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16 미국 칩4동맹의 국제정치적 의미

지난번 포스트에서 미국이 주도한 칩4 동맹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너무 집중했던 모양이다. 미국 칩4동맹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우선 국제정치적 의미를 먼저 파악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칩4동맹 구상은 중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향후 국제질서 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 미국의 칩4동맹 구상은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필자는 미중패권 경쟁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경제를 약화시켰듯이, 칩4동맹으로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놓고 세계정치 문제를 보는 시각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국주의 시대에서 군사력은 패권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한 국가간에는 군사력이 패권유지나 강화에 핵심적인 요인이 되지 못한다. 핵무기 보유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얼마 있지 않으면 나라가 소멸될 위기에 처하고 있어도 미국과 나토는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진입시킬 수 없다. 핵은 절대무기다. 한번 맞으면 끝난다.

중국도 핵무기 보유국가다. 그런 중국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억제하고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미국이 패권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는 중국이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각설하고 칩4동맹은 국제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런 사안은 처음 제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이 여러가지 면에서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더 모아져야 할 것이다.

부족하지만 칩4동맹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칩4동맹은 국제교역 질서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칩4동맹은 중국과 러시아를 타켓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시장을 이분화시켜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선진국의 경제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칩4동맹은 자유무역질서에 위배된다. 칩4동맹은 특정국가에 상품 수출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이제까지 구축해온 자유무역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과 선진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무역질서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만들어온 성과물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칩4동맹으로 자유무역질서가 훼손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시작된 국제시장의 이분화 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48개국과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 국가체제는 서로 다른 시장으로 분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그 중에 상당수의 국가가 중간지대에 남아 있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차 시장은 이분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시장이 이분화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 미국의 생각으로는 선진국가들의 상품의 우위로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세상에 생각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경우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시장이 2분화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 국가들은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시장에 미국과 유럽이 상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전면 혹은 부분 차단해버릴 것이다. 브릭스 국가들과 개발도상국들은 무제한적인 경쟁에서 피폐해진 자국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다. 당연히 보호무역체제로 전환하여 비교적 유사한 기술수준의 국가들과의 교역을 통해 숨을 쉴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시장의 이분화는 자연적으로 개발도상국가들에게는 보호무역이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브릭스 국가들과 개발도상국가들은 비교적 최첨단의 상품을 편리함을 향유하지 못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각국의 시장을 보호하고 상품 생산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장이 이분화되면 개발도상국들의 협력이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면서 유사한 기술 수준의 국가들끼리 교역을 통해 무제한적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이 생산한 최고급 사양의 상품이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의 사양의 상품을 사용하도록 국민들을 강제하면서 점차적으로 기술수준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선진국의 입장에서 시장의 분리는 심각한 경제침체 및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의 분리는 시장규모의 축소를 의미한다. 브릭스 국가들의 시장 접근이 차단되면 미국과 선진국 경제는 곧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규모의 축소는 경기침체를 넘어 심각한 위기를 의미한다. 칩4동맹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고사시키기 전에 미국과 선진국들의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두번째 칩4동맹이 구성되더라도 동일한 이해관계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과 달리 한국과 대만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기술과 소재, 부품 그리고 장비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칩4동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많이 했다. 그러나 칩4동맹으로 반도체 수출을 하지 못하게 되면 한국과 대만의 대중 교역량은 급감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을 하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대만의 경우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손실도 감수할 수 있지만 한국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만한 안보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물론 최고급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는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옵션을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당연히 중국은 한국과 대만을 상대로 각종 압력과 제재를 가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작심하고 대만을 점령하려고 한다면 미국도 함부로 막아서기 어렵다. 중국도 핵보유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와 일본을 이용하여 중국의 대만 점령에 대응한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한국이 대만문제로 핵보유국가인 대만과 군사적 충돌을 감수한다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서는 일이다.

중국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조치는 주로 경제적인 내용일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몇가지의 중요 소재와 원부자재 수출을 중단하면 한국경제는 그날 부로 곧장 마비된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면 한국은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중국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을 중지시켜 미국과 일본에도 수출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아예 반도체 생산을 하지 못하면 미국이 어떻게 첨단무기를 생산할 수 있겠는가 ?

내가 만일 중국의 정책결정권자라면 칩4동맹우 구성되어 효력을 발휘하게 되어 중국에 수출을 제한하면 그 시간부로 즉각 미국, 일본, 한국, 대만에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모든 소재, 원부자재의 수출을 중단할 것이다. 그리고 협상을 할 것이다. 당연히 중국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은 즉각 국유화를 감행할 것이다. 그렇게 나오면 대책이 있는가?

세번째,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하면서 소재 부품 장비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그 와중에 중국과의 교역을 늘렸다. 만일 칩4동맹에 가담하게 되면 소재 부품 장비의 일본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안보팀이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경제신문에 칩4동맹에 대한 우려를 담은 사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윤석열은 자신의 지지율 저하가 종속적인 대외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무조건 한미동맹이 우리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일부 강성 반북주의자나 매판적 한미동맹주의자에게 놀아난 결과가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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