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1 (8)

in Book it Suda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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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했다. 인력거꾼네 검둥이라면 이 근방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난폭한 고양이다. 하지만 인력거꾼 집에 사는 만큼 힘만 세지 교양이 없으니 아무도 교제하려 들지 않았다. 다들 피하려 드는 놈인 것이다.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 다소 멋쩍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약간 경멸하는 마음도 일었다. 나는 우선 그가 얼마나 교양이 없는지 시험해보려고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인력거꾼과 선생 중에 누가 더 셀까?”

“인력거꾼이 더 센 거야 뻔하지. 네놈 집 주인 좀 보라고. 피골이 상접하잖아.”

너도 인력거꾼네 고양이라서 그런지 힘이 되게 세 보인다. 인력거꾼 집에 살면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나 보지?”

“나야 뭐 어디를 가나 먹을 것 걱정은 별로 없지. 네놈도 차밭이나 어슬렁거리지 말고 나만 따라다녀봐. 한 달도 못 가서 몰라보게 살이 오를걸.”

“그건 나중에 부탁하기로 하고. 하지만 집은 선생 집이 인력거꾼 집보다는 큰 것 같은데.”

“등신 같은 놈, 집이야 커봤자지, 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

그는 몹시 비위가 상했는지, 설죽(雪竹)을 깎아놓은 듯한 모양의 귀를 자꾸 씰룩거리더니 휙 가버렸다. 내가 인력거꾼네 검둥이와 알고 지내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 후 나는 가끔 검둥이와 마주쳤다. 우연히 만날 때마다 그는 인력거꾼네 고양이답게 기염을 토했다. 아까 내가 말한 부덕한 사건도 실은 검둥이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날 나와 검둥이는 여느 때처럼 따뜻한 차밭에서 뒹굴며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늘 하던 자랑을 마치 새로운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늘어놓고 나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넌 지금까지 쥐를 몇 마리나 잡았냐?”

나는 지식은 검둥이보다 앞선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완력이나 용기는 검둥이에게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받고 보니, 여간 창피한 게 아니었다. 사실은 사실이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은 잡으려고 생각만 했지 아직 잡아본 적은 없어.”

검둥이는 그의 코끝에 꼿꼿이 뻗은 긴 수염을 파르르 떨면서 심하게 웃어댔다. 원래 검둥이는 자기 자랑이 많은 만큼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어서 기염을 토하는 그의 이야기를, 감탄한 듯 목구멍을 그르렁거리며 공손한 태도로 듣고 있기만 하면 아주 다루기 쉬운 고양이였다. 나는 그와 친해지면서 이내 그 요령을 터득했기에, 이번에도 어설프게 자기변호를 하여 형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차라리 그에게 자신의 공적을 실컷 자랑하게 하여 어물쩍 넘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며시 부추겨보았다.

“넌 나이도 나이니 만큼 꽤 많이 잡았겠네?”

과연 그는 장벽의 약한 곳이라도 찾은 듯 돌격해왔다.

“많지는 않아도 좋이 30, 40마리는 잡았을걸.”

그는 득의양양하게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쥐 1백 마리, 2백 마리쯤이야 언제라도 상대할 수 있는데, 족제비란 놈은 힘들더라니까. 한번은 족제비한테 덤볐다가 혼쭐이 났지 뭐야.”

“와, 그렇구나.”

나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검둥이는 그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작년 대청소 때 일이야. 우리 집 주인이 석회 자루를 가지고 툇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는데, 너만 한 족제비란 놈이 놀라서 후닥닥 튀어나왔다고 한번 생각해봐.”

“와아.”

나는 감탄하는 척했다.

“족제비라고 해도 뭐 그리 큰 편은 아니고, 좀 큰 쥐만 한 놈이야. 이런 새끼 정도야 하면서 냅다 쫓아가서 시궁창 속으로 몰아넣었지.”

“와아, 해냈구나.”

나는 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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