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in zzan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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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복음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
성당에 들어서서 머리와 가슴, 어깨에 엄숙히 십자가를 새기고 십자가와 제대를 바라보며 깊이 머리를 숙입니다. 그리고 커다란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감사를, 때로는 염원을, 때로는 아픔과 고통을 그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십자가를 몸과 마음에 품고 새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를 십자가에 매달아 조롱하고 심판합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처럼’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아 갔다고 여기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여 행동하게 하고는 자신은 고귀한 척, 정당한 척합니다. ‘군사들처럼’ 자기보다 힘없고 나약한 사람을 무시하며 조롱하고 빈정거립니다. ‘백성들처럼’ 사실과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낙인을 찍어 소문을 만들며 재미 삼아 험담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처럼’ 자신의 잘못은 바라보지 않고 누군가 자기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그의 잘못만을 탓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조롱하고 빈정거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예수님을 조롱하고 심판합니다. 약하다는 이유로, 나보다 잘못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이유로, 내 것을 빼앗아 갔다는 이유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매달아 빈정거리며 조롱하고 못 박아 죽입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는 오늘은, 십자가 위에서 조롱받으신 분께서 바로 우리의 임금이심을 인정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빌라도처럼 말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짓밟았던 이들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신 분을 임금으로 여기고 충실히 섬기기를 약속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셨던 그 십자가의 왕으로서의 삶을 우리 또한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날입니다. 군림하는 왕이 아닌 십자가의 왕으로 오늘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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