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미국에 대한 나비효과 >

북한이 네번째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항모가 전개되어 동해상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단순한 도발의 수준을 넘어 현재의 국제관계에서 힘의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위신을 상실한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영향력을 행사했던 방법에도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어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의 의미에 대해 북한의 입장에서 정리해보았다면, 이번에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여기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사건은 미국이 생각했던 방식의 상황관리가 효용을 다했다으며 그것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의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강력한 태도를 견지했다. 미국은 우선 서해에 정찰기를 보냈으며 다시 항모 레이건호를 한반도에 보내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이 이런 강력한 군사적 행동을 강행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대만사태와 관련하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중국의 군사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군사적 시위를 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핑게로 동해안에서 한미일 해군훈련을 실시한 것은 대만사태 발생시 한미일 해군이 공동대응할 수도 있다는 점을 중국에게 보여주고자 한것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강력한 군사적 시위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만일 북한이 과거처럼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미국의 의도가 어느정도 충족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북한은 과거와 달리 미국의 주요세력이 한반도에 배치 전개되는 상황에서 4번에 걸쳐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미국의 항모배치와 전개에 아무런 겁을 먹지 않았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미군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것이다. 북한의 이런 행동으로 세계 최강의 미군은 일거에 종이호랑가 되고 말았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도 북한을 억제하지 못했다.

미국은 정찰기를 배치하고 항모를 배치하여 훈련을 하면 최소한 북한이 조용히 있으면서 눈치를 볼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까지 미국에 대해 북한처럼 노골적으로 도전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의도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는 핵보유국가인 북한이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북한이 이렇게 반발할 줄 알았다면 항모 레이건을 동해에 보내 한미일 연합해군 훈련을 강행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했다면 이런 식의 힘의 투사를 통한 압박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마음먹고 미국의 위신을 떨어 뜨릴 수 있는 행동을 하도록 허용한 것은 미국이 자충수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북한의 이번 미국에 대한 정면도전은 앞으로 미국이 그동안 향유했던 힘의 과시에 의한 압박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이번 행동으로 미국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이란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과 이란은 핵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앞으로 더 이상 진척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정도의 우라늄 농축에 진전을 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란은 이번 북한의 행동으로 인해 핵무장이 얼마나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이미 거의 파국에 이르렀지만, 이란은 앞으로 미국과의 핵협상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핵무기 생산을 위한 조치를 가속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 생산에 성공한다면 중동지역의 정세는 급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지역에서 과거와 같은 패권국의 위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동지역에서 힘의 역학관계는 급변하게 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과 걸프지역에서 미군은 더 이상 어떤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우디는 힘이 빠진 미국보다는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에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의 친러시아 행보도 이미 그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할 것이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지역은 유럽이 될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을 탈피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이란의 영향력하에 있는 중동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에너지가 많아도 유럽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유럽은 중동의 에너지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중동에서 미국의 부재는 유럽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중동에서 미국의 부재는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지위상승을 초래한다. 유럽은 러시아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란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점점 더 긴밀해지고 있다. 결국 유럽은 돌고 돌아 다시 러시아의 영향력하에 들어가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 사건은 이란의 핵무장 결심을 확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신속하게 핵무장을 하게 되면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쇠퇴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동해안에 발사한 탄도 미사일의 나비효과는 지구 정반대의 유럽과 중동지역을 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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