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고의 결정, 바이든의 아프간 철수

산중에 들어온 지 벌써 2달째다. 아침 저녁으로 완연한 가을이 느껴진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벚나무의 이파리가 서서히 붉은색을 머금고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일은 시간앞에 무력하다. 시간은 절대강자다. 강건하던 나의 팔다리도 이제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현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서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그것도 얼마지나지 않으면 부질 없는 짓이 되고 만다.

사람이나 국가나 모두 시간앞에서 무력한 존재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이 전성기를 누리면 그 다음에 노년기에 접어들어 쇠퇴하는 것 처럼 국가도 그러하다. 전성기를 누리면 쇠퇴기가 온다. 그것은 피하기 어렵다. 다만 얼마나 오래 전성기를 누리느냐 하는 것 뿐이다.

국가가 오래 전성기를 누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많이 나누는 것이다. 부자가 가난한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야 오래간다. 부자가 가난한사람들의 것까지 뺏으려고 하면 사회가 무너지고 이어서 국가가 붕괴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아프간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한 결정을 두고 잘못되었다며 미국내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이다. 미군이 철수한다고 했을때 속으로 아프간 정부군이 1달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세계대전이후 미국 대통령의 결정중 최고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20년동안 전쟁을 해왔다. 미국이 해외에서 치른 최장기 전쟁이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수행했다. 전쟁의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빈 라덴을 숨기고 있던 탈레반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일 분명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9.11 테러가 발생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쟁의 목적이 응징이었으면 응징이 끝난다음에 전쟁을 종결했어야 했다.

아프간 전쟁은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자꾸 전쟁의 목표가 바뀌었다. 응징에서 민주적인 국가의 수립으로 바뀌었다. 그 이면에는 아프간의 지정학적 가치가 작동했었을 것이다. 이란과 중국이 직접 연결되는 루트가 될 수 있었다.

오바마가 빈라덴을 사살하고도 철수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 이란이 연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란의 석유가 중국으로 송유관을 통해 바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장악하고자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전쟁의 목표가 이리저리 바뀌면서 전쟁자체가 오리무중으로 빠져든 것이다.

탈레반지도부는 카불을 확보하고 나서 제1성으로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탈레반이 중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을 전문가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얼핏 떠오른 것은 탈레반이 이란과 중국간 송유관을 연결해주고 그 댓가를 받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어떤 상황이든 미국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전쟁을 수행해왔다. 마치 늪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양상이었다. 전비는 끊임없이 들어가고 전쟁을 수행할 명분도 철수할 명분도 제대로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바이든이 전격적으로 철수를 감행했다.

아마 더 오래 아프간에서 허우적거렸다면 마치 소련이 아프간전쟁에서 붕괴하기 시작했듯이 미국도 아프간 때문에 패권국가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이든의 결정이었다. 미국은 만시지탄이지만 전쟁을 종결시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이 갑자기 쇠퇴기로 접어들뻔 한 것을 멈출수 있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 받아도 당대에는 비난을 받았던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글 창제 아니던가?

앞으로 미국이 자신의 쇠퇴기를 어떻게 맞이할지 궁금하다. 미국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쇠퇴는 명약관화하다. 미국의 엘리뜨들이 탐욕에 빠져 이상을 포기하고 국제정세의 변화를 오만의 눈으로 바라보면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쇠퇴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다시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으냐 아니냐는 미국 엘리뜨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건국초기의 이념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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