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할까?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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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비평)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할까? - 1편

방미 전 윤석열 대통령은 무서운 기세로 러시아, 중국, 북한을 향해 상당히 분명하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적 모호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런 발언의 의도가 뭔지 방구석의 필부가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대부분 언론은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불필요하고,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현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적 노선과 전략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대체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지금처럼 명확히 전선이 갈리는 시기에 어설픈 중립은 박쥐의 중립과 같을 수 있고, 이 시점에서 미국 편에 힘을 보태야 동북아에서 중국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지만, 방구석 필부가 동북아의 국제 정세에 관해 대통령보다 더 고급정보를 알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위와 같은 명확한 방향성의 댓가로 이번 방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전향적인 양보를 얻어낼 예정이 아닌가 예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여러 측면에서 과시했고, 윤석열 개인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안보 차원에서 받은 것은 분명치 않다.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한 단락으로 할 말을 아끼겠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받은 것은 없다.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에 우리의 목소리를 조금도 반영하지 못했다. 완벽한 미국의 외교적 승리다. 이걸 부인하는 정상적인 언론이나 인물도 없다. 중국을 방문한 유럽 각국이 엄청난 선물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미국은 적들이 집결하는 가운데 동맹은 살뜰하게 벗겨먹었다.


정부가 내세우는 안보 차원의 성과로 미국의 확장억제를 분명히 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한미 핵 협의그룹'을 창설하기로 선언했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하고 핵 억제에 관하여 더 심층적이고 정례적으로 의사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어떤 수사로 가치를 부여하던, 이는 그저 또 하나의 약속일 뿐이다. 우리는 필요도 없는 약속을 믿고 군사-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양보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인이 원하는 것은 약속은 아니다. 게다가 이 합의에는 맹점이 있다. 트럼프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도 위의 선언과 합의를 잘 지킬 것이라 보는가? 미국의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은 자신의 외교-안보 노선을 일관성 있게 유지할 능력조차 의심된다. 사실 미국은 정상적인 외교를 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해도 심한 말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최소한 일본의 핵 잠재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막대한 핵 재처리 능력(사용 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능력)과 핵농축 능력(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235를 80% 이상으로 농축하는 능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1-2개월 안에 신뢰성 높은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고, 비축된 플루토늄과 우라늄만으로 최대 1,000여 발 이상 제조할 능력이 있다. 유사시에 일단 결심만 하면 단시일 안에 미국,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일본과 대등한 기술은 가지고 있다. 단, 핵을 재처리하는 것이 미국과의 협정으로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말했듯, 우리도 결심만 하면 1년 안에 핵무기를 획득할 수 있지만 일본이 획득할 수 있는 시간과 핵탄두의 수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우리가 독자적 핵 재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NPT 협정은 존중하되 유사시를 대비해 핵 재처리 정도는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위태로운 안보 환경으로 볼 때,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 나라는 양심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정도 양해는 받는 게 아닌가 기대했다. 어차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이 두 나라의 핵무장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핵 무장을 하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한 단계 도약한다. 결국 갖게 될 핵무기라면 미국의 손으로 건내주는 게 서로에 이익이 아닐까?

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국제 정치적 목표가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핵무장을 하면 미국의 위신과 집권 세력의 인기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핵확산 방지라는 목표는 지금까지 성공적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누군가가 빨리 현실을 알려주고 현실적이고 타당한 길을 보여줘야 한다. 정말 신뢰로 맺어진 강철 같은 동맹이라면. 동맹국이 좁은 시야에 갇혀 큰 틀에서 생각하지 못할 때 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언은 그냥 미국의 근시안적인 국내 정치 아젠다에 놀아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한국의 핵 재처리 허용, 핵 잠수함 기술 제공, 기타 전략적 군사기술의 제공과 같은 양보는 받아 왔어야 한다. 한국의 지정학적-군사적 가치로 볼 때, 일본과 호주가 받는 동맹 대우는 받아야 한다. 이게 미국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는 약속 따위보다 훨씬 가치 있다.  


이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중국이 한국의 미군기지를 타격하는 상황은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 공격과 봉쇄에 전초기지로 직접 사용할 때뿐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중국이라고 한국의 영토를 선제공격하여 골치 아픈 적을 늘릴 위협을 감수할 리 없다. 대중 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싶은 동기는 오히려 미국에 있다. 

