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라이프] #22 밥솥도착

in Korea • 한국 • KR • KO5 years ago (edited)

2월에 자리 잡을 땐 그동안 열심히 익혀온 미니멀라이프를 완성하기 위해 큰 결심을 했습니다. "냉장고에는 술만 채우자"라는 야심한 결심이었죠. 몇 달 간 잘 버텨왔어요. 빌트인으로 있는 냉장고는 1인용으로는 충분한 크기(이거 몇 리터지?)의 냉장고를 제법 잘 비워왔답니다.

사실 20대 독신남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냉장고에 물만들어있는 텅 빈 모양새가 그렇게 보기 좋더라구요. 미니멀 라이프 이전의 제 삶은 냉장고가 정말 문이 잘 안닫힐만큼 그득그득 했거든요. 주로 먹다남은 음식들, 냄비채 넣기 안먹는 반찬 얻어서 1년 넘게 방치하기… 심지어 한 번씩 건망증(이라고 쓰고 치매라고 읽는다)이 도지면 책이나 핸드폰도 넣어두기를 서슴없이 하곤 했죠.

이런 제가 달라졌어요. 그렇게 12월을 맞이 했네요. 10월쯤 부터는 어차피 퇴근하면 저녁, 출근전 이른 아침이니 밥 안먹고도 버틸 수 있을지 알았지만, 야금야금 즉석밥을 사먹기 시작했어요. 밥솥을 사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몰려오던 지난 주 친구집에서 술마시다가 안쓰는 밥솥을 준다기에 배달비를 조금 지불하고 얻어오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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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가득 채워진 DHL 박스는 마치 독일에서 날아온 도이치 반 스티커가 붙은 애플 홈팟이라도 도착한 느낌을 주네요. 그걸 노린건지 친구는 밥솥안에 뜬금없이 애플 짝퉁 화웨이 이어폰을 넣어주었네요. (이거 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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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석 전기 코드를 꽂자마자 수다를 떨어댑니다. 심심한데 말하는 밥통 좋네요. 다른 단톡방에 공개했더니 요새 밥통들은 다 말할 줄 안다고...… 예전엔 멍청한 친구들한테 밥통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그 친구들보다 밥통이 더 똑똑해졌네요… 제가 아는 형님 한분은 스카이넷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러 기계들이 몰려온다고 늘 주장하시는데 보시면 또 기겁하시겠네요.

이제 제 냉장고는 반찬으로 조금씩 채워지겠죠. 하지만 밥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밥만 할거예요. 정말입니다.

어제 도착한 제 밥솥에 싱싱한 새 쌀을 공급하기 위해 홈###로 출발하기 전에 급 포스팅입니다. even though, 제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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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ears ago 

요리 실력 녹슬지는 않으셨겠죠?ㅎㅎ

저 솥에서 나온 따끈한 밥 한공기면 김치와 계란후라이만 있어도 한그릇 뚝딱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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