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1-15] 여름을 지나가다(조해진)

in zzan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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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수작 <여름을 지나가다>

민은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한다. 그녀는 새 세입자를 기다리는 건물에 잠입해서 30분간 그 방 주인의 생을 살아보는 일탈을 즐긴다.
최근에는 가구점을 들락거렸다. 목수가 혼신의 힘으로 가구를 제작해서 전시했으나 팔리지는 않고 보증금을 모두 까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서 이혼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부여잡고 있는데 어느날 보니 민 말고 다른 사람도 드나들고 있었다.

수호는 목수의 아들이다. 가진 전부를 쓸어 넣은 아버지는 패배자가 되었고 엄마와 여동생은 알바 인생,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우연히 주운 지갑의 주민증으로 임시직이나마 일자리를 구했고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땐 가구 전시장에 숨어들곤 했다.

그러다 서로의 존재를 알아챈다. 수호는 쇼핑셍터에서 알게 된 연주에게 마음이 있었으나 그녀의 지갑을 털었고 그것이 괴로워 참을 수 없다.
민은 청첩장까지 돌렸던 종우와 헤어졌다. 그는 노조탄압에 협조했던 자기 회사를 상대로 소송중이다. 부당 해고된 노동자의 자살이 그를 변하게 했다.

이어질듯 토막 나고 마는 등장인물의 고리가 읽는 내내 마음이 시리게 했다.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연애가 사치가 된 젊은이들. 몸과 마음을 뉘일 집을 찾아 떠도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해서 한 여름인데도 춥다.
돈은 이렇게 삶을 갉아먹고 사람을 시들게 한다. 돈보다 중요했던 것이 분명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사회를 보는 눈이 예리하게 살아 있는 작품을 오랜만에 본다. 기억해둬야겠다, 이 작가 조해진.

조해진/민음사/2020/13000원/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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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한달에 책을 몇권읽는거지 -ㅅ-..

시골엔 볼만한 문화시설이 없어서 그래, 횽.ㅋㅋ

정말 독서량이 많으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저는 언제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두 아이 키울 때는 책 볼 시간이 없어요. ㅎㅎ

독서가 취미를 넘어 선 분~

ㅎㅎ 입에서 가시가 돋는?

수작이라니 저도 리스트에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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