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판매결정에 대한 프랑스 반발이 의미>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프랑스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조치로 그동안 프랑스와 호주간에 진행되고 있던 77조 규모의 디젤잠수함 계약이 날라갔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주미, 주호주 대사를 즉각 소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하려고 했을까?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호주를 통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으로서는 핵심 동맹국인 호주의 군사력을 강화시켜 중국과 맞서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러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문제까지도 모두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핵무기로 무장해 있고 군사과학기술이 평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력만으로 안보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설득과 협의의 과정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판매결정에 프랑스는 매우 강력하게 반발했다. 프랑스의 입장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다된밥에 코빠뜨리는 짓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프랑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향후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치적으로 새로운 분위기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앵글로 색슨 국가들을 규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주, 영국, 미국의 3자체와 여기에 더해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포함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어권의 앵글로색슨 중심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종은 가장 강력한 국제정치적 범주라고 하겠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미국과 유럽으로 구분할 수 있었던 국제정치세계가 최근 들어 미국과 앵글로색슨국가들 그리고 유럽으로 점차 구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유럽은 19세기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다. 20세기는 미국과 함께 세계를 움직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등장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앵글로색슨 국가들이 하나의 강력한 국제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국가들 중에서 가장 힘이 약해진 국가가 프랑스다. 독일은 어쨓든 EU의 중심국가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점차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프랑스의 반발은 이런 국제정치적 환경에 대한 반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의 반발은 유럽이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변화시켜나갈 수도 있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독일은 천연가스관 설치문제로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은 서로 생각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21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의 협조관계에서 경쟁이나 갈등 관계로 변화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틈을 중국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보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내가 중국이라면 프랑스에게 77조 디젤 잠수함을 호주대신 사주겠다고 하겠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이다. 항상 이해관계는 변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