이 맛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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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맛을 알기에 너무 정겹네요~^^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듯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는 감자를 그렇게 구어 먹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라떼는... 최대한 줄이는게 좋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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