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배신인가 ? 문재인 정권이 발탁한 고위급 장성들이 대거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문재인 정권이 발탁했던 고위급 군장성 출신들이 대거 대선캠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도 윤석열 캠프다. 군문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그런 소식을 들으면 아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란 구데타를 하지 말라는 것에서만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말은 진보가 정권을 잡던 보수가 정권을 잡던 안보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군출신들이 대선캠프에 합류한다는 것은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공무원들이나 법관들 교수등 전문직들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군출신, 특히 예비역 장성들은 전역이후 할일이 별로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예비역 장성들에게 공기업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민주화이후에는 그런 자리를 모두 정치인 출신들이 차지했다. 군출신들은 갈 곳을 잃었다.

평생 군생활하다보니 사회와 유리된 삶을 사는 것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전역하고 나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나마 영관급으로 전역한 장교들의 경우에는 그동안 제도적인 지원이 마련되어 있지만 장성들의 경우에는 그런 배려가 거의 없다.

50대 중후반에 전역을 하고 나서 마땅하게 할일이 없게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대선캠프와 같은 곳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전역한 장성급 장교들을 위한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초빙교수 몇자리에 예비역 장성들을 수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연구재단의 초빙교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다.

두번째는 군인들이 직무를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결심을 평생 배우는 곳이다. 권력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결심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서 군출신들은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민간 출신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결심하는 능력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군주가 곧 사령관이었다. 군사령관의 직분과 국가최고지도자의 직무는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군출신 대통령들이 민주화에 역행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국가운영에는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군인들이 자신의 계급에 부합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전문성을 가장 제약하는 것이 바로 전작권문제다. 군인의 전문성은 자신이 직접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고양된다. 전작권이란 다름아닌 작전계획을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군들은 제도적으로 한반도 작전계획을 구상하고 수립하는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전작권을 미군이 행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참가는 하지만 그 역할은 매우 수동적이고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들이 마땅히 가져야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군 장군들이 국가에서 제도적인 배려를 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전역후에 보람된 삶을 유지하려면 현직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미군의 경우는 한국군과 많이 다르다. 미군의 경우에는 장군으로 전역하고 나서 민간기업에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민간기업이란 군수산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군의 장군들은 직무과정에서 기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인정을 받는다.

한국군 장군들은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계층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왜 천덕구러기처럼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군인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능력을 발휘하려면 전작권 전환이 필수적이다.

셋째는 정권의 줄세우기 때문이었다. 군인들은 원래 보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노무현 정권 때부터 군출신들을 줄세우기했다. 역풍이 불었고 이명박 때는 노무현 정권에 적극적으로 고개를 숙인 군인들을 척결했다. 박근혜 때는 다시 이명박 정권 당시 이쁘게 보였던 군인들은 멀리하고 노무현 정권과 가까웠다고 박해를 받았던 군인들을 중용했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서는 이도 저도 안되니 호남지역 군출신들을 중용하고 육사출신들은 배척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군출신들도 점차 정치화되었다. 최근 들어 안보정책에서 군의 의견은 점차 무시되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하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그러다 보니 각군총장으로 발탁이 되고나서도 정권으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발탁한 고위급 군출신들이 배신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발탁되었다고 해서 무시당한 자존감의 상실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권이 발탁한 고위급 군장성들이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위 장성급 출신들이 대선캠프에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서 착찹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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