따라서 대만 전쟁 시 한국의 일차적이고 확고한 목표는 주한미군기지를 대중 공격의 출격거점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후 전쟁에서 미국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 우리 전쟁도 아닌 것에 어리버리 끌려들어 가는 것은 안 된다. 이를 지키기 못 하는 정치인은 광화문 앞에서 돌에 맞아 죽어도 싸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외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소한의 전략적 모호성이다. 우리가 미국 편인 것을 지나가는 개도 안다. 그래도 마지막에 취할 행동에 대한 모호함이 있다면 중국, 러시아, 북한도 자신의 정책 방향을 완전히 확정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일본 동맹 편에서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 개전과 동시에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를 선제타격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최소한 군사적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면 주한 미군에 대한 직접 공격은 피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유연하고 독자적인 외교책이 필요하다. 이는 의뭉스런 중립을 고수하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 저정학적 상황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유연성과 원하지 않는 주변의 분쟁에 억지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최소한의 독자성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에서 말을 앞세워서도 안되었다. 중국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반대한다. 정도로 온건하게 미국의 편을 들 수 있었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냥 아무 말 안 해도 되었다. 북한은 아무리 걸레를 문 입으로 떠들더라도 겁먹은 개라고 생각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했다. 강경한 입은 오히려 스스로를 해롭게 할 뿐이다. 싸움닭도 무심하게 정적을 지키는 목계(木鷄)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에 해롭다.


대만을 생각해 보자. 이 나라는 압도적인 적성국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국론이 정확히 반반으로 분열되어 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가? 아니면 별도의 정체성을 가진 대만이라는 국가의 국민인가? 당신은 한민족(韓民族)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인가? 우리에게는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이 질문이 대만에는 국가의 정체성과 성격을 결정할 상충하는 선택지다.

대만 군사 장비의 수준은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게 낙후되어 있다. 특히 중국의 상륙을 해상에서 거부할 해군, 잠수함 전력은 절망적이다. 이 모든 문제가 대만이 자초했다고 하면 너무 가혹하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서방도 첨단 무기도 안 팔았고, 무기의 유지-관리에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막강한 적성국과 대치 중이라고 보기에 우리 눈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아직도 군 복무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고, 군사 대비 태세도 안이하다. 전직 국방 차관과 대령까지 간첩혐의를 받는 등 국가 보안도 허술하다. 이 나라의 국방 태세를 한마디로 하면 '자포자기'다. "중국이 설마 침공을 하겠어?"라는 희망 아래 나라를 지키는 시늉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한 평가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죽을 각오로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 나라를 다른 나라가 돕기는 쉽지 않다. 일본은 자국이 전쟁에 휘말려도 나가 싸우겠다는 사람이 13%밖에 되지 않는다. 희한한 나라다. 당연히 대만 문제에 자위대가 개입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만 침공 시 일본이 개입하려면 상당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게 확실하다. 

미국이 정말 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면 스스로 해야 한다. 아니면 동맹을 방패막이로 삼지 말고 최소한 위협적인 군사력을 건설할 수 있도록 족쇄라도 벗겨줘야 한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앞길은 평탄할 수 없다. 곧 자기가 싸지도 않은 X무더기가 자기에게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14개월째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 깔린 경제 지뢰가 터질 때, 한국이 멀쩡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경제적인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할 말이 있다고 치자. 독단적이고, 조잡한 외교 노선을 고집해 국가의 장래를 망치고 멀쩡히 퇴임할 수는 없다. 지금 외교-안보 전략은 미국을 위해 찍소리 안하고 경제적으로 봉사하는 것을 넘어, 필요하면 중국과 대리전쟁을 치루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정말 우리가 일본-미국과 함께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축이 되길 원한다면 미국은 우리의 핵 잠재력을 보장하고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우리는 정 반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것은 단순한 국가적 모욕감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의도와 관점이 행동에서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러니 비상시에는 더 분명하게 한국의 이익을 희생하여 미국의 안보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이에 저항하고 위험한 국제정세에 유연하게 국익을 챙기는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리더십의 최우선 목표이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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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읽게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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