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앞으로 3년과 암호화폐 투자 -2편 ;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용화폐의 위기

in Korea • 한국 • KR • KO4 years ago (edited)




암호화폐가 안전한 자산으로 받아들 지려면 암호화폐가 아닌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신용화폐의 안티테제입니다. 만약 이게 아니라면 암호화폐는 아무것도 아닌 데이터 쪼가리입니다. 만약 금,은같은 중간상품으로 가치를 담보하는 화폐제도가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면 오로지 데이터로만 가치를 인정받는 암호화폐의 등장은 먼 훗날에나 기약할 수 있었을겁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제하는 신용화폐라는 시스템은 인간 역사에 완전히 새롭고 아주 최근에 나타난 개념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 댓가로 화폐 찍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은 신용으로 화폐를 창조한다"는 화폐이론을 50년 전에 이야기했다면 개소리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중앙은행이 국채 뿐 아니라 회사채도 사고, RP도 사고, 앞으로 주식도 직접 매입할 지도 모른다"는 상황을 30년 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보다 기이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게 이해가 안가면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30년 넘게 착실히 갚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금수저 이하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빌린 돈이라는 것의 90% 이상은 그냥 은행이 데이터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남이 예금한 것도 아니고 국채에 대한 지불권도 아닙니다. 그냥 은행이 자신의 신용으로 '창조'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은행이 창조한 돈을 값기 위해 한번뿐인 인생의 상당부분을 고통스럽 일하고 있는겁니다. 500년 전 노예주들에게 이런 사회시스템을 설명한다면 무릎을 탁 칠겁니다. 정말고 교묘하고 효율적인 노예제도라구요. 노에를 가둬놓을 쇠사슬도 필요 없고 노예반란을 막기 위한 민병대와 군인도 필요 없습니다. 예전 노예제는 가치의 생산수단인 인간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누군가를 착취하기 위해 생산수단을 통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권력이 미치는 한도 내에서 교환수단을 독점하고 통제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가 큰 저항 없이 수십년간 지속된 이유는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런 제도가 어떤 혁명적인 상황이나 극적인 사건에 의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19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악화(惡貨)가 양화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금은본위제가 유지되었다고 해도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근근히 먹고 살았을겁니다. 재화는 항상 희귀한 것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중간상품에 의해 가치가 보장되는 것인지 은행이 창조한 것인지 관심을 둘 시간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악화(惡貨)라는 것을 깨닳지 못하고있고 관심도 없습니다. 


둘째. 자본주의의 엄청난 효율성덕분에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대단히 효율적인 국제분업체계가 나타났습니다. 중세의 봉건제 하에서도 도시와 부르주아가 성장한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봉건제가 근대를 촉진한 것이 아니라 봉건제에도 불구하고 근대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신용화폐라는 테제가 가진 부당함과 모순이 암호화폐라는 안티테제에 의해 드러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명확해 집니다.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이 악화(惡貨)라는 사실에 도저히 눈을 돌릴 수 없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은 악성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 입니다.


현재의 소득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어 처자식을 부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순간.... 개처럼 일하고 늙어서 쓰겠다고 모아놓은 돈이 서서히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보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신용화폐의 모순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깨닳는 순간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중앙은행의 극단적인 유동성 공급정책과 정부들의 재정정책은 제 눈에는 신용화폐의 독점이 붕괴되는 마지막 발작으로 보입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와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 2014년의 중국재정위기로 이어지는 긴 발작의 마지막일수도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몰라도 이후에는 모든 주요국가들이  신용화폐시스템을 리부트하는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2007년부터 이미 전 세계는 말도 안되는 돈을 풀어놨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위기에 따른 불황과 극단적으로 낮아진 인플레 기대심리때문에 화폐유통속도는 점점 낮아졌고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제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십년동안 일본이 겪은 장기 디플레가 전 세계에 올지 모르니 이에 대비해야한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는 이유가 이겁니다. 앞으로 인플레는 오지 않으니 과감하게 돈을 풀어서 디플레이션이나 잡으라는 소리죠.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계속 돈을 풀다가 어느 임계점에서 화폐 유통속도가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옵니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빤쓰까지 벗고 돈을 풀고 있으니 앞으로 1-2년간의 경기침체 뒤에는 경제회복과 상관없는 악성 인플레이션과 반복적인 신용발작이 온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런 일을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실패국가들은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이런 변방이 또 한번 악성 인플레를 겪는 것은 별 의미 없습니다. 악성 인플레를 미국과 유럽, 일본같은 중심국가들과 중국 인도같은 거대국가들이 동시에 겪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일을 머지 않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주변국가에서 자국의 법정통화의 위치가 불안한 것은 현재도 흔한일입니다. 여러나라에서 자국통화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죠. 앞으로 올 위기에서는 여러 주변국가에서 자국의 법정통화를 받는걸 거절하는 일이 빈번해질겁니다.


