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9만 달러를 넘어섰다. 혹자는 트럼프 당선이 촉발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현상은 대세 상승의 시작일 뿐이다. 다음번 고점은 아마도 20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도 한참 후가 아닌 대략 1년 이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 트럼프 당선에 따른 수많은 해석과 예측을 뒤로 하고 우선 화폐에 미칠 영향만을 보자. 트럼프 2기 집권기에 심각한 화폐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트럼프 집권기에 본격적인 화폐 타락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심각한 경기 위축이 이를 촉발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없는 소프트랜딩 상황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달러 발행의 남발과 이에 따른 통화팽창은 자명하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기댈 방법이 돈을 푸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물가도 안정되고, 그 결과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 혹자는 트럼프의 감세정책, 보호무역, 등 경제정책이 위와 같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거라고 본다. 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원인이 아니라 악화 요인, 혹은 촉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어날 화폐타락 현상의 근본 원인은 내가 수차례 말했듯, 미국이 달러 발권력을 남발한 것, 혹은 달러 발권력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이다.
- 최근 상황은 면밀히 봐야 한다. 미국은 현재 재무부와 연준의 정책이 조율되지 않는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못 하는 상황인데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민주당 집권을 지원하기 위해 단기국채 발행을 남발하며 돈을 엄청나게 풀었다. 그 결과 연준이 미국 금리를 조절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의 두 번째 파장은 이미 시작되었다.
- 요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명목화폐 시스템이 조금씩 마모되어 사라지는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다. 금값 상승을 포함하여 명목화폐로 살 수 있는 물건 값이 계속 오르는 것도 이런 화폐 타락의 다른 증상이다.
- 인플레이션은 세금이다. 즉 발권력을 가진 자가 그 외의 자를 갈취하는 수단이다. 앞으로 인류 대부분이 엄청난 세금을 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명목화폐 시스템을 가진 모든 정부는 세금의 명목도, 고지서도 없이 조용히 당신의 재산을 털어갈 것이다. 이 세금의 가장 고약한 면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에게 가혹하다는 점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내지 않는 세금이다. 심지어 화폐 타락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도 있다. 우직하게 사회를 지탱하는 임금노동자, 은퇴한 연금 생활자, 자기 벌이를 대부분 생필품에 써야 하는 저소득계층이 이런 부당한 세금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잔꾀 없이 자기 손으로 돈을 벌고, 사회 시스템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가혹한 세금은 도대체 얼마나 혐오스러운가.
- 그렇다면 미국 정부를 비롯해 모든 정부는 왜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징세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다.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와 압력단체에 뇌물을 주고, 비대해진 관료조직과 관변조직을 관리하고, 촘촘하게 정부의 눈, 귀, 손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서구 사회는 수십 년간 이렇게 큰 정부가 사회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속삭이는 퇴행적인 이념의 영향에 고통받았다. 최근 수년 사이 코로나 사태를 넘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 지정학적 충돌이 임박한 상황이라 여기에도 큰돈이 들었다. 앞으로 정부가 개과천선하여 정부 지출을 극적으로 줄이고, 서구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시장을 존중하는 건강성을 회복하고,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현재 화폐 타락을 막을 수 없다.
-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계질서 아래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어떤 것일지는 이미 윤곽이 잡혔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NEW PAX AMERICANA'가 아닐 것은 자명하다. 즉, 북미대륙의 미국이 유라시아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대는 다시오지 않는다.
- '미국 주도 세계질서'는 의장이 미국이고 여러 동맹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일종의 원탁회의다. 즉, 미국의 힘은 자신 힘만이 아닌 동맹과의 결속에서 나온다. 그 동맹의 한 축인 NATO 회원국은 주도적으로 러시아에 맞설 힘과 의지도 없을 정도로 허약해졌다. 동아시아의 동맹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 단결하기에는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취약하다. 그리고 미국인은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불과 수년 사이에 우리는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신속한 붕괴를 보게될 것이다.
-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붕괴 곳에 어떤 질서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추하고, 불쾌한 것일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이 질서가 상당 기간 다극적(multi-polar)인 것이리라 예상할 수 있다. 다극적 질서는 필연적으로 다극적 화폐 시스템, 혹은 초극적 화폐를 낳을 것이다.
- 한국 화폐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행인가? 한국 정부인가? 아니다. 미국의 달러 기반 명목화폐 시스템이다. 거짓말 같으면 미국이 한국 원화와 달러의 환전을 금지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라. 한국 경제의 건강성, 한국의 자원과 역량으로 원화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말의 의미는 자명하다. 한국 원화 가치의 상당 부분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의존한다. 만약 모든 명목화폐의 토대인 달러의 신뢰가 문제 된다면 이제 명목화폐는 어떻게 될까?
-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무언가(금, 자원)에 필사적으로 연동하거나, 민간에서 화폐로 여기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자국 영토 내에 자국 화폐의 사용만을 강요할 힘이 있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의 화폐 시스템은 어떤 형태일까? 아마 한국에서 다양한 암호화폐와 외화가 사용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화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현재로서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다. 인류 역사상 화폐는 이런 것이었다. 당신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에 취약한 이유는 국가가 화폐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가 화폐를 독점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에 화폐 타락에서 도망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껏 도망한다는 것이 은행에서 명목화폐를 빌려(화폐 창조), 만들어진 화폐로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을 사는 정도다. 그 대가로 자신이 창조한 화폐의 이자를 기 위해 죽어라 일해야 한다. 이는 자발적인 노예화다. 예전 노예가 돈으로 자유를 사는 과정을 역행하는 비극이다.
- 많은 말을 했지만 결론을 간단히 하자면 이렇다. 비트코인은 상승 사이클을 탔다. 이는 화폐 타락의 명백한 증상이다. 이를 또 거품이니, 가상 징표니, 가치가 없니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모든 재산을 원화에 올인하고 앞으로 5년 후 뵙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