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지독한 도시, 델리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여행해본 곳중 가장 지독한 도시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델리가 아닐까 싶다. 인도를 오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 가장 많이 가 본 도시이기도 하다. 델리 공항에 내려 터미널 밖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찜통에 들어간 것처럼 후끈후끈하고 숨막히는 공기와 후덕지근한 열기를 가장 먼저 느낀다. 그리고 인도 특유의 냄새가 다음이다. 후끈한 공기에 향신료와 퀘퀘한 냄새를 섞은듯한 인도 특유의 냄새까지 맡으면 '아 내가 인도구나.' 비로소 실감한다. 원래는 호캉스를 할 참이었다. 내가 예정대로 델리에 도착만 했다면 그랬을 것이다. 연일 인도 날씨에 대한 공포스러운 기사들이 쏟아졌고 50도를 육박한다는 델리 날씨를 온몸으로 견디어낼 수 없다 생각한 우리는 공항 근처의 꽤나 비싼 호텔을 예약했다. 그것도 실내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아 나는 빨리 수영하고 싶어~ 호텔 도착하자마자 수영하자!"

춘자와 지하철에서 만나 인천 공항으로 가면서 나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1시간 뒤 벌어질 참극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채. 내 비자가 나오지 않아 결국 혼자 떠나게 된 춘자는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혀 수영은 커녕, 널찍한 호텔에서 외로움에 시달렸고, 그 시간 나는 영문모를 상황에 대한 분노와 자책감에 시달렸다. 호캉스도 물 건너 가버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도 왕창해버린 내게 선택은 저렴한 호텔 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제일 가깝고 평이 괜찮고 시설이 좋아보는 곳이었는데 15,000원도 넘지 않았다. 이름은 "hotel classic suite." 사진은 삐까번쩍했지만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가는 곳이 다름아닌 인도, 델리 아닌가. 별 문제 없이 입국 심사를 받고 바로 프리페이드 택시를 예약하는 곳으로 갔다. 야외에 작은 카운터가 세개쯤 놓여있었는데, 핸드폰으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택시 기사에게 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hotel classic suite로 가주세요"

나는 뽑아둔 바우처를 꺼내 이름과 주소를 직원이 잘 볼 수있게 그의 얼굴 가까이 디밀었다. 먼저 그는 토시하나 다르지 않게 타이핑을 하고 검색을 눌렀다. 똑같은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주소와 호텔 이름을 달리 조합해서 말로 검색을 했다. 나오지 않았다. 다른 손님이 오는데도 받지 못할 정도로 그는 끙끙거리며 내 목적지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움을 했다.

"당신의 호텔은 구글에 나오지 않아요."

이미 그는 오래 싸웠다. 그를 더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다른 옆 카운터로 이동했다. 비슷한 과정으로 그는 끙끙거렸다. 하지만 이번 직원은 아까 직원보다는 영리했다. 호텔로 전화를 걸어 호텔의 정확한 이름을 물어본 것이다.

'the park classic hotel' 내가 예약한 호텔의 확실한 명칭이었다. 그때서야 택시 기사를 배정받은 나는 택시 안에서 내내 왜 이 호텔은 이름을 달리해서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다른 호텔인 척해서 최대한 많은 손님을 유치하는 것, 그것밖에 다른 이유는 없어보였다. 지도상에서 호텔을 코 닿을듯 가까웠지만 꽤 오래 달렸다. 한낮, 델리의 교통 체증때문에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여기에요."

택시 기사가 내려준 곳은 전혀 예상 밖의 장소였다. 호텔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고 시장통처럼 사람이 북적거리는 길의 한복판이었다. 'the park classic hotel'이라고 떡하니 간판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호텔이 있을 자리는 아니었다. 나는 20kg도 훌쩍 넘는 캐리어를 끙끙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미임대 상가처럼 보이는 건물 2층에는 공실처럼 보이는 문이 하나 있긴 했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호텔은 커녕 호텔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내려가 구멍가게 아저씨를 붙잡고 물었다.

"대체 호텔이 어디에 있는 거예요?"
"2층이야."

2층에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어디를 가라는 거지? 나는 공실이라 생각한 공간의 문이 생각났다. 허술하고 뜬금없어 보이는 문이었다. 다시 끙끙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 그 문을 여니 호텔이었다. 호텔임을 알리는 작은 표식조차 없는 그 문을 보고 대체 누가 호텔이라고 생각을 하겠냐는 말이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101 호는 미묘했다. 분명 사진 속 방과 비슷해보이지만 과한 보정과 광각을 덜어낸 실망스러운 민낯이었다. 나름 각잡아 정돈한 침대시트 머리 맡에는 머리카락이 보였고, 얼룩진 자욱이 군데군데 있었다. 가구들은 낡고 더러웠으며 방에서는 쾌쾌한 냄새가 났다. 에어컨은 있었지만 상당히 큰 소리를 내며 조금 위태롭게 작동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여기는 인도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8~9점대의 평점을 받을 곳은 절대 아니었다. 의아했던 나는 내가 예약한 부킹닷컴이 아닌 구글로 평점을 확인해봤다.

"이것은 사기입니다! 사진은 가짜입니다. 광고하는 서비스가 없습니다. 식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웃기지 마세요. 그들의 리뷰도 100% 가짜입니다. 그들은 긍정적인 리뷰를 게시하기 위해 어떻게든 내 부킹닷컴 계정을 해킹했습니다. 떨어져있어. 이 사기를 끝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주인과 직원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안전하고 이와 같은 사기를 피하십시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리뷰의 번역본. 이 곳은 단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이름(호텔 클래식, 호텔 파크 스위트, 호텔 클래식 스위트, 호텔 파크 클래식, 더 빌라 클래식 )을 사용하는 것 뿐 아니라, 조식 포함이라는 서비스도 없고, 부킹닷컴 계정을 해킹해 좋은 리뷰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스캠이라니, 호텔 스캠이라니. 나는 한참을 웃으며 이 정도는 오히려 귀여운 축에 드는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혹시 벼룩에 물릴까 그 방에 옷을 벗고 잘 수는 없어 청바지에 긴 셔츠를 입고 불을 켜고 선잠을 자고 델리 공항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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