자국의 통화는 아예 못믿겠고 기축통화의 가치도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 화폐의 성질을 갖되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로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금,은같은 귀금속과 암호화폐가 이런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금,은은 신용화폐 이전부터 통용되던 중간상품이니 세상 신용화폐가 모조리 화폐개혁으로 사라져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치가 매우 올라가겠죠. 지금 시점에서 자기 자산에서 일정부분을 금에 투자하라는 것은 레이 달리오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은의 단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1. 무게와 함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힘듭니다.

2. 낮은 가격의 물건을 사기 위해 분할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3. 총량과 공급량이 경제제도를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1과 2의 문제때문에 귀금속의 함량과 무게를 공증하는 제3자나 귀금속의 보관을 보증하는 제3자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3자는 각 나라의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애초에 금태환화폐에서 신용화폐로 슬그머니 넘어가게 된 이유도 정부가 이런 권한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앞으로 귀금속을 바탕으로 한 화폐가 다시 쓰이게 된다면 역사를 예전으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3의 이유때문에 금과 은만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힘듭니다. 태생적인 이유로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귀금속은 화폐 유동성의 일부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숫점 한참 아래 단위로 분할할 수 있고, 거래와 가치저장이 매우 편리하고, 거래를 확인하고 가치저장에 제3자의 개입이 필요 없고, 임의로 발행할 수 없는 암호화폐가 귀금속 이상으로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이라는 것의 본질은 거래하기 편리한 중간상품입니다. 중간상품은 하나일 필요가 없습니다. 금, 은, 비트코인, 국가의 채권, 등 여러가지가 함께 사용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가지 중간상품으로 화폐제도를 유지하려 할 때 발생하는 유동성 공급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사회의 번영을 일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시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재화와 용역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사회의 야만스런 폭력이 줄어들고, 근대적 민주주의를 태동한 부르주아가 번성했고, 온갖 사상과 기술의 발전이 가능해 졌습니다. 이제 화폐는 시장에 혈액역할을 하던 중간상품으로서의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상품은 사거나 보유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것입니다. 스스로 원해야 합니다. 중간상품이란 식량, 담배, 면포, 귀금속같이 많은 사람이 원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 다른 상품과 "시장"에서 교환히기 용이할 것이라고 신뢰를 얻은 상품입니다. 교환과 보관의 용이성과 범용성 면에서 가장 강력한 중간상품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금과 은입니다. 


그리고 암호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암호화폐라는 것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금과 은은 내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 그깐 데이터는 뭔 가치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암호화폐는 여러 이유로 가치가 있습니다.


1. 권력자에 의해 임의로 발행되어 화폐가치가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기술적으로 보장한다는것 만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2. 사용, 저장에 신뢰받는 제 3자의 필요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에 가치가 있습니다.


3. 암호화폐 기술은 궁극적으로 모든 자산을 토큰화 할 수 있습니다. 잠들어 있는 많은 가치를 투명하게 화폐화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컴퓨터에 놀고있는 저장공간이나 연산력, 건물의 임대소득, 저작권이나 예술품...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니 다음 글에서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럼에도 "중간상품인 화폐의 본질"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으로 취급하는 신용화폐 옹호론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해 보겠습니다.







위 글과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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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자산 토큰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입장도 있던데요 글 쓰실때 lsh님의 의견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effpaik/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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